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만 하면 과정은 필요 없다!" MLB판 노시환인가, 다저스 FA 실패작 '결과론' 증명할 수 있나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6.10.02 00: 50

[OSEN=이상학 객원기자] LA 다저스 외야수 카일 터커(29)의 2026시즌은 실망과 좌절, 시련의 연속이었다. 지난겨울 다저스와 4년 2억4000만 달러 대형 FA 계약을 체결한 터커는 지불 유예금이 반영된 연평균 금액(5710만 달러)으로는 리그 역대 최고 대우를 받았다. 커리어 내내 큰 부진 없이 꾸준했던 선수라서 기본은 해줄 줄 알았는데 믿기지 않는 부진 속에 ‘FA 먹튀’로 전락했다. 
올 시즌 154경기 타율 2할3푼3리(540타수 126안타) 17홈런 70타점 출루율 .330 장타율 .385 OPS .715로 풀타임 메이저리거가 된 2020년 이후 최악의 부진에 빠졌다. 이것도 그나마 시즌 막판 끌어올린 성적이다. OAA -8로 수비까지 무너지며 점잖기로 소문난 다저스타디움 홈팬들로부터 야유를 받기도 했다. 
다저스 이적 후 전 소속팀 시카고 컵스 익명의 직원이 터커에 대해 “천부적 재능을 가졌지만 열정이 전혀 없다”고 험담한 것도 재평가됐다. 무표정이 트레이드마크인 터커가 생기 잃은 사람처럼 뒤자 팬들은 열정이 없고, 야구를 좋아하지 않으며, 그저 직업으로만 대한다는 냉소적인 비판을 쏟아냈다. 

[사진] LA 다저스 카일 터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터커도 이 같은 평판을 모르지 않는다. 지난 1일(이하 한국시간) ‘디애슬레틱’과의 인터뷰에서 터커는 “내가 지금 받는 연봉을 받든 1달러를 받든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그저 경기장에 나가 어떤 상황이든 최선을 다해 뛰려고 할 뿐이다”며 가을야구에서 만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다저스는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하며 디비전시리즈에 직행했고, 터커에게도 가을야구에서 만회할 기회가 남아있다. 그는 “다저스에서 보낸 시간은 즐거웠다. 경기력이 좋았다면 더 재미있었을 것이다. 더 잘하기 위해 이곳에 왔는데 1년 내내 공을 제대로 맞히지 못해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한 부분은 재미가 없었다”며 “팬들과 우리 선수들 모두 월드시리즈 우승을 기대한다.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면 과정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목표에 도달하는 것뿐이다”고 말했다. 
[사진] LA 다저스 카일 터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결과만 좋으면 과정은 필요하지 않다는 말. 얼마 전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낸 뒤 논란이 된 한국야구대표팀 주장 노시환(한화 이글스)의 발언과 같다. 스포츠에선 해피엔딩이 가장 중요하긴 하지만 과정을 마냥 무시해선 안 된다. 디애슬레틱은 터커의 부진 이유를 파헤치기 위해 다저스 구단 관계자들을 면밀하게 인터뷰했다. 
기술적으로는 지난해 6월 컵스에서 슬라이딩을 하다 오른손 골절상을 당한 게 문제였다. 로버트 반 스코욕 다저스 타격코치는 “그게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그 부상으로 터커의 스윙에 이전에 없던 패턴이 생겼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통증을 피하기 위해 새로운 패턴이 생긴 것이다”고 설명했다. 다저스에 와서 갑자기 부진한 게 아니라 지난해 후반기 컵스 때부터 부상으로 인해 스윙에 나쁜 습관이 생겼다는 것이다. 
터커는 원래 손이 먼저 홈플레이트 쪽으로 움직인 뒤 배트 중심이 뒤따라가는 스타일이었는데 올 시즌에는 배트가 너무 빠르게 나와 손과 동시에 홈플레이트 쪽에 도달하면서 밸런스가 깨졌다. 조정 과정에서 터커가 다저스 타격 파트를 신뢰하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했다. 몇 달에 걸쳐 터커의 타격 데이터를 수집한 뒤 본격적인 조정에 들어갔다. 
[사진] LA 다저스 카일 터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또 다른 타격코치 애런 베이츠는 “마치 아이들이랑 대화하는 것과 비슷하다. 새로운 곳에 오면 누구나 경계심을 갖기 마련이다”고 말했다. 반 스코욕도 “우리 모두 터커와 좋은 관계를 맺고 있지만 신뢰는 진짜여야 한다. 가짜여선 안 된다. 자연스럽게 형성돼야 한다”고 거들었다. 
내성적인 터커는 속 터놓고 이야기하는 성격이 아니다. 브렌트 워커 다저스 멘탈스킬코치는 “우리 모두 그와 대화하려고 노력했다. 그는 꽤 내성적인 사람이고, 힘든 한 해를 보냈다”며 대형 계약으로 인한 심리적인 부담을 이야기했다. “터커는 이전에 이런 금액을 받은 적이 없다. 계약에 걸맞은 선수로서의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다저스는 우승을 해야만 하는 팀이고, 여기서 실패하면 단순히 자기 자신만 실패하는 게 아니다. 모든 사람들을 실망시키는 것 같은 기분이 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 워커 코치의 말이다. 
터커가 열정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워커 코치는 “심리적인 측면에서 말하자면 의욕 없는 사람은 화를 내지 않는다. 무관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터커는 그렇지 앟다. 경기가 안 풀리면 좌절하고, 실망하는 식으로 반응한다”며 경기 후에도 밤 늦게까지 배팅 케이지에서 타격 연습을 하는 선수라고 강조했다. 
[사진] LA 다저스 카일 터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터커는 “결국 중요한 건 성적이다. 잘 치면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못 치면 문제가 되는 것이다”며 열정이 부족한 듯한 모습에 대해서도 “난 경기장에서 소리를 지르거나 뛰어다니는 스타일은 아니다. 안타를 치는 것이 내 일이다”고 답했다. 베테랑 내야수 미겔 로하스는 “터커는 좋은 동료다. 경기장에서 결과를 내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노력했지만 야구는 열심히 한다고 해서 바로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니다”며 안타까워했다. 
최악의 시즌이었지만 다저스 동료들의 도움으로 버틸 수 있었다. 로하스는 터커에게 남미식 카드 게임을 가르치며 선수들과 어울리게 도왔고, 판타지 풋볼을 통해서도 유대감을 형성했다. 터커는 “1년 내내 가족보다 동료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동료들 덕분에 재미있었다. 매일 경기장에서 같은 일을 반복하다 보면 조금 지루해질 수 있는데 동료들이 저녁 식사나 외출 등을 통해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그 일원이 될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사진] LA 다저스 카일 터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규시즌은 끝났지만 10월 가을야구가 기다리고 있다. 가을야구는 또 다른 무대다. 터커는 “부상이나 과거 있었던 일을 탓하고 싶지 않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이제 나가서 결과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거듭된 부진에도 터커를 빼지 않고 시즌 끝까지 주전으로 쓴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도 “적절한 시기에 활약한다면 모든 것은 잊혀진다”며 역시 결과론을 강조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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