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 국민타자도 울림 받은 후배의 도전, KBO 지명 실패→불펜 포수→홀로 日 건너가 요미우리까지 [오!쎈 인터뷰]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26.08.29 06: 41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 안 나온다”.
KBO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프로 구단의 선택을 받지 못했던 선수가 일본 최고의 명문 구단 요미우리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었다. 군 복무 중 일본어를 독학하고 전역 후 홀로 일본으로 건너가 독립리그를 거쳐 새로운 기회를 잡은 포수 이건희가 그 주인공이다.
그리고 그 과정을 지켜본 경북고 선배 이승엽 요미우리 타격 코치는 후배의 도전을 한마디로 ‘대단하다’고 표현했다.

이승엽 요미우리 자이언츠 타격 코치. 2026.08.21 /what@osen.co.kr

요미우리는 지난달 14일 2군 리그에 참가 중인 하야테 벤처스 시즈오카 소속 이건희와 육성선수 계약을 체결했다.
경북고와 단국대를 졸업한 이건희는 신인 드래프트에서 프로 구단의 지명을 받지 못했다. 선수 대신 NC 다이노스 불펜 포수로 야구와의 인연을 이어갔다.
요미우리 자이언츠 공식 SNS 캡처
NC에서 1년을 보낸 뒤 군에 입대한 그는 새로운 도전을 준비했다. 군 복무 기간 틈틈이 일본어를 공부해 일본어능력시험(JLPT) 2급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전역 후 향한 곳은 일본이었다. 하야테 트라이아웃에 참가해 입단 기회를 잡았고 올 시즌 30경기에서 타율 2할2푼4리(58타수 13안타) 7타점 OPS 0.585를 기록했다.
성적 지표만 보면 눈에 띄지 않았다. 하지만 안정적인 포수 수비와 야구를 대하는 자세가 요미우리의 눈길을 끌었다.
요시무라 사다아키 요미우리 CBO는 이건희의 입단식에서 “여러 차례 경기를 직접 보러 갔다. 굉장히 헝그리하고 견실한 수비력을 높이 평가했다”고 영입 배경을 설명했다.
요미우리 자이언츠 공식 SNS 캡처
경북고 선배 이승엽 코치가 주목한 부분도 다르지 않았다. 지난 22일 도쿄돔에서 만난 이승엽 코치는 이건희 이야기가 나오자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 안 나온다”고 했다.
그는 “군대에서 일본어를 공부해 N2 자격증을 땄다는 게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그것만 봐도 얼마나 성실한 선수인지 알 수 있다”며 “혼자 일본에 와서 독립리그에서 뛰었고 결국 요미우리에 입단했다. 그동안 열심히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야구도 열심히 하고 굉장히 성실하고 예의도 바르다. 주변에서도 다 좋아하더라. 쉬는 날에도 훈련하러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덧붙였다.
1군과 육성군의 일정이 달라 아직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건희가 이승엽 코치에게 남긴 첫인상은 강렬했다.
이건희 제공
이승엽 코치는 “스케줄이 달라 식사를 한 번밖에 못했지만 첫인상이 정말 좋았다. 대단한 열정을 가진 선수”라며 “태블릿 PC로 이건희의 타격 영상을 종종 보는데 나쁘지 않았다. 그 정도로 성실하다면 무엇이든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프로 구단의 선택을 받지 못했던 선수가 일본 독립리그를 거쳐 요미우리까지. 이 모든 과정은 군 복무 중 세운 계획에서 시작됐다.
이건희는 OSEN과의 인터뷰에서 “군대에서 모든 계획을 세우고 준비했다. 그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제가 개척한다면 누군가에게 희망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가장 먼저 준비한 건 일본어였다. 2024년 2월 입대한 그는 지난해 8월 전역할 때까지 틈틈이 일본어를 공부했다.
“일본어가 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어떻게 보면 맨땅에 헤딩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었다. 그래도 목표를 이루게 된다면 정말 행복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계속 버티고 또 버텼다”.
이건희 제공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 오히려 도전하지 않는 게 더 싫었다.
이건희는 “실패할 수 있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전역 후 하야테의 트라이아웃에 참가했고 마침내 선수로 다시 그라운드에 섰다. 그리고 자신의 플레이를 지켜보던 요미우리의 선택까지 받았다.
그는 “입단 당시 일본 최고의 명문 구단인 요미우리의 일원이 됐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기뻤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요미우리 유니폼을 입었다는 사실만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이제 유니폼을 입게 됐다는 기쁜 마음은 접어두고 죽기 살기로 하고 있다”.
경북고 동기인 ‘푸른 피의 에이스’ 원태인(삼성 라이온즈)도 친구의 새로운 출발을 반겼다. 원태인은 요미우리 구단 공식 SNS에 직접 축하 메시지를 남겼다.
이건희는 “태인이가 연락해서 축하한다고 하면서 왜 미리 이야기하지 않았느냐고 서운해하더라”며 웃었다.
이건희 제공
요미우리 입단 이후 예상하지 못했던 변화도 생겼다. 일본 야구에 도전하고 싶은 선수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일본어 공부 방법이다.
이건희는 “일본어 공부를 어떻게 했느냐는 연락을 정말 많이 받았다”며 “누군가 일본에서 야구하고 싶다면 일본어 공부가 최우선이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기본 중의 기본이다. 언어의 중요성을 알고 준비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자신처럼 프로 구단의 선택을 받지 못했거나 새로운 길을 고민하는 선수들에게 자신의 도전이 작은 용기가 되기를 바란다.
그는 “제로 베이스에서도 혼자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어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든 꿈이 있다면 포기하지 않는 한 언젠가는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주변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되든 안 되든 끝까지 시도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건희가 자신의 가장 큰 무기로 꼽는 건 화려한 타격도, 강한 어깨도 아니다. “모든 선수가 열심히 하지만 야구적인 부분을 제외한다면 성실함에는 자신 있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묵묵하게 꾸준히 하는 게 제 가장 큰 무기다”.
이건희 제공
공교롭게도 이승엽 코치가 후배에게서 가장 높이 평가한 부분도 ‘성실함’이었다.
아직 꿈을 이룬 건 아니다. 육성선수 계약은 새로운 출발선이다. 첫 번째 목표는 내년 정식 선수 전환. 그다음에는 일본 야구의 심장이자 요미우리의 홈구장인 도쿄돔에서 포수 마스크를 쓰는 날을 꿈꾼다.
KBO리그 구단의 선택을 받지 못해 불펜 포수로 야구장에 남았던 선수. 군대에서 일본어를 독학하고 전역 후 홀로 일본으로 건너가 독립리그의 문을 두드렸던 선수가 이제 요미우리 유니폼을 입었다.
이건희는 “저 역시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런 후배를 바라보는 이승엽 코치의 말은 짧지만 강했다. “그 정도로 성실하다면 무엇이든 잘할 수 있을 것이다”.
이건희의 도전은 아직 진행 중이다. 자신이 가장 자신 있다고 말한 ‘묵묵함과 꾸준함’을 무기로 도쿄돔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wha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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