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와 소형차 대세에 치여 설 땅이 줄어든 준중형차와 중형차 시장에서 각각 새로운 모델을 출시한 기아자동차와 르노삼성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보기 좋지만은 않은 모양새다.
기아자동차는 20일 쉐라톤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더 뉴 K5' 미디어 시승행사를 개최했다. 그 동안의 행사들과 마찬가지로 별탈 없이 끝나가는 듯 했으나 한 기자의 질문과 이에 대한 정선교 기아차 국내상품팀장의 답변이 문제가 됐다.
'더 뉴 K5'와 지난 달 23일 르노삼성이 출시한 'SM5 TCE' 모두 터보 모델로 출시됐으니 이를 비교해달라는 질문이었다. 이에 정 팀장은 "'더 뉴 K5'와 'SM5'는 성능과 가격면에서 차이를 보인다"며 "비교적 가격이 저렴하게 책정된 '더 뉴 K5'에 반해 'SM5 TCE'는 고가이기 때문에 르노삼성이 난처해 질 것"이라고 답했다.
기아차의 발언을 전해 듣고, 뿔이 난 르노삼성은 곧바로 입장자료를 배포했다.
르노삼성 홍보팀은 "소비자가 판단해야 하는 제품의 경쟁력을 경쟁사가 임의대로 자신들만의 기준을 적용, 평가절하했다"며 "동종업계에서는 볼 수 없는 사례"라고 꼬집었다. 기아차가 상도덕을 무시하고, 선을 넘었다는 것이다.
이어 르노삼성은 "작은 엔진 배기량에 높은 출력, 우수한 연비를 갖춘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선보이는 다운사이징 모델로, 동일 배기량에서 단순 고성능을 내세운 경쟁사의 '더 뉴 K5' 터보 차량과는 개발 콘셉트 자체가 다른 제품"이라고 말했다.
'SM5 TCE'는 1.6 Turbo 엔진에 DCT를 조합해 2.5Liter급의 파워를 유지하면서 연비는 2.0L 급보다 우수한 효율(13.0km/L)을 중점으로 개발한 다운사이징 제품이고, '더 뉴 K5 2.0 터보'는 다운사이징이 아닌 단순 2.0 세단의 고성능 버전이라는 것.
또한 "차량 구입시 소비자가 고려하는 것은 배기량과 출력, 가격만이 아니며 디자인, 정숙성, 안정성, 운전 편의성, 연비 등 다른 고려 요소들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주관적인 고려 요소를 제외, 공인 연비만 비교해 보더라도 'SM5 TCE' 보다 85만 원이 비싼 '더 뉴 K5 터보'의 경우 10.3km/L의 효율을 보이는 반면, 'SM5 TCE'는 13.0km/L의 효율을 보이고 있다"며 자사 제품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개발 콘셉트부터 다른 제품을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하면서 경쟁사의 제품에 대해 폄하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르노삼성은 기아자동차가 '배기량이 높고 파워가 높다고 비싸게 팔아야 한다' '적은 배기량이니 더 싸게 팔아야 한다'라는 단순한 논리로 소비자의 수준을 자기들의 기준에 끼워 맞추는 오만한 행태를 보인다고 비판했다.
격정적으로 기아차의 발언에 유감을 표한 르노삼성은 기아차가 향후 좀더 신중한 자세로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기업으로 발돋움 하길 바라고, 제품의 가치는 소비자들이 판단하는 것을 상기하길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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