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구에로의 기적' 연기처럼 사라질 위기...'허위 계약' 파문에 맨시티 우승 역사 흔들, 英 매체 "선수들은 더 큰 게임 속의 말이었다"
OSEN 정승우 기자
발행 2026.10.02 11: 20

트로피는 직접 들어 올렸고, 환희도 몸으로 느꼈다. 그런데 그 모든 순간을 떠받친 구단의 성공이 부정행위로 얼룩졌다는 평가를 마주했다.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이 지키려는 것은 우승 기록만이 아니다. 자신의 전성기와 그 시절의 기억이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1일(한국시간) 로런스 오스틀러의 논평을 통해 맨시티 재정 규정 위반 사태를 바라보는 전·현직 선수들의 반응을 조명했다. 매체는 이들이 자신이 알던 구단을 잃은 듯한 슬픔을 겪고 있다고 해석했다.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독립위원회는 맨시티가 2009년부터 2018년까지 프리미어리그 규정을 100건 넘게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선수들은 구단을 옹호하면서도 자신의 우승과 명성이 흔들리는 상황에 서로 다른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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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리(30, 바르셀로나)는 구단의 결백을 믿었다. 그는 "나는 구단이 무죄라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이룬 것을 우리에게서 빼앗을 수는 없다"라고 강조했다.
조 하트(39)도 자신이 만든 성과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는 "맨시티에서 내가 한 일과 우리가 팀으로 이룬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것은 달라지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게 달라졌다고 말하기 전까지는 달라지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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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마이카 리차즈(38)는 충격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위원회의 40쪽짜리 핵심 결정문이 공개된 뒤, 프리미어리그가 사용한 '허위 계약'이라는 표현에 무너졌다고 털어놨다.
리차즈는 "프리미어리그가 사용한 '허위 계약'이라는 말을 보고 완전히 참담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14세부터 그 구단에 있었다. 그 구단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바칠 수 있었다. 정말 참담하다. 그들이 쓴 표현은 가슴을 아프게 한다. 심각한 잘못을 드러내는 말들이다. 슬프고 화가 난다"라고 밝혔다.
인디펜던트는 이런 반응을 상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에 빗댔다. 로드리의 발언에서는 부정을, 하트에게서는 자신의 성과를 지키려는 태도를, 리처즈에게서는 분노와 깊은 슬픔을 읽었다.
물론 선수들만 피해를 입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매체는 경쟁 구단들이 우승과 상금을 놓쳤고, 일부는 핵심 선수까지 빼앗겼다고 지적했다. 팬들은 수년 동안 거짓을 믿었으며, 수백 명의 맨시티 직원은 당혹감과 혼란 속에서 자신의 미래를 걱정하게 됐다는 것이다.
선수들은 그동안 성공의 혜택을 누렸다. 경기장에서는 트로피와 찬사를 받았고, 밖에서는 막대한 보수를 얻었다. 매체는 후이 핀투의 폭로로 구단의 재정 의혹과 내부 이메일이 공개된 이후에도 맨시티 입단을 선택한 선수들이 있었다는 점을 짚었다.
그럼에도 과거 선수들의 반응에는 단순한 구단 옹호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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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시티는 그들을 더 높은 무대로 올려놓은 구단이다. 다시 방문하면 여전히 특별한 대우를 받는 곳이기도 하다. 선수들은 자신의 메달과 우승 기록을 지키려 하지만, 더 깊은 곳에서는 자신이 살아온 시간의 의미를 지키려 한다는 분석이다.
우승 퍼레이드와 사진, 동료들과 나눈 환희가 선수들의 정체성 일부가 됐다. 자신의 전성기를 바친 성공의 토대가 흔들리자, 그 시절의 기억까지 공격받는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하트에게 2012년은 그런 시간이었다. 세르히오 아구에로가 퀸스파크 레인저스를 상대로 극적인 결승골을 터뜨리며 맨시티의 첫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확정한 순간, 하트는 반대편 골문에 있었다. 5만 관중이 지켜보는 경기장에서 팔을 벌리고 달렸고, 장갑을 쥔 채 소리를 질렀다. 뒤를 돌아보며 실제로 일어난 일인지 확인하고 다시 환호했다.
인디펜던트는 이제 그 골과 그 순간에 따라붙은 모든 의미가 위협받고 있다고 표현했다.
우승 기록이 삭제될 것인지, 당시의 골과 도움, 무실점 기록은 그대로 남을 것인지 질문을 던졌다. 케빈 더 브라위너를 영입할 재정적 여력이 정당하게 마련되지 않았다면 그의 올해의 선수상은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 뱅상 콤파니의 프리미어리그 명예의 전당 입성에도 영향을 줘야 하는지 물었다.
이는 확정된 조치를 전한 것이 아니라, 이번 사태가 선수들의 기록과 명성에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따져 묻는 논평의 문제 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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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는 이번 문제가 축구장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고도 강조했다. 아부다비 자금이 맨체스터에서 빠져나갈 가능성에 대한 정치권의 우려, 칼둔 알 무바라크 회장의 외교적 면책특권, 에티하드항공의 프리미어리그 상대 법적 대응 검토 등을 거론했다.
인디펜던트는 현대의 맨시티가 아부다비의 영국 스포츠·문화·부동산·경제 진출을 위한 프로젝트였다고 평가했다. 신뢰도를 높이려던 사업이 오히려 규정 위반 문제로 그 신뢰를 훼손하게 됐다는 비판이다.
논평의 마지막은 선수들에게 향했다. 매체는 시간이 지나면 이들 역시 자신이 훨씬 큰 게임 속의 말이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선수들이 흘린 땀과 직접 경험한 환희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 성공을 가능하게 한 구단의 운영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는지는 별개의 질문이다. 인디펜던트는 맨시티 선수들이 이제 그 불편한 현실과 마주하고 있다고 봤다. /reccos23@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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