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김연경 타령’만 할 건가…日에 7연속 0-3 패배→AG 2회 연속 노메달, 韓 여자배구 처참한 현주소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26.09.24 00: 10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속담이 있다. 곁에 있을 때는 존재의 크기를 미처 깨닫지 못하다가 떠난 뒤에야 빈자리를 절감한다는 의미다.
지금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을 바라보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말이다. ‘배구 여제’ 김연경이 태극마크를 내려놓은 뒤 시간이 흘렀지만 그의 빈자리는 여전히 크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차상현 감독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아시안게임에 가서 메달의 색깔을 한 번 만져보는 게 선수들과 지금 현재의 바람”이라며 메달 획득을 목표로 내걸었다.

출발은 순조로웠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홍콩, 카타르, 베트남을 차례로 꺾고 4강에 올랐다. 목표로 삼았던 메달까지 단 한 걸음만 남겨둔 듯했다.
하지만 진짜 승부가 시작되자 냉혹한 현실과 마주했다. 준결승에서 만난 일본에 세트 스코어 0-3으로 완패했다. 일본전 7경기 연속 0-3 패배. 한 세트조차 빼앗지 못하는 흐름이 이번에도 반복됐다.
동메달 결정전에서도 반전은 없었다. 태국에 또다시 세트 스코어 0-3으로 패했다. 준결승과 동메달 결정전에서 6세트를 치르는 동안 단 한 세트도 가져오지 못한 채 대회를 마쳤다.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5위에 이어 이번에는 4위. 두 대회 연속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이럴 때마다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이름이 있다. 김연경이다. 김연경이 대표팀의 중심을 지켰던 시절 한국 여자배구는 세계 정상급 팀들과 당당히 맞섰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서 4강에 올랐고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8강에 진출했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다시 한번 4강 신화를 썼다.
아시안게임에서도 꾸준히 시상대에 올랐다. 2010 광저우 대회 은메달에 이어 2014 인천 대회에서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도 동메달을 따냈다. 김연경의 존재감이 그만큼 압도적이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제 ‘김연경이 있었다면 어땠을까’라는 가정만 되풀이할 수는 없다. 김연경은 이미 대표팀에서 은퇴했고 선수 생활에도 마침표를 찍었다. 한국 여자배구가 풀어야 할 문제는 김연경의 빈자리를 아쉬워하는 것이 아니라 왜 아직도 그 빈자리가 이토록 크게 느껴지는지를 돌아보는 일이다.
어쩌면 김연경이라는 걸출한 선수에게 너무 오랫동안 의존했던 대가일 수도 있다. 공격이 풀리지 않을 때 해결해주고, 승부처에서는 에이스 역할을 해내며, 코트 안팎에서 대표팀의 중심까지 잡아줬다. 김연경이라는 확실한 해답이 존재했던 동안 그 이후를 얼마나 충실하게 준비했는지는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제2의 김연경’을 찾는 것만이 해답일 수도 없다. 김연경과 같은 선수가 다시 등장하기만을 기다리는 대신 한 명의 슈퍼스타가 없어도 국제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는 선수층과 시스템을 만드는 게 먼저다.
오는 10월 31일에는 2026-2027 V-리그 정규시즌이 막을 올린다. 화려한 흥행과 국내 무대의 인기만으로 한국 여자배구의 경쟁력을 설명하기에는 대표팀이 국제 무대에서 받아든 성적표가 너무나 무겁다.
리그가 대표팀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유망주가 국제 무대에서 통할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육성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선수 발굴부터 육성, 출전 기회, 국제 경쟁력 강화까지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연경은 한국 여자배구에 수많은 영광을 안겼다. 그러나 언제까지 김연경의 이름을 불러야 할까.
2회 연속 아시안게임 노메달이라는 결과는 단순한 실패 이상의 질문을 던진다. 이제 한국 여자배구가 찾아야 할 것은 ‘포스트 김연경’ 한 명이 아니라 김연경 없이도 강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것이 지금 한국 여자배구가 풀어야 할 가장 중요한 숙제다. /wha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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