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 폐지로 본 일반인 출연 방송 ‘양날의 검’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4.03.08 10: 47

여성 출연자의 사망 사고가 발생한 SBS 교양프로그램 ‘짝’의 폐지는 비 연예인이 출연하는 방송의 폐단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태였다.
그동안 연예인이 아닌 출연자들이 방송에 나오는 프로그램은 끊임없이 구설에 시달렸다. 엠넷 ‘슈퍼스타K’, SBS ‘일요일이 좋다-K팝스타’ 등 오디션 프로그램은 일반인 출연자의 사생활 논란, 제작진과의 불협화음 등이 잊을 만하면 발생했다.
물론 출연자의 사생활 논란은 제작진의 철저한 사전 검증이 이뤄졌다고 해도, 출연자가 작정하고 거짓말을 하거나 숨기면 어쩔 수 없는 문제였다. 방송상의 구성을 이유로 제작진과 출연자의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사안은 리얼 예능프로그램이 존재하는 한 그림자처럼 따라다닐 일이다.

‘짝’ 폐지로 본 일반인 출연 방송 ‘양날의 검’

더욱이 인생의 동반자를 찾는 구성을 내세우는 ‘짝’은 개인 신상 정보가 낱낱이 공개된다는 점, 카메라에 익숙하지 않은 출연자를 장시간 쫓아다니는 관찰 카메라가 존재한다는 점, 프로그램을 구성하는데 있어서 출연자의 의지와 제작진의 계획이 언제나 딱 들어맞을 수 없다는 점 등이 비 연예인 출연 프로그램이 발생할 수 있는 온갖 논란을 끌어안는 배경이 됐다.
이번 여성 출연자가 목을 매단 채 사망한 사건에 프로그램이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는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 단언하기에는 어렵다. 허나 사망 사건의 원인과 관계 없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비 연예인 출연 프로그램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제작진은 부인하고 있지만 ‘짝’이 그동안 ‘조작’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한 것은 제 아무리 이 프로그램이 미혼 남녀의 짝을 찾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고자 하는 기획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방송 제작 환경상 그 어떤 개입도 없이 현실을 고스란히 담는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기 때문. 작가와 연출을 비롯해 스태프가 존재하는 방송 환경에서 시청자들이 생각하는 현실 그대로의 ‘리얼’은 존재하지 않는다.
방송이 생각하는 ‘리얼’은 제작진이 주어진 환경 속에서 출연자의 자유 의지를 표명하는 것을 말하기 때문. 이 같은 제작진과 비 연예인 출연자가 생각하는 ‘리얼’의 기준 차이는 방송에 익숙한 연예인이 아닌 출연자에게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이는 제작진은 억울하겠지만 모든 일반인 출연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이 조작 혹은 강압 방송으로 느끼는 있는 요인이 된다.
시청자들은 연예인이 아닌 비 연예인 출연자들이 만드는 이야깃거리에 집중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나 혹은 주변 인물을 보는 듯한 공감은 비 연예인 출연자들이 나오는 방송을 보게 하는 마력이 된다. 더욱 빠져들어서 보게 되는 프로그램이지만, 이를 위해 점점 자극적인 이야기를 내세워야 하는 한계도 있다.
비 연예인 출연 방송이 스타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 같아서 좀 더 흥미롭지만, 이 같은 흥미를 유지하거나 높이기 위해 더 재밌는 거리를 만들어야 하는 방송의 한계, 이 같은 방송의 생리를 모른 채 무방비로 노출된 일반인 출연자들의 압박감은 ‘짝’이 폐지된 이후에도 다른 프로그램에서 현재도 발생하고 있을 문제다.
한편 ‘짝’은 지난 7일 폐지가 공식화됐다. SBS는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 여러분께 다시 한번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번 사건의 사후 처리에 최대한 노력할 것이며, 앞으로 프로그램 제작과정에서 유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경찰은 지난 5일 ‘짝’ 제주도 촬영장에서 목을 매단 채 사망한 여성 출연자의 정확한 사망 배경을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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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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