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펑펑 운 적 없었는데…" 벌랜더 아름다운 마무리, 초미녀 아내와 낭만파 감독이 몰래 준비한 '깜짝 피날레'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6.09.28 04: 39

[OSEN=이상학 객원기자] 이렇게 아름다운 마무리가 있었을까. 
사이영상 3회를 수상하며 통산 266승 3560탈삼진을 기록한 ‘금강불괴’ 저스틴 벌랜더(43·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은퇴 경기 마지막 순간은 한편의 감동 드라마였다. A.J. 힌치 디트로이트 감독이 심판에게 투수 교체를 알린 뒤 손짓을 하자 한 소녀가 마운드로 뛰어갔다. 벌랜더의 7살 딸 제너비브였다. 전혀 예상 못한 딸의 깜짝 마운드 방문에 벌랜더는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쏟아냈다. 
벌랜더는 지난 27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미시건주 디트로이트 코메리카파크에서 열린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홈경기에 선발등판, 5⅓이닝 5피안타(2피홈런) 1볼넷 6탈삼진 2실점으로 막아냈다. 지난 3월31일 시즌 첫 등판 이후 6개월 만의 복귀전이자 은퇴 경기에서 최고 시속 95마일(152.9km) 강속구를 뿌리며 역투했다. 

[사진] 저스틴 벌랜더 가족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진] 디트로이트 저스틴 벌랜더가 은퇴 경기에서 딸 제너비브의 손을 잡고 마운드를 내려가고 있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비록 승리투수는 되지 못했지만 벌랜더에게 이보다 더 아름다운 마무리가 없었다. 6회 선두타자 브랜든 로우를 포수 파울플라이로 처리한 뒤 힌치 감독과 벌랜더의 모델 아내 케이트 업튼이 준비한 깜짝 이벤트가 펼쳐졌다. 미국 ‘디애슬레틱’에 따르면 힌치 감독은 며칠 전 업튼에게 연락해 벌랜더를 놀라게 할 방법을 찾았고, 딸 제너비브를 투수 교체 때 마운드에 올리는 것으로 준비했다. 
힌치 감독은 “우리는 벌랜더에게 예상치 못한 순간을 선물하고 싶었다. 그는 누구보다 워낙 계획적이라 놀라게 하기가 정말 어려운 사람이다. 그래서 얼마 전 벌랜더의 아내 업튼에게 연락을 했고, 그에게 특별한 순간을 만들어줄 방법을 같이 고민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7년 휴스턴 애스트로스 시절부터 벌랜더와 오랜 시간을 함께한 힌치 감독은 “지난 7년간 그와 나눈 대화의 많은 부분이 아버지로서의 자부심에 관한 것이었다. 그래서 자녀 중 한 명과 그 순간을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깜짝 이벤트를 세심하게 기획했다. 아들 벨라미도 있었지만 아직 1살밖에 안 돼 마운드로 직접 걸어갈 수 있는 딸을 낙점했다. 
[사진] 디트로이트 저스틴 벌랜더가 은퇴 경기에서 6회 교체되기 전 딸 제너비브와 포옹하고 있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순간을 연출하기 위해선 벌랜더의 호투가 필요했다. 고관절과 햄스트링 부상 이후 6개월 동안 등판이 없었기 때문에 벌랜더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교체 타이밍을 적절하게 잘 잡을 수 있을지 불투명했다. 하지만 벌랜더는 5회까지 2실점으로 막았고, 6회 첫 타자를 잡으며 주자 없는 깔끔한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갈 수 있게 됐다. 
그 전날(26일) 은퇴 헌정 행사에서 딸의 시구를 받으며 환한 미소를 지었던 벌랜더는 딸의 깜짝 마운드 방문에 눈물샘이 터졌다. 경기 내내 감정을 잘 유지했지만 마지막 순간에 버티지 못했다. 힌치 감독을 비롯해 선수들과 포옹을 나눈 벌랜더는 딸의 손을 잡고서 마운드를 내려갔고, 기립박수를 보내는 관중들에게 모자 벗어 화답했다. 이어 3루 덕아웃 앞에서 1살 된 아들을 안고 맞이한 아내 업튼과 포옹하며 마지막 순간을 장식했다. 
경기 후 벌랜더는 “제너비브가 달려나오는 그 순간까지 꿈에도 몰랐다. 전혀 예상 못했고,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정말 놀라웠고, 펑펑 울었다. 딸에게 기뻐서 우는 거라는 말을 꼭 해줘야만 했다. 내가 그렇게 우는 모습을 딸은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며 또 울컥했다. 
[사진] 디트로이트 저스틴 벌랜더가 딸을 안은 채 A.J. 힌치 감독과 인사하고 있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어 그는 “5살 때부터 야구를 시작해 모든 것을 다 바쳤다. 야구를 하느라 딸이 학교에 다닐 때도 곁을 지켜주지 못했다”며 “무언가에서 위대해지기 위해선 그만큼 헌신이 필요하다. 딸이 이 마음을 이해해주길 바란다. 딸과 우리 가족은 내게 세상의 전부다. 잃어버린 시간을 만회할 기회를 얻게 돼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에서 21시즌 동안 롱런한 벌랜더는 커리어 후반 거듭된 부상과 외부의 의심을 이겨내는 데 있어 아내 업튼이 큰 힘이 되어줬다고 고마워했다. 아버지가 된 후에 분노 대신 사랑을 통해 동기 부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밝힌 벌랜더는 “어린 딸과 시간을 보낸 다음에는 화를 낼 수가 없었다. 그건 불가능하다. 가족들 덕분에 난 다른 사람이 됐다. 가족과 함께 경기장을 떠나며 선수 생활을 마무릴하는 게 내가 꿈꿔온 이상이었다”며 꿈이 이뤄진 날이라고 했다. 
부상을 딛고 은퇴 경기를 위해 다시 마운드에 오른 벌랜더의 투지에 아내 업튼도 감격했다. 업튼은 “한편의 동화 같았다. 내가 본 것 중 가장 저스틴 벌랜더다운 모습이었다”며 “감동적인 하루였다. 나만큼 남편을 사랑하는 디트로이트 도시와 팬들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기뻐했다. /waw@osen.co.kr
[사진] 디트로이트 저스틴 벌랜더가 은퇴 경기를 마무리한 뒤 눈물을 훔치고 있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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