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야구계에서 가장 위대한 이야기 중 하나다.”
탬파베이 레이스 에이스 드류 라스무센은 동료 투수 캠 부저(34)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끝없는 부상에 대마초 양성, 알코올 중독, 우울증으로 은퇴하며 인생의 바닥을 찍었지만 지금 그는 월드시리즈 진출까지 1승만 남겨둔 팀의 필승조로 인생 대역전했다.
좌완 불펜 부저는 지난 19일(이하 한국시간)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 5차전에 8회 구원 등판, ⅔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막고 탬파베이의 3-1 승리에 기여했다. 이번 포스트시즌 5경기에서 1승3홀드를 거두며 3이닝 1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위력을 떨치고 있다.
![[사진] 탬파베이 캠 부저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6/10/19/202610191136770221_6ad6119e99957.jpg)
7년 전까지만 해도 부저는 시애틀 지역 목수 노조에 소속돼 야구 유니폼이 아닌 건설 현장 작업복을 입고 고층 빌딩의 천장 공사를 하고 있었다. 당시 그는 야구를 그만둔 상태로 심각한 알코올 중독과 우울증에 빠져 절망 속에서 살아갔다.
고교 시절부터 잇따른 부상으로 인생이 풀리지 않았다. 미식축구를 하다 무릎 탈구와 대퇴골 골절 부상을 당했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다 척추뼈가 부러지기도 했다. 2011년 오리건 주립대학 신입생 시절에는 팔꿈치 토미 존 수술을 받았다. 2013년 미네소타 트윈스와 언드래프티 계약을 맺고 프로에 왔지만 2015년 왼쪽 어깨 관절와순이 파열되며 또 시련을 겪었다. 2016년에는 어깨 재활 중 자전거를 타다 차에 치여 엉치뼈가 부러지는 사고까지 있었다.
거듭된 부상에 부저의 정신도 무너져내렸다. 2017년 대마초 양성 반응을 보이며 50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고, 알코올 중독까지 빠졌다. 하이 싱글A도 넘지 못한 채 불과 25세의 나이에 야구계를 떠났다. 2017년 11월의 일이다.
그로부터 9년이 흘렀다. 지난 7일 ‘MLB.com’과 인터뷰에서 부저는 그 시절을 떠올리며 “나 스스로를 전혀 돌보지 못했다. 부상이 알코올 중독으로 이어졌고, 알코올 중독은 우울증으로 이어졌다. 정말 정말 암울한 나날이었다”며 “야구에서 벗어나 내 삶을 정리해야 했다. 야구를 다시 시작할 방법을 찾기 전에 삶을 살아가야 할 방법부터 먼저 찾아야 했다”고 돌아봤다.
![[사진] 탬파베이 캠 부저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6/10/19/202610191136770221_6ad6119f0381e.jpg)
시애틀 고향으로 돌아간 부저는 건설업에 종사한 아버지를 따라 천장 시공 작업을 했다. 그가 일하던 고층 건물 중 한 곳에선 시애틀 매리너스의 홈구장 T-모바일파크가 내려다 보였다. 야구에 대한 그리움이 커졌지만 당시 그에겐 술을 끊는 게 가장 시급했다.
부모님에게 큰 상처를 주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어느 날, 부저는 집에서 럼주 한 병을 옆에 둔 채 무릎 꿇고 간절히 기도했다. “하느님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다하겠어요. 제발 술을 끊게 도와주세요. 제발 나쁜 습관을 버리게 해주세요. 제발 저를 도와주세요.”
그날 밤 부저는 술을 마시지 않았다. 그렇게 하루하루 술을 참은 지 벌써 6년째가 됐다. 그 사이 야구도 다시 시작했다. 친구를 통해 야구 레슨장에서 일한 게 계기였다. 시작은 쉽지 않았다. 아이들이 캐치볼을 하자고 할 때면 거절할 정도로 어깨 통증 재발이 걱정됐다. 설상가상 입스를 겪은 후유증으로 심리적으로도 공을 던질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조금씩 공을 던지기 시작했고, 어깨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도 없을 때 그물망에 공을 던지며 열망이 피어올랐다. 패스트볼 구속이 시속 97~98마일(약 156~158km)까지 나오며 재기 가능성을 밝힌 부저는 독립리그 시카고 독스를 통해 4년 만에 현역 복귀했다. 2022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마이너리그 계약 후 1년 만에 방출됐지만 다시 독립리그로 돌아간 뒤 야구를 즐기기로 마음먹었다. 부저는 “그때는 ‘이제 끝이겠구나’ 하는 마음이었다. 30세의 나이에 독립리그에 있었고, 더블A 위로 올라간 적도 없었다. 좋은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 않았고, 그때부터 그냥 즐기기로 했다”고 떠올렸다.
![[사진] 보스턴 시절 캠 부저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6/10/19/202610191136770221_6ad6119f86460.jpg)
마음을 비우자 야구가 잘 풀렸다. 2023년 보스턴 레드삭스와 마이너리그 계약 후 2024년 32세 나이에 빅리그 데뷔 꿈을 뒤늦게 이뤘다. 그해 43경기(42⅔이닝) 2승3패1세이브6홀드 평균자책점 3.38 탈삼진 43개로 불펜에서 쏠쏠하게 활약하며 시즌 후 역경을 극복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토니 코니글리아로 상을 받았다.
2025년에는 시카고 화이트삭스로 트레이드된 뒤 평균자책점 5점대(5.52)로 주춤했다. 논텐더로 풀렸지만 부저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투수 육성 및 개조에 능한 탬파베이를 늘 마음에 두고 있었는데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다. 개막 로스터에서 제외돼 다른 팀으로 이적할 수 있는 권리가 있었지만 탬파베이에 남아 트리플A에서 시즌을 시작했고, 6월 콜업 후 필승조로 자리잡았다. 42경기(41이닝) 1승13홀드 평균자책점 1.98 탈삼진 45개로 활약하며 탬파베이의 지구 우승에 기여했다. AL 구원투수 중 WHIP(0.76), 볼넷 허용률(3.9%), 삼진/볼넷 비율(7.50) 모두 1위로 투구 내용 면에서도 최고였다.
여세를 몰아 가을야구에서도 무실점 행진을 펼치고 있다. 한때 공사장에서 일하며 알코올 중독과 우울증으로 무너졌던 투수가 이제는 월드시리즈를 바라보고 있다. 부저는 “단지 야구공을 던지기 위해서만 여기 있는 게 아니다. 힘든 시기를 보내면서도 도움을 청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며 인생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고 했다. /waw@osen.co.kr
![[사진] 탬파베이 캠 부저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6/10/19/202610191136770221_6ad6119ff0f0b.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