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주춤해도 최형우는 최형우였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맏형’ 최형우가 가장 필요한 순간 결정적인 한 방을 터뜨렸다. 승부의 흐름을 단숨에 가져온 초강력 펀치였다.
최형우는 지난달 30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홈경기에 5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했다.
최근 타격 페이스는 좋지 않았다. 이날 경기 전까지 9월 17경기에서 타율 2할3푼1리(65타수 15안타) 1홈런 10타점 3득점에 그쳤다. 최근 10경기로 범위를 좁히면 타율 1할7푼9리(39타수 7안타) 1홈런 6타점 2득점이었다.

하지만 박진만 감독의 믿음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박진만 감독은 “타격에는 사이클이 있다. 점차 올라올 것이다. 경험이 풍부한 선수이기 때문에 분명히 좋아질 것”이라고 변함없는 신뢰를 보냈다.

사령탑의 믿음에 최형우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응답했다. 삼성이 3-2로 쫓긴 5회말. 김성윤의 중전 안타와 르윈 디아즈의 우전 안타로 2사 1,3루 기회를 잡았다. 앞선 두 타석에서 좌익수 파울 플라이와 2루 땅볼로 물러났던 최형우가 타석에 들어섰다.
이번에는 달랐다. 최형우는 한화 선발 오웬 화이트의 초구 148km 직구를 기다렸다는 듯 잡아당겼다. 힘차게 뻗은 타구는 우중간 담장을 넘어갔다. 1점 차 불안한 리드를 단숨에 6-2로 벌리는 결정적인 스리런이었다.
삼성은 최형우의 한 방을 앞세워 한화를 6-2로 꺾고 지난 22일 대구 NC 다이노스전 이후 4연승을 질주했다.
정작 최형우 본인은 자신의 홈런이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경기 후 최형우는 “타격감이 진짜 안 좋았다. 그래도 후배들이 잘해준 덕분에 앞서고 있었기 때문에 부담이 크지는 않았다”며 “개인적으로 부진이 엄청 길었다고 생각한다. 후배들이 정말 잘해주고 있으니 나만 좋아지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홈런은 내가 생각해도 신기하다”고 웃었다.

이어 “홈런이 나올 수가 없는 타격감인데 하늘에서 도와준 것 같다”며 “첫 번째와 두 번째 타석에서 구위에 밀렸다. 볼카운트가 불리해지면 내가 질 것 같아서 직구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게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홈런보다 먼저 떠올린 건 ‘캡틴’ 구자욱이었다. 구자욱은 1회 2루 슬라이딩 과정에서 왼쪽 햄스트링에 통증을 느껴 교체됐다.
최형우는 “자욱이가 걱정이다. 진짜 별일 없어야 하는데”라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박진만 감독도 베테랑의 결정적인 한 방에 박수를 보냈다. 그는 “1회 디아즈의 선취점과 2회 이재현의 2점 홈런으로 기선을 제압한 뒤 추격을 당한 상황에서 최형우가 꼭 필요한 시점에 결정적인 3점 홈런을 터뜨려 승리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타격감이 아무리 좋지 않아도 승부처에서는 달랐다. 그리고 자신의 결정적인 홈런보다 다친 후배를 먼저 걱정했다. 삼성이 최형우를 ‘맏형’이라 부르는 이유가 고스란히 드러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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