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한때 야구를 그만두고 영화관에서 팝콘을 치웠던 알바생이 메이저리그 최강팀 LA 다저스를 제압했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가을 영웅으로 떠오른 좌완 투수 레이 커(32)의 인생 역전 스토리가 주목받고 있다.
커는 지난 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LA 다저스와의 2026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5전3선승제) 2차전에 오프너로 선발 등판, 2⅔이닝 2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애틀랜타의 3-2 승리에 발판을 마련했다. 시리즈 전적 1승1패.
‘에이스’ 크리스 세일은 와일드카드 시리즈 3차전 마무리로 소모한 애틀랜타는 NLDS 1차전 패배에도 불구하고 이날 또 오프너 카드를 꺼냈다. 부담스러운 상황이었지만 커는 1회부터 오타니 쇼헤이를 헛스윙 삼진 잡으며 삼자범퇴로 시작했다. 2회 선두 프레디 프리먼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다음 세 타자를 아웃 처리한 커는 3회 1사 1,2루에서 오타니를 유격수 인필드 플라이로 처리한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사진] 애틀랜타 레이 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6/10/05/202610051347772279_6ac3925d272e2.jpg)
다음 투수 그랜트 홈즈가 윌 스미스를 3루 땅볼 처리하며 커는 무실점으로 마쳤다. 총 투구수 42개. 커브(18개) 중심으로 커터(9개), 싱커(7개), 포심 패스트볼(6개), 슬로 커브(2개)를 구사했다. 최고 시속 95.8마일(154.2km) 강속구에 주무기 커브로만 3개의 헛스윙 삼진을 뺏어내며 다저스 타자들을 얼어붙게 했다.
다저스에 앞서 지난 2일 열린 와일드카드 시리즈 3차전에서 필라델피아 필리스 강타선도 커에게 당했다. 3⅓이닝 1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은 커의 깜짝 호투에 힘입어 6-2로 승리한 애틀랜타는 NLDS 진출에 성공했다. 당시 47구를 던진 뒤 이틀 쉬고 다시 오프너 선발로 나선 커는 다저스까지 제압하며 올 가을 6이닝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사진] 애틀랜타 레이 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6/10/05/202610051347772279_6ac3925d9fd89.jpg)
경기 후 ‘폭스스포츠’ 해설가 존 스몰츠와 방송 인터뷰에서 커는 “난 (토미 존 수술 재활로) 2년 동안 잠자고 있던 야수였다. 이제 모든 걸 필드에 쏟아낼 생각이다”며 큰 경기에서 보여준 침착함에 대해 “이런 절체절명의 순간을 정말 좋아한다. 고등학교 때부터 항상 그랬다. 그때 우리 팀은 매 경기 실책 15개를 했는데 난 신경쓰지 않고 다음 타자에게 계속 투구하는 법을 배웠다. 거기서 그런 침착함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고 답했다.
어릴 때 아버지가 감옥을 들락날락하고, 어머지가 집을 떠나면서 위탁 가정에서 자란 커는 지난 2013년 2년제 멘도시노 칼리지에 진학했으나 첫 해만 선수로 활동했다. 성적 미달로 ‘레드셔츠’ 선수가 되며 경기 출전 자격을 상실한 커는 훈련에서도 제외됐다. 결국 야구를 그만두고 고향 리노로 돌아간 뒤 영화관과 편의점에서 일했다.
지난 2022년 ‘네다바스포츠넷’과 인터뷰에서 커는 “영화관에서 팝콘을 정말 많이 치웠다. 사람들이 영화관 여기저기에 쓰레기를 마구 버리고 갔다. 편의점에선 냉장고 진열대에 물건을 채우며 음악을 들었고, 야구를 점점 잊어갔다. 평생 팝콘이나 치우면서 살 줄 알았다”고 그 시절을 떠올렸다.
![[사진] 애틀랜타 레이 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6/10/05/202610051347772279_6ac3925e20cb1.jpg)
영화관 바닥의 팝콘을 치우면서도 마음 속으로 야구가 그리웠던 커는 지인의 친구를 통해 야구를 다시 시작했다. 라센 커뮤니티 컬리지 코치였던 에릭 페리가 커에게 야구로 돌아오라고 권유했다. 양어머니가 학비를 지원한 덕분에 꿈을 이어나간 커는 선수 자격을 얻기 위해 필요한 학점 3.6점을 받아냈다. 이후 아마추어 대학생 여름리그인 알래스카리그에서 가능성을 보여줬고, 2017년 8월 언드래프티 자유계약으로 시애틀 매리너스 입단했다. 계약금이 2000달러(약 270만원)에 불과했지만 영화관 알바생 출신 투수에겐 야구만 할 수 있는 꿈만 같은 기회였다.
2021년 11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트레이드된 커는 마이너리그에서 6년의 시간을 보낸 끝에 2022년 4월 빅리그 데뷔 꿈을 이뤘다. 2023년 시즌 후 다시 애틀랜타로 트레이드됐지만 시련이 또 찾아왔다. 2024년 6월 팔꿈치 토미 존 수술을 받고 시즌 아웃된 것이다. 재활을 하느라 2025년을 통째로 날렸고, 지난 7월 중순 실전 마운드에 돌아오기까지 무려 2년이 넘는 긴 시간이 걸렸다.
![[사진] 애틀랜타 레이 커가 NLWC 3차전 4회 1사까지 무실점으로 막은 뒤 내려가며 관중들의 기립 박수에 화답하고 있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6/10/05/202610051347772279_6ac3925e97d68.jpg)
하지만 커는 포기하지 않았고, 지난 8월 중순 메이저리그에 복귀해 9경기(18⅓이닝) 2홀드 평균자책점 1.47 탈삼진 11개로 호투했다. 3이닝 롱릴리프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하며 가을야구 로스터에 승선했고, 두 번의 오프너 선발 임무를 완수하며 애틀랜타를 구했다. 월트 와이스 애틀랜타 감독은 “커가 또 우리를 위해 놀라운 일을 해냈다. 포스트시즌에는 항상 숨은 영웅들이 있다. 커가 그 중 한 명이다”며 칭찬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