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이라는 전제를 다는 것 자체가 부질 없다.하지만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한동희가 올해 풀타임을 뛰었다면 어떤 결과를 만들어냈을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팬들은 행복하다. 가을야구 탈락이 임박한 롯데 팬들에게는 마지막으로 남은 행복회로다.
한동희는 2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정규시즌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 0-2로 뒤진 4회 무사 1루 상황에서 키움 선발 전준표의 146km 패스트볼을 밀어쳐서 우측 담장을 넘기는 동점 투런포를 쏘아 올렸다. 시즌 23번째 홈런. 칠 때마다 개인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거포 잠재력이 완전히 터졌다. 더 이상 타석에서 조급해 하지 않는다. 타석에서 확신이 없었던 불안하고 나약한 유망주가 아니다. 이제는 다른 팀들에게 확실한 위협을 주는 거포, 4번 타자로 거듭났다. 현재 한동희의 시즌 성적은 99경기 타율 3할4리(375타수 114안타) 23홈런 73타점 OPS .907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팀이 치른 134경기 중 35경기를 결장했다. 시즌 초반 두 차례의 내복사근 부상과 햄스트링 부상, 부상에서 야기된 슬럼프로 1군을 떠나 있었다.


6월 중순에 복귀한 한동희는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거포의 자질, 4번 타자의 자격을 뽐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상무 소속으로 퓨처스리그를 폭격했던 그 모습으로 1군 무대에서도 공포의 거포가 됐다. 다른 선수들보다 더 적은 타석을 소화했지만 홈런 공동 8위에 자리하고 있고, 타석 생산력을 쉽게 표현하는 OPS 지표에서도 리그 공동 7위에 올랐다. 리그 상위 10명, 토종 타자로는 상위 5명 안에 꼽을 수 있는 선수로 이제는 불려도 무방하다.
만약 올 시즌 144경기 풀타임을 소화했다면, 거포들의 상징과도 같은 기록인 30홈런 100타점도 충분히 가능했을 페이스다. 18.22타석 당 홈런 1개를 치고 있었던 한동희였기에 풀타임 600타석을 소화했다고 가정하면 33홈런을 칠 수 있는 페이스였다. 타점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가정하면 106타점 가량을 생산할 수 있었다.

‘만약’이라는 것만큼 부질없는 것도 없다. 하지만 한동희의 30홈런 100타점이라는 상상 자체가 행복의 나래를 펼칠 수밖에 없는 결과다. 가을야구 탈락이 거의 확실해지고 있는 현재 시점에서 롯데 팬들이 마지막 행복회로를 돌릴 수 있는 건 한동희가 진정한 거포로 거듭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다.
경기 후 한동희는 “4회 홈런 타석에서는 초구부터 존 안에 들어오면 자신감 있게 스윙을 하려고 했다. 직구가 들어왔고, 담장을 넘기는 동점 홈런으로 이어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올 시즌을 돌아보면, 부상으로 빠져 있는 기간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안정감을 찾은 시간이었다. 전반기에는 그 안정감을 찾는데 시간을 썼다면, 후반기에는 자신감을 갖고 타석을 소화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말하면서 “지난 타석의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다음 타석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자신감 있게 타석을 소화했던 시간이 누적되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시즌을 되돌아봤다.

홈런 수치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고 있다. 많이 치면 좋겠지만, 자신감 있게 좋은 타구를 만든다는 생각만 갖고 타석에 들어가고 있다”고 말하면서 “당장의 개수라는 결과보다는 어떻게 꾸준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더 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