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루수 김태완' 한화, 이해불가 선수교체 결정판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3.07.14 06: 15

경기는 질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져서는 안 된다. 최하위 한화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선수교체의 결정판을 보여줬다. 
지난 13일 대구 삼성전. 한화는 1-4로 뒤진 8회초 1사 1·2루 오선진 타석에서 김태완을 대타 기용했다. 김태완은 3루수 앞 병살타로 물러나며 찬스를 무산시켰다. 그러나 더 아쉬운 장면은 곧 이어진 8회말 수비에서 나왔다. 김태완이 1루 미트를 갖고 3루로 향한 것이다. 다시 외야 글러브를 갖고 들어선 김태완은 느린 포구 동작으로 평범한 땅볼을 내야안타로 만들어주더니 1루에 악송구로 실책까지 범했다. 한화는 8회말 추가 2실점, 결국 2-6 패배를 당했다. 
▲ 김태균·추승우 3루수 출신…왜 김태완?

한화는 8회초 김태완을 대타로 쓰고 3루수 오선진을 빼며 6명의 내야수를 모두 쓴 상황이었다. 김태완의 공식 포지션은 외야수. 스프링캠프에서 외야수로 시즌을 준비하는 그는 시즌 초반 수비에서 어려움을 겪은 뒤 주로 1루를 맡고 있다. 2006년 프로 데뷔 후 3루수로 기용된 적이 없었다. 구단에 따르면 성균관대 시절에도 3루는 보지 않았다고 한다. 언제가 마지막인지 기억조차 가물한데 뜬금없이 3루 수비를 보게 된 것이다. 
이미 내야수를 모두 소모한 한화였지만 대안이 없는 건 아니었다. 첫 번째 대안으로는 1루수 김태균이 있었다. 그는 2001년 39경기, 2002년 52경기, 2003년 1경기, 2004년 8경기로 총 100경기를 3루수로 뛴 경험이 있다. 10년 전 일이지만 3루 수비 경험이 없는 김태완보다는 나았을 것이다. 여기에 좌익수 추승우도 LG 시절 내야수 출신으로 1군에서도 총 11경기를 3루수로 뛰었고, 2011년에는 한화 2군에서 3루를 겸업하기도 했다.
3루수 대안이 있었는데도 한화 벤치는 김태완을 3루수로 기용했다. 김태완은 미처 준비가 안 됐는지 평소에쓰던 1루수용 미트를 들고나왔다 부랴부랴 다시 외야 글러브로 바꿨다. 그러나 어색한 자리에서 제대로 된 플레이가 나올리 없었다. 채태인의 평범한 땅볼 타구를 포구하는 동작이 늦어 내야 안타를 줬고, 진갑용의 땅볼 타구를 잡은 후 송구하는 과정에서 1루를 완전히 벗어나는 악송구까지 범했다. 기록은 김태완의 실책으로 됐지만, 이게 과연 김태완의 실책이 맞는 것일까. 
▲ 섣부른 교체…후속 대책은 되어있었나
3루수 김태완은 2회말부터 예고된 촌극이었다. 한화는 3점을 내주며 뒤진 2회말 2사 1·2루에서 선발 마일영을 내림과 동시에 유격수를 송광민에서 조정원으로 교체했다. 한화 구단에 따르면 1사 만루에서 삼성 정현의 2루 땅볼 때 2루 베이스를 커버한 유격수 송광민이 어느 곳으로도 송구하지 않고 머뭇거린 탓이었다. 더블 플레이로 이닝이 끝나야 할 상황이 깔끔하게 마무리되지 않자 김응룡 감독이 문책성으로 교체한 것이다. 
올해 김응룡 감독은 실수를 한 선수가 있으면 경기 초반은 물론 이닝 중에라도 가차없이 교체하고 있다. 한 타석만에 교체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0-3으로 뒤진 경기 초반 추격해야 할 시점에서 상대에 압박을 가할 수 있는 송광민을 빼며 타격이 좋은 이대수도 아니고, 아직 경험이 많지 않은 수비형 신인 조정원을 기용한 건 쉽게 이해가 안 되는 대목이다. 그것도 5번 중심 타순이었다. 
교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3회초 선두타자로 나와야할 포수 한승택이 대타 정범모로 교체됐다. 한승택은 한 타석도 들어서지 않고 교체됐다. 3회가 끝나기도 전에 한화는 부상도 없는데 야수 2명을 교체했다. 이미 3회에 포수 2명 모두 쓰는 바람에 4회 2사 만루, 6회 2사 1·2루, 9회 무사 1루 정범모 타석에서 대타를 쓸 수 없었다. 정범모는 4회 타격방해로 득점을 이어줬을 뿐 6회와 9회는 각각 삼진과 뜬공으로 물러났다. 이대수라는 대타 카드를 1-4로 뒤진 8회초 1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썼다. 이대수는 안타를 쳤지만 한화는 그 효과를 극대화하지 못했다. 섣불리 교체해놓고 그에 대한 대책이 너무 미비했다. 
▲ 포지션 실험인가, 의지 부족인가
한화는 최근 몇 경기에서 수비에 미세한 약점을 드러내며 경기 흐름을 내줬다. 더블플레이로 끝나야 할 게 마무리가 안 된 탓이다. 그러나 과연 선수를 적재적소에 쓰고 있는지는 짚어봐야 한다. 송광민은 2~3군에서 복귀를 준비할 때 3루에 비중을 뒀다. 그러나 1군에서는 유격수로 기용되고 있다. 여기까지는 충분히 포지션 실험의 과정으로 볼 수 있다. 
포지션 실험은 시즌 전 스프링캠프나 시범경기에서 하는 게 정상적이지만, 일찌감치 최하위로 떨어진 한화로서는 내년을 위해서라도 이것저것 실험해야 하는 시기다. 그러나 이마저도 진득하게 밀어 붙이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실험 과정에 있는 선수를 한두 번 못 한다고 빼버리면 실험의 의미가 없다. 
물론 실수를 하고 지는 경기만 보여주는 것도 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그렇다면 그만큼 승리에 대한 의지과 집념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나 13일 삼성전 8회말 한화는 의지가 부족해 보였다. 비록 3점차로 뒤져있고, 삼성 마무리가 오승환이었지만 그건 핑계가 되지 못한다. 한화는 9회초 오승환에게 3개의 안타로 1득점을 뽑았다. 24경기 만에 나온 오승환의 시즌 두 번째 자책점. 그러나 선수들의 의지와 달리 한화 벤치는 8회말 이미 백기를 든 것처럼 보였다. 
한화팬들은 순위가 9위라서 실망하는 게 아니다. 경기를 지더라도 납득이 돼야 한다. 이런 경기를 두 번 다시 해서는 안 된다. 남은 팬들마저도 등돌릴 수 있는 패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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