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45) K-축구 혁신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지난달 출범 당시부터 혁신위가 대한축구협회(KFA)를 대체하거나 직접 의사결정을 내리는 조직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혁신위의 역할을 한시적인 방향 제시와 자문으로 규정했지만, 약 7주 뒤 국제축구연맹(FIFA)과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정부 주도로 출범한 혁신위의 활동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K-축구 혁신위원회는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이후 한국 축구를 둘러싼 쇄신 요구가 커지면서 지난달 6일 출범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도해 구성된 혁신위에는 축구계와 체육계 인사들이 참여했다. 한국 축구의 구조적 문제를 진단하고 거버넌스 개선과 유소년 육성, 대표팀 운영 체계 등 중장기 발전 방안을 마련한다는 목표였다.
박 위원장은 출범 첫날부터 혁신위의 역할과 권한을 분명히 했다. 그는 첫 회의를 마친 뒤 "이 혁신위가 지속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지금 현 상황에서 혁신위가 할 수 있는 일은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위가 KFA를 대신해 행정을 수행하거나 모든 사안에 개입하는 조직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혁신위가 지속적으로 존재하면서 협회가 가능한 모든 상황마다 항상 같이 참여하고 논의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혁신위의 법적 성격을 두고는 "현재로서는 구속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 협회 산하 단체로 들어가는 것도 전혀 아니기 때문에 자문 성격이 가장 강하다"라고 설명했다. 문체부와 대한체육회가 행정적으로 지원할 수는 있지만, 혁신위 자체에는 KFA의 결정을 강제할 권한이 없다는 의미였다.
대표팀 감독 선임 역시 혁신위가 직접 관여할 사안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박 위원장은 "혁신위가 협회의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대책위원회는 아니다.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 자체는 다른 외부 단체가 끼어들 여지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대표팀 감독 선임은 KFA 전력강화위원회가 처리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혁신위는 이후 매주 회의를 열어 KFA 회장 선거 제도 개선과 대표팀 감독 선임 시스템, 유소년 축구 정책 등 한국 축구 전반의 구조 개편을 논의했다. 이달 초에는 KFA 회장 선거인단을 대폭 확대하고 전자투표 시스템을 활용하는 내용 등이 담긴 권고안을 발표했다.
지난 19일 충남 천안 코리아풋볼파크에서 열린 경청회에서는 유소년 축구 현장의 의견도 들었다. 박 위원장은 약 7주 동안 이어진 활동을 두고 "아직 마무리되는 단계가 아니고 확정된 것도 없다. 지금 어떻다고 평가하기는 힘들다"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도 혁신위가 권고 기구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대표팀 감독 선임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일 시스템을 논의할 수 있다면서도 "혁신위가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혁신위는 권고 사항을 전달하는 역할"이라고 말했다.

KFA 회장 선거 제도 개선안도 혁신위의 권고만으로 시행할 수 없다. 실제 적용을 위해서는 KFA 이사회와 대의원총회를 거쳐 정관을 개정해야 한다. 박 위원장은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혁신위가 행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계속 고민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이 혁신위의 제한된 권한을 여러 차례 강조한 가운데 FIFA와 AFC는 지난 23일 KFA에 공식 서한을 보냈다. 회장 공석에 따른 선거 진행 상황을 비롯해 KFA를 둘러싼 여러 사안에 대한 사실 확인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부 주도로 출범한 K-축구 혁신위원회의 활동 내용과 논의 결과를 포함하라고 요구했다.
FIFA와 AFC는 각 회원 협회가 정부를 비롯한 외부 세력의 부당한 간섭 없이 독립적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KFA에 보낸 서한에는 "FIFA와 AFC의 모든 회원 협회는 제3자의 부당한 영향력 없이 독립적으로 업무를 처리할 법적 의무가 있다. 이 의무를 위반할 경우 FIFA와 AFC 규정에 따른 제재가 처해질 수 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혁신위는 출범 이후 자문과 권고, 방향 제시가 역할의 전부라고 밝혀왔다. 다만 FIFA와 AFC는 문체부 주도로 출범한 기구가 KFA의 선거 제도와 대표팀 감독 선임 시스템 등 협회 행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주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혁신위는 앞으로 비대면 회의를 중심으로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영국으로 돌아가는 박 위원장도 화상으로 논의에 참여한다. 회의 주기는 매주 또는 2~3주 간격으로 유동적으로 운영하며 유소년 정책과 대표팀 감독 선임 시스템 등 남은 현안을 계속 논의할 계획이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