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장에서 웃고 떠드는 장면 하나로 소설을 쓰고 있다. 가만히 있던 이강인(25,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은 순식간에 '왕따 가해자'로 낙인찍혔다. 한국 축구가 갈수록 심해지는 가짜뉴스에 몸살을 앓는 중이다.
최근 한국 축구대표팀은 이른바 '96라인' 김민재, 황인범, 황희찬의 은퇴설로 큰 혼란에 빠져 있다. 논란은 지난 6일 우즈베키스탄전이 끝난 뒤 시작됐다. 한국이 2-0 승리를 거두며 경기를 마친 가운데 세 선수가 라커룸에서 동료들에게 대표팀 은퇴 의사를 시사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경기 종료 후 황인범이 피치 위에서 눈물을 흘리고, 세 선수가 서로 부둥켜안은 채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까지 포착됐다. 황인범은 믹스트존에서 은퇴 질문에 "11월에 감독님이 선택하실 문제"라며 답을 피했다. 하지만 3인방이 라커룸에서 자정이 넘어서까지 현영민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과 면담을 이어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장이 더 커졌다.
![[사진] 유튜브 캡처.](https://file.osen.co.kr/article/2026/10/12/202610122359771915_6acd07c962aa1.jpeg)
다만 김민재와 황인범, 황희찬은 더는 자세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황희찬이 출국길에서 대표팀 은퇴에 대해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의미심장한 답변을 내놓은 게 전부였다.

그러자 근거 없는 온갖 추측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대표팀 내 일부 선수들이 주장 손흥민의 리더십에 불만을 품고 있다는 내분설까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러자 일부 보도된 내용에 상상력이 더해지면서 자극적인 의혹이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심지어는 이강인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2024 카타르 아시안컵 도중 손흥민과 충돌했다는 이유만으로 그에게도 비난의 화살이 향하고 있는 것. 지금까지 이강인이 대표팀 내 파벌 형성에 참여했거나 손흥민에게 반발했다는 구체적인 증거는 전혀 없지만, 그런 건 중요치 않은 모양새다.
특히 한 유튜브 채널에서 올린 선동 영상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해당 영상은 대표팀 훈련 장면을 잘라낸 뒤 자극적인 자막을 마음대로 붙여 손흥민 왕따설을 주장하고 나섰다.
해당 채널은 "이번 소집 때는 대놓고 손흥민 왕따시킨 3인방과 이강인입니다"라고 적었다. 근거는 바로 선수들의 시선과 웃음이었다. 황인범과 황희찬, 이강인이 손흥민 방향을 바라본 뒤 웃는 짧은 장면을 두고 '뒷담화'라고 강조했다.
![[사진] 유튜브 캡처.](https://file.osen.co.kr/article/2026/10/12/202610122359771915_6acd07c9c35d5.jpeg)
당연히 근거는 없다. 이들의 입모양을 분석한 것도 아니고 음성이 녹음된 것도 아니다. 애초에 이강인을 비롯한 3명의 선수가 손흥민을 쳐다본 게 맞기나 한 건지도 알 수 없다.
심지어 함께 있지도 않던 김민재도 바로 옆에서 웃고 있다는 황당한 주장을 펼쳤다. 황인범과 황희찬, 이강인 옆에 있다가 잠시 카메라에 잡힌 선수는 오현규였다. 하지만 해당 채널은 오현규가 아닌 김민재라며 96라인과 이강인이 힘을 합쳐 손흥민을 따돌리고 있다는 악의적인 해석의 근거로 사용했다.
믿을 가치도 없는 콘텐츠지만, 해당 영상의 조회수는 벌써 200만 회에 육박한다. 댓글도 5000개가 넘게 달렸다. 축구팬을 자칭하는 이들은 앞다투어 어떻게 감히 손흥민을 왕따시킬 수 있냐며 언급된 선수들을 맹렬히 비난하는 중이다.
심지어 이강인의 소셜 미디어도 악플로 가득하다. 그는 은퇴 이야기를 꺼내기는커녕 "지난 일은 지난 일이다. 앞으로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고 경쟁력을 갖출지 고민해야 할 것 같다"며 "당장 11월 A매치 때도 어떻게 해야 팀이 더 좋아질지, 선수들끼리 더 잘 이해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며 대표팀에 대한 헌신을 다짐했으나 애꿎은 피해를 보고 있다.

이처럼 도를 넘은 편가르기와 악성 댓글, 가짜뉴스 양산은 한국 축구에 해만 끼칠 뿐이다. 의혹이 의혹을 낳고, 다시 더 심각한 갈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반복하며 대표팀과 한국 축구를 병들게 하고 있다.
물론 선수들의 발언이나 행동을 비판하는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대표팀 은퇴설이 불거진 과정에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단순히 훈련장에서 웃었다는 이유로 다른 선수를 조롱했다고 단정하거나, 확인되지 않은 발언을 만들어내고 재생산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이미 김민재와 황인범, 황희찬의 소속팀 소셜 미디어도 비난 댓글로 가득하다. 왕따 주도자로 낙인찍고, 욕설을 쏟아내고 있다. 한국 축구를 아끼는 마음에서 나온 쓴소리와 질책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다.
비판은 사실이 확인된 뒤 해도 늦지 않다. 묵묵히 뛰고 있던 이강인을 비난하고, 주장 손흥민을 왕따 피해자로 예단하는 건 한국 축구를 위한 일이 아니라 싸구려 도파민을 충족하려는 행동에 불과하다. 한국 축구가 더 이상 추측과 자극적인 선동 영상에 흔들려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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