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MLB) 러시였던 흐름이 이제는 KBO 유턴 러시로 바뀌었다. 황재균(kt)과 박병호(넥센)가 차례로 돌아왔다. 이제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을 얻은 오승환(35)과 김현수(29)의 거취가 관심을 모을 차례다.
황재균과 박병호는 최근 나란히 KBO 유턴을 선택했다. 일찌감치 한국행을 결정한 황재균은 kt와 4년 총액 88억 원에 계약을 맺었다. 27일에는 입단식도 가졌다. 공교롭게도 황재균이 입단식을 갖기 몇 시간 전, 넥센이 박병호의 KBO 유턴을 공식 발표했다. 원 소속팀 넥센으로 돌아가야 하는 규정이 있는 박병호는 넥센과 2018년 연봉 15억 원에 도장을 찍고 미네소타 생활을 청산했다.
두 선수는 올해 마이너리그에서 고전했다. 샌프란시스코와 스플릿 계약을 맺은 황재균은 시즌 중반 잠깐 MLB 무대에 올랐을 뿐 대부분을 트리플A에서 머물렀다. MLB를 경험했다는 데 의의를 둬야 할 도전이었다. 올 시즌 전 미네소타의 40인 로스터에서 제외된 박병호는 더 험난한 시즌이었다. 시즌 전체를 트리플A에서 보냈다. 미네소타의 새 수뇌부는 박병호를 쓸 생각이 전혀 없었다. 여기에 부상도 겹쳤다.
황재균은 FA 신분이었다. 그러나 MLB 보장 계약을 따낼 만큼의 실적은 없었다. 미련 없이 미국 생활을 접은 이유다. 박병호 또한 구단의 구상에서 완전히 배제된 것을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2년간 바이아웃 포함 650만 달러(약 71억 원)의 계약이 남아있었지만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는 돈을 포기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차라리 빨리 돌아와 4년을 채우고 다음 FA를 기약하는 것이 현명했다.
두 선수 모두 실리를 챙겼다. 따지고 보면 그 전에도 실리를 선택한 선수들이 있었다. 윤석민(KIA)은 1년 만에 MLB 생활을 접고 친정팀 KIA로 돌아왔다. 4년간 90억 원의 대형 계약을 보장 받았다. 이대호(롯데) 또한 MLB 도전은 1년이 끝이었다. 적잖은 나이, 롯데에 대한 애정, 가족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고려해 지난해 한국 복귀를 결정했다. 결과는 역시 대박이었다. 롯데는 FA 역대 최고액은 4년 총액 150억 원을 안겨줬다.
이처럼 MLB 경력을 쌓은 해외파 선수들은 모두 ‘불패 신화’를 이어갔다. 일단 류현진(LA 다저스), 추신수(텍사스), 강정호(피츠버그)는 당장 돌아올 선수들이 아니다. 자연히 관심은 오승환과 김현수로 쏠린다. 두 선수는 MLB 잔류와 국내 복귀라는 두 가지 선택지를 모두 가지고 있다. MLB에서 새 팀을 찾아도 화제, 돌아와도 화제다. 이번 오프시즌의 최고 이슈 메이커들이다.
일단 작년 성적으로 어느 정도 실적을 쌓은 것은 사실이다. 오승환은 세인트루이스의 특급 마무리였다. 김현수는 볼티모어에서 가장 뛰어난 출루 머신이었다. 그러나 불운하게도 올해 성적이 좋지 않았다. FA 시장 개장을 앞두고 악재다. 애당초 기대했던 대형계약은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게다가 올해 MLB FA 시장은 또 유독 더디게 흘러간다. 아직 대어들은 이렇다 할 소식이 없다.
전망은 좋지 않다. 코너 외야수인 김현수는 MLB 보장 계약이 어렵다는 전망이 줄을 잇는다. KBO 리그 유턴설이 신빙성 있게 흘러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김현수는 여전히 MLB에 대한 미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12월 중순에 있을 MLB 윈터미팅까지는 기다려 볼 가능성도 있다. 다만 KBO 복귀를 결정하면 부는 확실히 따라올 전망이다. 외야 FA 영입을 위해 지갑을 충전한 채 기다리는 팀들이 몇몇 있다.
오승환은 그나마 좀 낫다. 아직 활용도가 높은 불펜투수다. MLB에서 불펜투수의 가치가 점점 올라감에 따라 시장 이동도 활발할 가능성이 있다. 또 2016년 시즌 전 받은 KBO의 징계도 걸림돌이다. 규정상 친정팀 삼성으로 복귀해도 당장은 뛸 수 없다. 일단 끝까지 MLB 무대 잔류를 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하나의 근거다. 객관적으로 대박 계약은 어렵겠지만, 단기 계약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skullboy@osen.co.kr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