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꿈을 이뤘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포수 강민호(41)가 2004년 데뷔 후 처음으로 그토록 바라던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를 손에 넣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비로소 무관의 한을 풀었다.
강민호는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포수다. 2004년 프로에 데뷔한 뒤 네 차례 FA 계약으로 최대 총액 211억 원을 벌었고, 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7차례 수상했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는 태극마크를 달고 금메달의 기쁨도 누렸다.
개인으로서 이룰 수 있는 건 대부분 이뤘지만 유독 한국시리즈 우승과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오랫동안 정상의 문턱조차 밟지 못했던 그는 “한국시리즈 냄새만 맡고 싶다”는 말로 간절함을 드러내곤 했다.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강타자 이대호(전 롯데 자이언츠)도 이루지 못한 꿈이었다. 이대호는 KBO리그와 일본, 미국 무대를 누비며 화려한 선수 생활을 보냈지만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를 끼지 못한 채 은퇴했다. 강민호 역시 오랜 세월 개인의 영광과 팀의 우승이 반드시 함께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절감해야 했다.

마침내 2년 전 생애 첫 한국시리즈 무대에 섰지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는 못했다. 오랜 꿈에 한 걸음 다가섰다가 돌아서야 했던 아쉬움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올해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삼성은 KIA 타이거즈와의 플레이오프에서 5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강민호에게는 2년 전의 아쉬움을 털어낼 수 있는 또 한 번의 기회였다.
하지만 몸 상태가 문제였다. 왼쪽 옆구리 통증이 심해 정상적인 스윙조차 어려웠다. 검사 결과도 좋지 않았고, 박진만 감독은 휴식을 권했다. 그러나 강민호는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그는 “솔직히 제 몸 상태보다 경기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몸 상태가 좋지 않지만 정신력으로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해 경기에 나서겠다고 감독님께 말씀드렸다. 옆구리 상태가 안 좋다. 검사 결과도 안 좋게 나왔는데 정신력으로 한 번 이겨내보겠다”고 말했다.

타석에 서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강민호는 “계속 주자가 나가라고 기도하고 있다. 그래야 제가 번트라도 댈 수 있기 때문이다. 감독님께서는 빠지라고 하셨지만 최대한 해보려고 한다”고 털어놓았다.
방망이를 제대로 휘두르기 힘들어도 포수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있었다. 투수들을 이끌고 상대 타선을 분석하며 안방을 지켰다. 자신이 맡은 역할만큼은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마음이었다.
강민호는 “꿈을 향해 한 걸음 더 다가왔는데 이번에 꼭 성공할 수 있도록 해보겠다. 제가 가지고 있는 거 한 번 열심히 해서 진짜 있는 힘 없는 힘 다 짜내서 해보겠다”고 다짐했다.
그 말은 결코 빈말이 아니었다. “영혼을 갈아 넣는 심정으로 정말 절실하게 하고 있다”던 그는 통증을 견디며 한국시리즈 5경기를 모두 소화했다.
그리고 마침내 기다리던 순간이 찾아왔다. 삼성은 8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KT 위즈를 12-1로 꺾고 12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2004년 프로 데뷔 이후 수없이 많은 경기를 치렀고, 숱한 개인 기록과 영예를 쌓았다. 그러나 강민호가 그토록 갖고 싶었던 건 단 하나,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였다.
오랜 세월 자신을 따라다녔던 ‘우승 반지 없는 최고의 포수’라는 수식어도 이제는 과거가 됐다. 아픈 몸으로 끝까지 버틴 강민호는 마침내 우승 포수로 이름을 남겼다.
23년을 기다려 완성한 꿈. 강민호의 야구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가을이 그렇게 완성됐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