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손흥민(34, LAFC)이 밝은 미소와 함께 승리의 공을 동료들에게 돌렸다. 시원한 승리로 월드컵의 아픔도 조금이나마 씻어냈다.
로베르토 모레노 임시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FIFA 랭킹 32위)은 2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9월 A매치 평가전에서 에콰도르(FIFA 랭킹 25위)를 3-0으로 제압했다. 모레노호는 마찬가지로 마르셀로 가야르도 감독의 데뷔전이었던 에콰도르를 제물 삼아 기분 좋게 첫 단추를 끼웠다.
후반에만 3골이 터졌다. 후반 9분 오현규의 중거리 슈팅이 수비에 맞고 굴절되면서 모레노 감독 체제 1호 골이 됐다. 4분 뒤 손흥민이 환상적인 오른발 프리킥으로 추가골을 뽑아냈고, 후반 41분 손흥민 대신 교체 투입된 이동경이 팀의 세 번째 골을 터트리며 쐐기를 박았다.

이번 에콰도르전은 실패로 끝난 2026 북중미 월드컵 이후 첫 대표팀 경기이기도 했다. 한국 축구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조별리그 3차전에서 손흥민과 이재성을 선발 제외한 가운데 0-1로 충격패하며 탈락했고, 홍명보 감독은 자진 사퇴했다. 이제는 모레노 감독과 새로운 출발에 나서고 있는 대표팀이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만난 손흥민은 이번 승리의 의미를 묻자 신중하게 답했다. 그는 "앞서 얘기했다시피 월드컵을 생각하면 당연히 마음이 너무 아프다. 선수들뿐만 아니라 팬분들도 같은 심정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결국엔 이런 경기로 다시 보여드리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손흥민은 "나도 되게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오늘 한 경기로 모든 게 너무 업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면서도 "일단은 가장 즐거웠다. 선수들이 이렇게 경기장에서 즐겁게 플레이하고, 선수들끼리 얘기도 많이 하고 했다. 경기를 뛰면서 즐거웠다. 그런 부분이 계속되면서 선수들끼리 호흡도 좋아졌다"고 덧붙였다.
그 덕분에 짧은 시간만 훈련하고도 3-0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손흥민은 "준비 시간이 되게 짧아서 '잘 될까' 했는데, '기본적인 것을 충실히 경기에서 하자'라고 선수들과 얘기했다. 그런 것들을 잘해줘서 더 재밌게 좋은 경기로 조금이나마 팬분들을 위로해 드릴 수 있었던 거 같다. 마음이 완전히 편하진 않지만, 좋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각이 거의 없는 위치에서도 멋진 프리킥을 꽂아넣은 손흥민. 그의 골에는 숨은 조력자 김민재가 있었다. 손흥민은 "사실 원래 그쪽 위치에서는 슈팅할 생각을 거의 안 한다. 그런데 민재 선수가 공을 주더니 '슈팅 때려'라고 얘기를 했다. 자기가 선수들을 골대 앞으로 많이 붙이겠다고 했다. 골키퍼 위치를 보니까 니어포스트 쪽으로 많이 당겨와 있더라"고 되돌아봤다.
그는 "그래서 그쪽을 보고 슈팅을 때렸다. 그다음에는 사실 운이다. 그렇게 구석으로 들어가는 건 당연히 기술도 필요하만, 결국 그쪽으로 정확히 들어간 건 운도 필요한 거다. 운과 민재 선수의 공이 크지 않나 생각한다"며 미소 지었다.
다소 답답한 전반을 보냈지만, 후반 들어 3골을 몰아친 한국이다. 손흥민은 어떤 변화가 있었냐는 질문에 "경기를 하다 보면 45분만 보는 건 아니다. 감히 다른 스포츠를 예로 들자면, 복싱에서 잽을 계속 날리는 이유가 나중에 큰 스트라이크를 날리기 위해서 계속 빌드업을 하는 거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당연히 45분 동안은 우리도 처음 호흡을 맞춰보고, 감독님이 지시하시는 걸 운동장에서 처음 해보는 거였기 때문에 시간이 조금 걸렸다. 후반에는 상대 선수들도 지쳐가면서 우리가 원하는 플레이를 조금 더 편안하게 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한 골이 나오고, 상대는 조급해지고, 우리가 타이밍마다 골을 잘 기록해서 수월하게 진행됐다"고 덧붙였다.

손흥민은 이날 득점으로 손흥민은 A매치 통산 57골을 기록했다. 역대 최다 득점자 차범근(58골)과 격차는 이제 단 한 골. 그는 개인 기록 이야기가 나오자 "나보다 기자분들이 더 신경을 많이 쓰시는 것 같다"라고 웃으며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나오니까 신경을 안 쓰려고 해도 안 쓸 수가 없는 거 같다"고 전했다.
손흥민은 "대표팀에서 뛰는 건 항상 영광스러운 자리라고 생각하고 있고, 절대 당연하게 생각한 적 없다. 지금까지 많은 A매치에서 많은 골을 넣었지만 다 내 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많은 선수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고, 함께했던 감독님들, 코치님들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손흥민은 "나중에 언제든 그 기록이 깨진다고 해도 내 자랑거리라기보다는 모든 동료와 모든 스태프분들, 뒤에서 응원해주신 팬분들께 감사하다는 생각이 먼저 떠오를 거 같다"고 덧붙였다.
/finekos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