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은 개인 인터넷 방송을 하는 스타들의 예상치 못했던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스타들의 일명 ‘리액션’, 네티즌이 시시각각 적는 글에 어떻게 반응을 하는지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무엇보다도 5개의 방을 채우는 다양한 방송 구성은 때론 정보 제공이 되며, 때론 단순하게 웃기며, 때론 스타들의 반전 매력을 발굴하는 즐거움이 된다.
지난 해 설날 특집 편성 때부터 유독 젊은 시청자들 사이에서 인기인 ‘마리텔’. 최근 방송은 중장년층까지 끌어들여야 가능하다는 시청률 두자릿수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를 지키고 있다. 특히 요즘 광고주가 선호하는 2049 시청률은 ‘마리텔’과 비슷한 시청률을 기록하는 프로그램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인터넷 화제성과 시청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이 프로그램은 박진경(34), 이재석(32)이라는 젊은 PD들이 간판 연출자로 중심을 잡고 있다.
-방송 1년이 다 돼 간다. 자체 평가를 한다면.
박진경: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것 같다. 저희끼리 연출을 하면서 나중에 프로필에 적을 프로그램 하나만 만들자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 점은 성공한 것 같다.
이재석: 젊은 시청자들은 우리 프로그램을 많이 알겠지만, 연세가 있는 시청자들은 잘 모르실 것 같다. 출연자들만 봐도 그렇다. 박명수 씨나 안정환 씨는 우리 프로그램을 ‘마이텔’이라고 한다. 시청자들도 그렇지 않을까.
-엠빅(MBC 캐릭터)은 대표적으로 ‘마리텔’이 탄생시킨 스타 아닌가.
이재석: 죽어가던(?) 캐릭터인데 친구가 생겼다. 뚱뚱하게 생긴 TV 모양 말고 작은 모양의 TV가 옆에 있다. 친구가 생기면서 훈훈해졌다는 이야기다.(웃음)
-방송과 인터넷을 동시에 장악하려는 야심을 품은 ‘주인님’이 있다는 설정인데 요즘 보이지 않는다.
이재석: 우리도 주인님을 생각하지 않은지 꽤 됐다. 주인님과 연락이 끊긴지 오래 됐다.
-‘마리텔’은 제작 공정이 긴 프로그램으로 유명하다.
이재석: 우리 둘 다 조연출 때 편집에 공들이는 프로그램을 많이 돌아다녔다. 진경이 형은 ‘무한도전’, 난 ‘일밤’ 등 규모가 크고 손이 많이 가는 프로그램에 오래 있었다. 둘 다 웬만한 편집은 자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마리텔’을 하다 보니 공을 엄청 들이게 된다. 조연출들이 편집을 하고 자막을 넣으면, 우리가 감독을 하고 수정을 한다. 그 친구들도 편집을 잘하는 정예들인데 많이 힘들어 한다. 여러 장르가 다 섞여 있는 구성이니까 힘들다.
박진경: 5개 방송이 1시간 내외로 담기고, 심지어 방송이 교차돼 배치가 되는 구조다. 계속 흥미를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 방송이 바뀔 때마다 다른 프로그램으로 돌리기 쉬울 수 있다.
-축구 중계로 최근 2주 결방한 적이 있는데 제작진은 쉬었나.
박진경: 뜻밖의 결방이었다. 그런데 결방이 좋은 게 아니다. 물론 우리야 쉬면 좋긴 하다. 만약에 방송 초반에 결방이 길었으면 타격이 컸을 것 같다. 다행히 결방 후 시청률이 잘 나왔다. 쉬긴 했지만 심적으로 불편했다. 이미 섭외를 한 출연자들의 일정이 꼬였다. 중요한 출연자를 겨우 섭외했는데 불발 수준이 됐다. 결방으로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겼다. 다른 프로그램은 출연자가 일정이 안 되면 미루면 된다. 그런데 우리는 공개 녹화다. 녹화날이 정해지면 무조건 해야 한다. 그렇다고 아무 출연자나 섭외할 수는 없지 않나. 출연자를 섭외할 때 바로 방송을 할 수 있는 출연자도 있지만 대부분은 계속 무슨 방송을 할지 논의를 한다.
-가장 공을 많이 들이는 것은 섭외인가.
이재석: 섭외와 편집이 반반 정도다. 호감 가는 인물을 섭외를 하고, 재가공을 해서 얼마나 더 재밌고 매력적으로 보여줄 수 있나 고민을 한다. 다섯 팀이 나오니까 한 팀당 실제 방송에는 10분에서 15분이 할당된다.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콘텐츠도 보여줘야 하고 매력도 보여줘야 하니 편집에 신경을 쓰게 된다.
박진경: 단순하게 계산하면 생방송 전반과 후반이 3시간이다. 다섯 팀이 녹화를 해서 15시간이 나온다. 그 중에 방송에 나가는 것은 2시간이다. 이미 인터넷으로 공개된 영상을 재탕하면 안 되니깐 다른 재미도 첨가해야 한다. 인터넷 방송에서 주목받지 못한 것을 강조하기 위해 고민을 한다. 처음에 ‘마리텔’을 기획했을 때 동료 PD들이 가장 궁금해 했던 것이 이미 인터넷을 나간 방송을 과연 또 보겠나, 였다. 그런데 우리는 자신이 있었다. 생방송도 중요하지만 진짜 게임은 본방송이다. 우리가 재밌는 방송을 만드는 이유는 전파에 타기 위한 것이다. 지상파 TV는 전국에서 본다. 아무리 인터넷 방송을 많이 본다고 해도 지상파 TV 시청자에 비하면 많이 적다. 본방송을 재밌게 만드는 게 목표다. 우리는 많은 사람들이 봐야 하는 지상파 방송이다.
-어떻게 재탕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나.
이재석: 자신 있었다. 우리는 날그림을 재가공하는 작업을 수도 없이 했다. 많은 시청자들이 볼 수 있게 색다른 재가공을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지만, 재가공을 통해서 색다른 것을 보여줄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다.
박진경: 녹화 현장이 재밌는 프로그램은 없다. 시청자들이 예능프로그램 현장에 오면 99%는 실망하고 간다. 왜 이렇게 재미 없나 이런 이야기를 한다. 우리는 처음부터 인터넷 생방송보다 재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생방송을 할 때는 출연자마다 평이 갈린다. 어떤 출연자는 재미 없었다고 평가를 받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본방송을 할 때는 재밌는 부분이 고르게 나가야 한다. 그게 우리가 신경 쓰는 편집이다.
-출연자에 대한 인터넷 반응과 본방송 반응이 다르다.
박진경: 이게 우리 프로그램 특징이다. 인터넷 반응과 시청자 반응이 다를 때가 있다. 스타일리스트 한혜연 씨, 메이크업 아티스트 정샘물 씨, 요리 연구가 이혜정 씨 등은 인터넷을 많이 하는 젊은 남자들은 관심도가 떨어진다. 그런데 본방송 시청률에서는 이들에 대한 관심도가 정말 높다. 시청률 그래프를 보면 산을 등반하듯이 수직으로 올라간다. 우리의 숙제이기도 하다. 본방송과 생방송 반응이 일관되면 이상적이다. 그런데 반응이 엇갈리더라도 여러 가지 콘텐츠를 보여주고 싶다. 5개의 방송을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취향에 맞춰서 방송을 보셨으면 한다.
-이재석: 한예리 씨도 생방송과 본방송 반응이 달랐다. 사실 배우는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가 많지 않다. 연기를 할 수는 없지 않겠나. 제가 영화를 좋아한다. ‘해무’와 ‘코리아’에서 한예리 씨를 보고 ‘저 사람 누구지?’라고 관심을 갖게 됐다. 회의를 하면서 만났는데 말씀을 하시는데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한국 무용을 전공했는데 물론 재밌는 부분이 없을 수 있다. 그런데 재미를 떠나서 한예리 씨가 갖고 있는 매력과 한국 무용이라는 콘텐츠가 만나면 흥미로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네티즌과 소통도 잘했다. 제작진으로서 한예리 씨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좋았던 점이 참 뿌듯했다.
-제작진 역시 섭외를 할 때 출연자에 대한 선호도가 다를 것 같다.
박진경: 저와 재석이의 의견은 엇갈리지 않는다. 아무래도 우리 둘은 다른 것을 좋아하는 게 있는데, 작가들이 보통의 시청자 범주를 많이 고민한다. 연출과 작가의 생각이 조화를 이루게 되는 것 같다. 5개 채널의 출연자 조합이 언제나 의미가 있긴 하다. 젊은 남자가 좋아할 콘텐츠, 젊은 여자가 좋아할 콘텐츠, 정보 제공 콘텐츠 등 분배를 한다. 특이한 방송만 꾸리면 인터넷을 많이 하는 네티즌이 좋아할 거다.
그런데 우리는 전국 방송이니까 젊은 시청자부터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좋아할 방송도 해야 한다. 언젠가 본방송을 하는 시간에 택배를 받으러 경비실에 간 적이 있다. 나이 지긋한 경비 아저씨도 우리 방송을 보더라. 젊은 시청자들은 사실 ‘마리텔’ 말고도 볼 방송이 많다. 젊은 사람들도 생각해야 하지만, 그 시각에 MBC와 같은 지상파 방송 외에는 보지 않는 시청자들도 고려해야 한다. / jmpyo@osen.co.kr
[사진]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