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만수고 포지션이 포수인데, 이만수 감독님처럼 해야하지 않을까요?"
1군 2시즌 통산 11경기 타율 1할4푼3리(7타수 1안타). 평범한 퓨처스리그 선수들의 모습이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일본 미야자키에서 마무리 캠프 담금질이 한창인 kt에서 이 기록의 선수가 주목받고 있다. 코칭스태프는 물론 선배 포수들까지 혀를 내두르는 선수. 약관의 포수 김만수(20) 이야기다.
김만수는 올 미국 스프링캠프 당시 어깨 부상을 입으며 시즌 준비에 차질을 빚었다. 꾸준히 재활에 매진한 김만수는 결국 6월을 넘기고서야 퓨처스리그에 복귀했다. 하지만 복귀 이후에는 줄곧 마스크를 쓰며 감을 서서히 끌어올렸다. 퓨처스리그 성적은 32경기 출장, 타율 2할2푼8리(79타수 18안타), 4홈런, 14타점. 냉정히 말해 합격점을 매길 성적은 아니었다. 김만수도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던 시즌이었다. 다치지만 않았다면 좋은 성적 거뒀을 텐데, 아쉽다"고 밝혔다.
하지만 kt 퓨처스팀 코칭스태프는 기록에 남지 않는 투수 리드나 도루 저지 등 '포수로서의 매력'을 고평가했다. 결국 9월1일 확장 엔트리 시작과 동시에 김만수는 1군을 밟았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1군 무대. 김만수는 2016년 1경기 출장해 1타수 무안타에 그친 바 있다. 이번에는 달랐다. 9월 2일 수원 SK전서 대수비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7회 첫 타석에서 SK 두 번째 투수 서진용 상대로 좌전 안타를 뽑아냈다. 데뷔 첫 안타. 물론 이후 9경기, 5타석에서 안타를 하나도 뽑아내지는 않았지만 수비에서는 안정감을 과시했다. 김만수는 "이제 고작 1군 10타석을 넘겼을 뿐이다. 하지만 지난해와 올해는 분명 달랐다. 올해는 확실히 편한 마음가짐이었다. 올해와 내년을 다르게 만드는 게 내 과제다"라고 밝혔다.
재미난 사실이 있다. 김만수는 효천고 시절 고등학교 2학년 때 포수로 15경기 남짓 뛰었을 뿐이다. 효천고의 선수층이 두텁지 못한 탓이었다. 3학년 때는 주로 투수로 마운드에 섰을 정도. 하지만 kt는 김만수를 포수로 지명했다. 아직도 그 이유를 모르겠다는 김만수 대신 kt관계자가 이를 설명했다. kt 관계자는 "포수는 다른 포지션 플레이어보다 잠재력을 봐야한다. 어깨가 좋고 방망이에도 소질이 있어, 포수 수업 쌓는다면 단기간에 좋은 선수가 될 거로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강성우 kt 배터리코치 역시 마찬가지. 강성우 코치는 "어린 포수들이 당장 1군에서 수 싸움을 펼치거나 상대 벤치와 기싸움 펼치기는 힘들다. 이런 건 실전으로 해결된다"고 선을 그은 뒤 "코칭스태프 입장에서는 그 선수가 가진 미래 가치를 봐야 한다. 어깨가 강하고, 포수로서 능글맞은 선수다. 기대가 크다"고 강조했다.
김만수 역시 포수의 매력을 느끼고 있다. 그는 "포수가 분명히 힘든 건 맞다. 하지만 그 속에서 짜릿함이 있다. 투수가 나를 믿어주고, 그대로 좋은 결과 났을 때 쾌감은 포수만 느낄 수 있다. 포수만의 매력은 분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만수는 현재 상무 야구단 원서를 넣은 상황이다. 결과가 조만간 나오지만, 어떤 쪽이든 야구는 똑같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김만수는 "선배들이 상무에 가면 많은 걸 배우고 올 수 있다고 해줬다. 당연히 기회가 주어진다면 가고 싶다"며 "하지만 탈락하더라도 내년, 내후년 준비 잘하면 언젠가는 기회가 있을 것이다"고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만수라는 이름의 포수. KBO리그에서는 곧 전설을 의미한다. 자연히 김만수 역시 '헐크' 이만수 전 SK 감독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선수가 되고 싶다고. 김만수는 "언젠가 이만수 감독님처럼 좋은 포수, 좋은 타자가 되고 싶다"고 강조한 뒤 "언제든 재밌게 야구하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ing@osen.co.kr
[사진] kt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