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수비에 참여한다고 조직적인 수비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어디서 압박을 시작하고, 뒤의 선수들이 얼마나 가까이 지원할 것인가. 모레노호가 풀어야 할 문제다.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2일 오후 8시 울산종합운동장에서 베네수엘라와 맞대결을 펼쳐 0-0으로 비겼다. 에콰도르전 3-0 승리, 우루과이전 1-4 패배에 이어 모레노 감독 부임 후 세 번째 경기에서 무승부를 기록했다.
모레노 감독은 경기 전 "열한 명 모두 수비하고 공격한다"라는 원칙을 강조했다. 공격수 오현규를 두고도 "첫 번째 수비수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최전방부터 수비에 참여해 팀 전체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축구 전술의 아버지' 리누스 미헬스와 그를 계승한 '천재' 요한 크루이프가 떠오르는 발언이었다.

베네수엘라전에서는 그 원칙을 실제 경기에서 구현하는 방법이 과제로 남았다. 압박은 앞선 선수가 상대에게 달려드는 것만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첫 번째 압박이 시작됐을 때 중원이 패스 길을 좁히고, 수비진도 간격을 조정해야 한다. 앞선과 뒷선의 거리가 벌어지면 상대는 첫 압박을 벗어난 뒤 전진할 공간을 얻는다.
한국은 이날 압박도 선수별로 제각각, 또, 압박하는 상황에서의 선수들끼리의 간격도 엉망이었다. 오히려 베네수엘라가 패스를 집어넣는 데 도움이 될만한 '간격'을 제공했다.
이날 한국은 베네수엘라의 공격을 골문에서 막아내는 장면을 반복했다. 전반 10분 카세레스의 직접 프리킥을 송범근이 쳐냈고, 후반 14분에는 라미레스의 헤더를 몸을 날려 막았다.

후반 19분에도 라미레스가 박스 안에서 송범근과 일대일로 맞섰다. 송범근이 첫 슈팅을 막았고, 이어진 슈팅은 골망을 흔들었지만 오프사이드로 득점이 취소됐다. 후반 27분에는 베네수엘라의 슈팅이 굴절돼 골대를 때린 뒤 킨테로의 슈팅까지 이어졌다.
무실점이라는 결과와 별개로 상대가 위험 지역에 접근하는 과정은 돌아봐야 한다. 경기 통계에서 베네수엘라의 한국 박스 안 터치는 21회였다. 한국이 상대 박스 안에서 기록한 7회의 세 배다. 한국의 걷어내기도 32회로 베네수엘라의 13회보다 많았다.
이 수치만으로 압박 간격의 문제를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다만 무실점을 곧바로 수비 조직의 완성으로 평가하기도 어렵다. 송범근의 선방과 상대의 오프사이드, 골대가 한국을 지킨 장면도 있었다.

모레노 감독은 우루과이전 이후 "개인적인 실수보다 팀적인 실수"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해법 역시 팀의 움직임에서 찾아야 한다. 어느 위치에서 압박을 시작할지, 어떤 패스를 유도할지, 첫 압박 뒤의 공간을 누가 메울지 더 선명해져야 한다.
'전원 수비'라는 방향은 제시됐다. 이제 필요한 것은 열한 명이 같은 순간, 같은 목적을 갖고 움직이는 수비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