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가 12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하지만 올가을 '좌익수 구자욱'의 모습은 다시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삼성은 지난 6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5-1로 승리하며 시리즈 전적 2승 1패로 앞서 나갔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1승 1패로 맞선 가운데 3차전을 승리한 팀이 정상에 오른 사례는 18번 중 16번. 비율로 따지면 88.9%에 달한다. 2014년 이후 12년 만의 우승을 노리는 삼성은 이제 2승만 더하면 정상에 오른다.

삼성의 '캡틴' 구자욱은 한국시리즈에서 매서운 타격감을 뽐내고 있다. KIA 타이거즈와의 플레이오프 5경기에서 타율 1할5푼(20타수 3안타) 2타점 2득점에 그쳤지만 한국시리즈에서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3차전까지 11타수 5안타 타율 4할5푼5리 1홈런 4타점 2득점을 기록 중이다. 5안타 가운데 3루타도 포함돼 있다. 특히 3차전에서는 2-1로 앞선 2회말 2사 1, 3루에서 2타점 3루타를 터뜨리며 팀의 5-1 승리를 이끌었다.

박진만 감독도 구자욱의 타격감 회복을 반겼다. 그는 "구자욱의 타격감이 많이 올라왔다. 경기를 치르면서 정규시즌 때 좋았던 타격 밸런스를 회복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다만 수비 복귀는 별개의 문제다. 구자욱은 왼쪽 햄스트링 부상 여파로 정상적인 주루조차 쉽지 않은 상태다. 한국시리즈에서는 지명타자로 나서고 있으며, 좌익수 자리는 베테랑 최형우가 맡고 있다.
그렇다면 남은 한국시리즈에서 구자욱이 다시 좌익수로 나설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박진만 감독은 7일 한국시리즈 4차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자욱이는 타격감이 올라왔다. 수비에 나섰다가 괜히 라인업이 흔들리면 안 된다"며 "형우가 좀 더 고생해야 할 것 같다. 끝까지 형우가 뛰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구자욱의 타격감이 살아난 만큼 굳이 수비 부담까지 안겨 부상 악화의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현재의 타순과 수비 구성을 유지하는 편이 팀에도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

그만큼 최형우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1983년생인 최형우는 최근 몇 년간 지명타자로 주로 출장했다. 외야 수비 경험은 풍부하지만 42세 베테랑에게 연일 좌익수로 나서는 일은 체력적으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박진만 감독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는 "이기고 있을 때는 그래도 빠르게 교체해 주려고 한다"며 최형우의 체력 안배에 신경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6일 3차전에서는 삼성이 4-1로 앞선 6회초 수비를 앞두고 최형우를 박승규로 교체했다. 경기 흐름을 고려하면서 베테랑의 체력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선택이었다.
최형우도 연이은 수비 출장에 적잖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박진만 감독은 "오늘 만나니까 형우가 자기 죽겠다고 하더라"고 웃으며 "추격하는 상황에서는 형우가 빠지면 안 되기 때문에 계속 뛰어야 한다. 이기고 있으면 세 타석, 지고 있으면 네 타석 정도 소화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결국 남은 한국시리즈에서도 구자욱은 지명타자로 공격에 집중하고, 최형우가 좌익수를 맡는 구도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구자욱의 부상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최형우의 수비 경험과 타격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한편 삼성은 이날 김지찬(중견수)-박승규(우익수)-구자욱(지명타자)-최형우(좌익수)-르윈 디아즈(1루수)-김영웅(3루수)-이재현(유격수)-류지혁(2루수)-김도환(포수)으로 선발 라인업을 구성했다. 선발 투수는 '슈퍼 루키' 장찬희다.
우승까지 2승을 남겨둔 삼성. 구자욱은 방망이로, 최형우는 공수 양면에서 힘을 보태며 12년 만의 정상 탈환에 도전한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