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리어드가 올 때 하라고 비가 딱 내린다”.
프로야구 KT 위즈 이강철 감독에게는 반가운 비였다. 가뜩이나 타선의 무게감이 떨어진 상황에서 30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이 우천 취소되면서 외국인 타자 샘 힐리어드가 돌아온 뒤 삼성과 다시 맞붙을 수 있게 됐다.
KT는 이날 삼성과 원정 경기를 치를 예정이었으나 비로 취소됐다. 지난 28일 경기가 그라운드 사정으로 열리지 못한 데 이어 이번 3연전에서만 두 경기가 추후 편성됐다.

치열한 선두 경쟁을 벌이는 KT 입장에서 일정이 뒤로 밀리는 게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하지만 현재 팀 사정을 놓고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KT 타선은 현재 완전체가 아니다. 외국인 타자 힐리어드가 출산 휴가로 자리를 비운 상태다. 힐리어드는 지난 7일 수원 두산 베어스전을 앞두고 출산 휴가를 떠났다.
힐리어드의 빈자리는 상당하다. 올 시즌 110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9푼8리(430타수 128안타) 30홈런 99타점 83득점 OPS 0.928을 기록 중이다. 홈런 30개를 터뜨리고 100타점까지 단 1개만을 남겨둔 중심 타자가 빠졌으니 타선의 힘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주전 포수 장성우마저 옆구리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7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장성우까지 빠지면서 타선 운용의 폭은 더욱 좁아졌다.

이강철 감독은 “힐리어드가 올 때 하라고 비가 딱 내린다”고 웃으며 “타선의 무게감이 너무 떨어져 있다. 대타로 나가야 할 선수들이 선발 라인업에 들어가 있으니 대타로 쓸 선수가 없을 정도다”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지난 29일 삼성전에서도 고민은 고스란히 드러났다. KT는 여러 차례 득점 기회를 잡고도 좀처럼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0-4로 뒤진 9회 대타 오윤석의 투런 홈런이 터졌지만 결국 2-4로 패했다.
이강철 감독은 “찬스를 잡아도 이어가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힐리어드 없이 1경기만 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우천 취소로 KT는 힐리어드 없이 삼성과 치러야 했던 두 경기를 나중으로 미루게 됐다. 다시 만날 때는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관심은 힐리어드의 복귀 시점이다. KT는 다음 주 수원에서 한화 이글스와 3연전을 치른 뒤 광주로 이동해 KIA 타이거즈와 맞붙는다.
이강철 감독은 “화요일부터 와야지. 로건이 힐리어드와 통화했다는데 아기를 보고 있다고 하더라”며 “아무래도 아기를 보느라 피곤할 테고 운동도 제대로 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화 3연전 때 연습을 좀 하다가 KIA전부터 제대로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당장 순위표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KT는 29일 삼성에 패하면서 선두 자리를 내주고 2위로 내려앉았다. 하지만 이 감독은 전날 맞대결을 통해 오히려 자신감을 얻었다. “다음에 만나면 해볼 만하겠더라”.
힐리어드와 장성우가 빠진 가운데서도 선두 삼성을 상대로 기회를 만들었다. 비로 미뤄진 두 경기를 다시 치를 때는 적어도 힐리어드가 타선에 돌아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선두 자리는 내줬지만 완전체가 아닌 상황에서 삼성과의 맞대결 두 경기를 아껴둔 KT. 그래서 이강철 감독에게 30일 대구에 내린 비는 그 어느 때보다 반가웠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