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에 제법 많은 양의 눈이 내렸다. 이럴 때 바빠지는 사람들이 있다. 제설작업을 하는 이들이다. 밤낮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차가 다니는 길이면 어김없이 그들의 작업차량이 먼저 길을 뚫는다. 그런데 유심히 보면 제설차는 우리가 흔히 도로에서 접할 수 있는 종류가 아니다.
제설차 앞에는 너무나 유명한 삼각별 엠블럼이 선명하게 달려 있다. 세계적인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 메르세데스-벤츠의 엠블럼이다. 정확히 말하면 메르세데스의 상용차 브랜드 ‘다임러 트럭’의 엠블럼이다. 국내에 보급 되는 메르세데스-벤츠 트럭은 ‘다임러 트럭 코리아’(대표 조규상)를 통해서 들어온다. 다용도 장비로 독보적인 성능을 자랑하는 ‘유니목’과 프리미엄 대형 밴 ‘스프린터’, 그리고 대형 트럭 악트로스가 다임러트럭 코리아의 핵심 라인업이다.
그런데 최근 다임러트럭의 상용차 라인업에 대한 독특한 접근을 시도한 행사가 있어 현장을 함께 했다. 다임러트럭 상용차 라인업의 디자인적 요소를 분석해 보는 작업이다. 이 시도가 새롭게 받아들여진 이유는 그 동안의 상용차 고찰은 기능면에 치중한 접근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상용차야말로 업무적 특성상 운전자가 일반 승용차 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한다. 운전자가 선택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고려하는 디자인적 요소가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는 배경이다.
23일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가 있는 국민대 교정에 유니목과 스프린터, 그리고 악트로스가 자리를 했다.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구상 교수와 구 교수의 수업을 듣는 학생 30여 명이 모여 이 차들의 디자인을 따져보는 기회를 가졌다. 이 차들은 일부러 시간을 내지 않으면 한 자리에 모이기 쉽지 않았기 때문에 학생들도 눈빛을 반짝거리며 차량의 구석구석을 살펴 봤다. 구상 교수는 “모터쇼에서도 보기 힘든 유니목과 악트로스를 직접 만져 볼 수 있어서 매우 유익한 디자인 현장 수업이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구 교수는 특히 유니목의 디자인에 주목했는데, “트럭 디자인이 별다를 게 없다 생각할 수 있지만 정말 남다른 디자인을 보여주는 트럭이 있다. 바로 유니목이다. 마치 외계인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독특한 인상의 디자인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구상 교수는 “너무나 응용 범위가 넓어 전천후 성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 유니목은 놀랍게도 역사가 70년이 넘는다.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직후인 1946년 10월, 식량난을 겪고 있던 독일에서 유니목이 처음 탄생했다. 농업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탄생한 자동차 형태의 농기계가 바로 유니목이다”고 소개했다.
“‘다목적 엔진구동 농기계’ 라는 이름의 독일어 ‘UNIversal-MOtor-Gerät’에서 따온 이름이 바로 유니목(Unimog)이다”는 구 교수는 “유니목의 디자인 감각은 철저한 기능주의, 즉 장식을 배제하고 오로지 가장 효율적인 기능을 위한 형태와 구조를 취하는개념을 보여준다. 그러한 디자인 감각에 의해 대부분의 형태들이 기하학적인 조형 요소들로 구성된 모습을 보여준다. 심지어 실내의 환기구의 구조에도 기하학적 나선형이 응용 됐다”고 밝혔다.
“일반적인 자동차 디자인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로 취급하는 헤드램프의 비중이 유니목에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단지 몇 개의 작은 원형 렌즈로만 구성 됐을 뿐이다. 그 대신에 엄청난 크기의 라디에이터 그릴이 전면의 인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트랙터 바퀴를 연상시키는 커다란 휠과 둥근 휠 아치는 가장 원초적 형태의 기능적 디자인을 보여준다”고 분석한 구 교수는 “유니목은 첫 개발 이후 70년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건강한(?) 기계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유니목 UHE는 일반 차량으로는 접근이 어려운 험난한 지형이나 폭설, 침수, 모래, 바위길을 거침없이 헤쳐 나갈 수 있도록 제작 돼 해외에서는 익스트림 레저용으로도 애용되고 있다. 차량틀과 차축이 뒤틀림에 강한 소재로 만들어져 차축 관절을 최대 30도까지 움직일 수 있다. 주요 부품이 방수 처리 돼 있고, 엔진의 공기 흡입구가 운전석 높이에 배치 돼 최대 1.2m까지 수중 주행이 가능하며 영하 26도에서도 엔진 시동이 된다.
유니목 UHE의 유로 6 신형 BlueTec2® 6 엔진은 온로드 기어와 오프로드 기어로 구성 돼 전진 16단, 후진 14단의 변속기를 갖춰 주행 조건을 가리지 않는다. 해외에서는 산불 진압용 소방차, 캠핑카, 송전선/송전탑 보수 작업, 재난 지역의 구조 작업, 극지 연구, 탐험 활동 등으로 활용 되고 있다.
이날 ‘다임러 트럭 디자인 품평회’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 스프린터도 디자인 학도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스프린터는 1995년 1세대를 시작으로 20여년 동안 130개 국에서 300만 대 이상 판매된 글로벌 베스트셀링 모델이다.
현재 국내에 판매되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스프린터는 유로 6를 충족한 최첨단 엔진이 장착 돼 있다. 국내 시장에서 상용차로 분류되고 있지만 상용과 승용의 경계에 서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승용 감각의 주행 편의성이 색다른 라이프스타일을 즐기고자 하는 소비자층에게 어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메르세데스-벤츠 스프린터는 국내 프리미엄 대형 밴 시장에서 고급 셔틀, 의전, 캠핑, 모바일 오피스, 구급차 등으로 활용 되고 있다. 이러한 시장 특성에 맞춰 다임러 트럭 코리아는 스프린터의 기본 모델을 공급하고 있으며 다임러 트럭 코리아가 협력하고 지원하는 국내 바디빌더가 소비층의 니즈를 충족하는 스프린터의 특장 모델을 제작해 판매하고 있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