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에이스의 품격'을 증명한 엄지성(24, 스완지 시티)은 우승 후 금메달의 소중함을 외쳤다. 하지만 함께 뛴 양민혁(20, 베스테를로)은 '군 면제'를 강조했다. 같은 대표팀 내에서도 너무나 다른 이야기가 나왔다.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23세 이하(U-23) 대표팀은 3일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에서 개최국 일본을 1-0으로 꺾고 우승했다. 한국 축구는 아시안게임 최초의 4연속 금메달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이번에도 엄지성이 한국을 승리로 이끌었다. 후반 16분 양민혁이 끝까지 상대 수비를 압박해 공을 뺏은 뒤 크로스했다. 골키퍼가 몸을 날리며 손으로 건드렸지만, 멀리 쳐내지 못했다. 엄지성이 근처에 떨어진 공을 잡아낸 뒤 침착하게 수비를 따돌리고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우승의 1등 공신으로 활약한 엄지성이다. 와일드카드로 발탁돼 한국 공격을 책임진 그는 이번 대회 4골 4도움을 기록하며 득점과 도움 부문 모두 1위에 올랐다. 엄지성은 중국과 준결승에서 동점골과 역전골을 모두 어시스트했고, 결승전에선 직접 결승골까지 책임졌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엄지성은 100점에 가까운 답변을 내놨다. 그는 먼저 "길다면 길었던 여정이다. 우리가 원하는 결과로 마무리한 것 같아서 너무 고맙고, 고생했다고 얘기해주고 싶다"라며 동료들을 챙겼다.
병역 특례 이야기에도 금메달의 소중함을 먼저 얘기했다. 엄지성은 "병역 문제를 생각한다기보다는 모든 선수들이 금메달이라는 목표 하나로 모였다. 고생을 많이 했다. 결과를 얻어서 너무 기쁘다. 선수들에게 감사하다"라며 "(병역 혜택) 그 이후는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소속팀으로 돌아가 내가 해야 할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모두가 엄지성과 같은 생각은 아니었다. 양민혁은 우승의 기쁨에 너무 들뜬 탓인지 실언을 남기고 말았다. 그는 트로피 대신 메달을 받은 기분이 어떠냐는 질문에 "사실 이런 메달이냐 트로피냐는 정말 중요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양민혁은 "정말 저희가 보상받는 간 군 면제라는 보상이 있으니까, 그것 하나만 보고 경기를 했던 것 같다. 사실 트로피나 메달에 있어서는 중요하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메달인지 트로피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는 취지였겠지만, 군 면제 하나만 보고 경기를 했다는 언급은 너무나 큰 사족이었다.

마치 태극마크의 무게감은 뒤로 한 채 오직 군 면제만 생각하고 뛴 것처럼 들릴 수 있는 발언. 모두가 금메달을 위해 뭉쳤다는 엄지성의 발언과는 정반대였다. 자연스레 팬들 사이에선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양민혁만이 아니었다. 주장 이기혁도 병역 문제를 대하는 표현에서 차이가 있었다. 그는 "금메달을 못 땄으면 한국에 돌아가서 입대가 9일 남아 있었다. 선수들에게도 군대 면제가 되게 중요한 대회였다"라고 되돌아보며 메달이 무겁냐고 묻는 말에도 "군대 안 갑니다"라고 외쳤다.
여기에 박승수도 관중이 던져준 전역모를 장난스레 쓴 기념사진을 업로드하며 경솔하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물론 입대를 눈앞에 뒀던 이기혁의 안도감과 어린 나이에 군 문제를 해결하면서 커리어의 중대한 전환점을 맞은 양민혁과 박승수의 기쁨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감정을 공개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은 분명 옳지 못했다.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대다수 국민들이 얻지 못할 특혜를 얻은 만큼 이 자리에서 표출해야 할 건 병역 특례의 기쁨이 아닌 태극마크에 대한 자부심과 감사였다.

논란이 커지자 양민혁과 이기혁, 박승수 모두 빠르게 사과를 전했다. 대한축구협회까지 나서서 고개 숙이며 재발 방지를 위한 교육 강화를 약속했다.
하지만 팬들의 분노는 아직 가라앉지 않았고, 이들이 굴린 눈덩이는 어디까지 커질지 알 수 없다. 이미 정치권에서도 말을 얹었다. 안철수 의원은 "군대가 혐오시설이냐, 사람이 못 갈 곳이냐, 매년 입대하는 수많은 청년은 모두 호구냐. 국가대표로서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선수들의 의식이 이 정도라니 너무나 참담하다"라며 병역 혜택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웃나라 일본도 이번 사건을 눈여겨보고 있다. 일본 '론스포'는 "칭찬은커녕 비난 쇄도!"라며 "금메달 특전으로 병역 면제 혜택을 받게 된 일부 선수들이 경기 후 '병역 면제라는 보상. 그것만 바라보고 뛰었다', '군대에 가지 않는다' 등의 발언을 한 사실이 한국 내에서 거센 비판을 받았다"고 주목했다.
매체는 "일본을 1-0으로 꺾고 대회 4연패를 달성한 한국 대표팀이 큰 충격에 휩싸였다"라며 "이는 결국 대한축구협회와 선수들이 사과하는 이례적인 사태로 번졌다. 여기에 병역 면제 제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논쟁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라고 짚었다. 만약 정말로 병역 특례 제도에 변화가 생긴다면 선수들의 경솔한 발언은 두고두고 회자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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