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는 변했는데 김성근 야구는 제자리걸음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5.09.13 06: 05

한화 김성근(73) 감독은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 감독 시절 "프로야구 경기력 수준이 떨어졌다"고 수차례 혹평했다. 지난해 10월 한화 감독으로 프로에 돌아왔을 때 많은 사람들은 김성근 감독이 어떤 야구로 KBO리그의 수준을 끌어올릴지 기대했다. 
그로부터 거의 1년의 시간이 흘렀다. 12일 현재 한화는 60승69패 승률 4할6푼5리로 8위에 머물러 있다. 여전히 5위 롯데와는 2.5경기차로 5위의 희망이 남아있지만 최근 5연패 포함 후반기 16승29패 승률 3할5푼6리로 가장 저조한 성적을 내며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올 시즌 한화 야구를 상징하는 몇 가지 단어가 있다. 강훈련과 혹사 그리고 누구도 견제할 수 없는 1인 리더십이다. 지난해 가을 오키나와 마무리캠프 때부터 시작된 한화의 지옥훈련은 시즌 중에도 멈추지 않았다. 한여름에도 경기 전후로 특타와 펑고가 계속 이어졌다. 휴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요즘 시대에 기이한 광경이었다. 

시대는 변했는데 김성근 야구는 제자리걸음

투수 혹사는 김 감독을 항상 따라다니는 꼬리표다. 그가 가는 팀마다 끊이지 않은 논란이다. 올해 권혁과 박정진은 순수 구원이닝 1~2위로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 중이며 최근에는 송창식과 김민우가 선발·구원을 가리지 않는 보직 파괴로 휴식일마저 짧아졌다. 올 시즌부터 게임수가 늘어 144경기 체제인데 앞만 보고 전속력으로 달린 한화 선수들은 일찍 방전됐다. 
김성근 감독의 야구가 시대 흐름을 따라잡지 못한 건 전혀 변하지 않은 야구 성향에서도 잘 나타난다. 지난해부터 KBO리그는 타고투저 흐름이 리그를 지배하고 있다. 다득점 승부가 벌어지는 시대에 김성근 감독은 여전히 경기 초반부터 희생번트로 1점에만 집중한다. 5~8점차도 불안해서 불펜 필승조를 쓰는 김 감독이라 아이러니컬한 대목이다. 올 시즌 한화의 희생번트는 무려 130개로 압도적인 1위. 1점차 패배가 21번으로 가장 많으며 두 자릿수 득점이 7번으로 최소인 팀이 한화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감독의 성향. 야구 스타일에 옳고 그름은 없다. 진짜 문제는 1인 리더십에 있다. 한화는 김 감독의, 김 감독에 의한, 김 감독을 위한 팀인 듯하다. 한화의 김성근이 아니라 김성근의 한화가 되어버렸다. 모든 의사 결정은 김 감독에 의해 이뤄지며 성과는 모두 김 감독에 돌아가는 분위기가 되어 있다. FA 및 외국인선수 영입을 시작해서 트레이드와 신인지명까지 김 감독은 프런트의 영역까지 죄다 깊숙하게 관여했다. 프런트에서 반대한 트레이드도 막을 수 없었다. 
김 감독은 여전히 감독의 리더십에만 의존하는 제왕적 시대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삼성의 최근 4년 연속 통합우승은 구단 프런트가 뿌리 내린 시스템 아래 현장의 멀리 내다보는 지도가 어우러졌다. 강팀 반열에 올라선 넥센이나 NC도 현장과 프런트가 각자 영역을 존중하며 담당코치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다. 한화는 혹사를 외면한 내일이 없는 야구를 하는데 누구도 김 감독에게 제동을 걸지 못하고 있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야구의 신이 있을 리 없다. 1인 리더십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시대는 변했는데 김성근 야구는 제자리걸음
2007~2010년 김성근 감독의 SK는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3번의 우승으로 왕조시대를 구축한 것은 분명한 성과다. 고령의 나이에 직접 훈련을 지휘하는 열정은 존경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과거의 성공이 오늘의 성공과 내일의 미래를 담보하는 건 아니다. 혹독한 훈련이 성과를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상당수 야구인들이 "김 감독의 야구는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있다. 프로야구의 수준은 김 감독이 있을 때보다 발전했는데 김 감독은 그만큼 달라지고 변화했는지 의문이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자신만의 것이 옳다고 믿고 변화하지 않는 한 김성근 감독에게 발전은 없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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