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역사왜곡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허진호 감독이 작품을 둘러싼 해석과 거센 비판에 당혹감을 드러냈다. 영화계에서는 창작의 자유를 넘어 배우와 제작진을 향한 집단 공격으로 번진 상황에 우려를 표했다.
27일 방송된 MBC 'PD수첩'에서는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역사 해석 논란과 그에 따른 파장을 집중 조명했다.
지난 9월 23일 개봉한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발생한 육영수 여사 피격 사망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다. 누적 관객 334만 명을 넘기며 흥행했지만, 사건의 배후를 암시하는 듯한 영화적 해석을 두고 역사왜곡 논란이 불거졌다.

논란은 작품에 대한 비판을 넘어 출연 배우에게까지 번졌다. 주연 배우 유해진의 자택 앞에서 일부 극우 단체의 규탄 시위가 벌어졌고, 출연 배우를 광고 모델로 기용한 업체에도 항의가 이어졌다. 국정감사에서는 압수수색 필요성까지 거론됐다.
이런 가운데 약 한 달간 공개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던 허진호 감독이 'PD수첩' 제작진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허 감독은 영화를 본 일부 관객이 사건의 배후로 박정희 전 대통령을 떠올렸다는 반응에 대해 "예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그는 "개봉 전에 거의 2만 명이 넘는 관객을 대상으로 시사회를 했는데 이런 이야기가 전혀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이어 "기자 시사회도 개봉 전에 했다. 물론 민감한 소재지만 이런 질문은 나오지 않았다"며 "지금 왜 이렇게 됐는지 저도 궁금하다"고 털어놨다.
실제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일부 관객은 역사왜곡 논란과 별개로 잘 짜인 스릴러 영화였다고 평가했고, 미진했던 수사 결과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으로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반면 영화가 음모론적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는 의견도 나왔다. 다만 이를 창작자의 상상력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영화 자체를 정치적 논쟁으로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는 반응도 있었다.

논란이 확산하자 영화계에서는 창작과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부산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을 맡은 중국 영화감독 장이머우는 "창작은 어디까지나 창작이다. 반드시 모든 것이 사실에 기반할 필요는 없다"는 취지로 예술적 표현의 자유를 강조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부회장 역시 질문을 던지는 것은 예술가의 책무라며, 더 이상 질문할 수 없는 사회가 되는 상황을 경계했다.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도 영화와 문화예술 자체를 위축시키는 분위기에 우려를 나타냈다.정주리 감독은 "영화로 표현하는 것에 이런 반응이 나온다면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 싶다"며 창작자로서 느끼는 부담을 털어놨다.
이명세 감독은 작품에 대한 비판과 배우 개인을 향한 공격을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 영화도 욕을 많이 먹었다. 비난과 비평은 충분히 할 수 있다"면서도 "그런 논쟁은 하라는 거다. 배우 집은 찾아가지 마라"고 일침을 가했다.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 역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되 타인의 권익을 침해하는 행위에는 제재가 필요하다고 짚었다.그는 사회적으로 논쟁이 발생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특정인을 향한 공격이 작품에 대한 정상적인 토론과 비평을 대신하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PD수첩' 제작진도 방송 말미 창작의 자유와 비평의 자유가 함께 존중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제작진은 영화가 창작과 상상의 영역에 있지만, 근현대사의 비극적인 사건과 실존 인물을 다룰 때는 더욱 섬세하고 신중해야 한다고 짚었다.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아픈 기억인 만큼 영화의 표현과 해석이 불편하게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어떤 작품이든 비판과 평가에 열려 있어야 하며, 이 역시 모든 시민의 권리라고 강조했다. 다만 "창작의 자유에도 지켜야 할 선이 있듯 비평의 자유에도 선이 있다"며 이번 논란이 감독과 배우, 투자자를 향한 신상털기와 집단적 공격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결국 '암살자들' 논란은 영화의 역사적 해석을 둘러싼 찬반을 넘어, 창작과 비평의 자유를 어디까지 보장하고 개인을 향한 공격에는 어떤 선을 그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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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PD수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