[고용준의 e스포츠 엿보기] KeG 현장서 확인한 대전의 '진정성', e스포츠 연고제 길라잡이 될까
OSEN 고용준 기자
발행 2026.08.16 10: 07

 8월 15일 경북 경주에서 열린 ‘제18회 대통령배 아마추어 e스포츠 대회(KeG)’ 전국 결선 현장. 화려한 무대 뒤에서 만난 대전광역시 관계자의 이야기에는 대다수 지자체가 놓치고 있는 명확한 소신이 담겨 있었다.
그간 지자체들의 ‘지역 연고 e스포츠’는 겉치레에 가까웠다. 선거철 공약이나 단발성 행사로 예산을 소모한 뒤 이벤트가 끝나면 경기장을 방치하는 ‘전시 행정’이 반복됐다. 하지만 대전시와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의 방식은 달랐다. 보여주기식 행사를 버리고, 선수 생계와 생태계라는 가장 기저의 문제를 먼저 건드렸다.
아마추어 e스포츠의 잔인한 현실은 생계다. 상금조차 확약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수 대부분은 투잡을 뛰며 연습을 병행한다. 대전시는 지원 예산의 가장 큰 비중을 과감히 선수 인건비로 배정해 선수들의 생계를 위해 조금이나마 힘을 보탰다.

행정 지원의 결도 정교했다. 복잡한 예산 정산 절차는 진흥원이 직접 전담해 문턱을 낮추되, 선수단 구성과 지도권 등 게임 내부 영역은 100% 자율권을 보장했다. 예산을 쥔 갑의 위치에서 개입하지 않는 ‘선 지원 후 보장’의 원칙이다. 여기에 스틸시리즈 같은 유력 민간 기업 스폰서십까지 직접 발로 뛰며 유치해 연고 팀의 자립 기반을 만들었다.
이 같은 뚝심은 눈부신 성과로 돌아왔다. 대전 연고 팀 ‘오토암즈’는 국산 종목 ‘이터널 리턴’ 시즌 10에서 예선부터 본선까지 싹쓸이 우승하며 ‘골든로드’를 달성했다. 대전의 행정이 단순한 예산 집행을 넘어 선수와 지역을 묶어내는 진짜 밀착형 상생 구조로 작용하고 있음을 성과로 증명한 셈이다.
사실 대전은 그동안 e스포츠 대회 유치와 게임사 및 리그와의 관계 구축에도 누구보다 적극적이었던 도시다. 드림 아레나에서 개최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대회를 시작으로 2023 LCK 서머 결승전, 나아가 대전컨벤션센터(DCC) 제2전시장에서 열린 글로벌 대회 MSI까지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대전이 구축한 연고제 및 대회 유치 모델은 실제로 수많은 팬들을 지역으로 유입시켜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졌고, 이는 다른 지자체들의 e스포츠 사업 참가를 이끌어내는 촉매제가 되었다는 평을 받는다.
대전의 시선은 이미 다음 단계를 향한다. 계룡디지텍고, 우송정보대 등 지역 교육 기관과 연계해 ‘고교-대학-경기장-연고 팀’으로 이어지는 인재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선수·매니지먼트·방송 인력을 지역 내에서 자급자족하는 구조를 짜고 있다.
나아가 엑스포 과학공원 일대를 글로벌 ‘e스포츠 공원’으로 재정비하고, 대전 특유의 과학·바이오 인프라를 결합해 선수 생체 데이터를 정밀 분석·케어하는 전문 센터 구축까지 바라본다. e스포츠를 일회성 유행이 아닌 지역의 미래 핵심 첨단 산업으로 다루겠다는 명확한 비전이다.
지방 e스포츠 연고제의 성패는 결국 ‘진정성’에 달려 있다. 정치적 계산이나 반짝 유행을 좇는 행정은 외면받지만, 지원 예산의 가장 큰 비중을 과감히 선수 인건비로 배정해 생계를 돕고 현장과 호흡하는 행정은 강력한 생태계를 만든다. 대전의 '진심' 속에서 피어난 e스포츠 지역 연고제. 경주 KeG 현장에서 확인한 대전시의 모델은, 겉치레 행정에 갇혀 있던 한국 e스포츠가 나아가야 할 명확한 길라잡이가 되어주고 있다. / scrapp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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