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여왕'이 유독 뜨거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다소 뻔할 수 있는 K-로코가 성별 전환의 신데렐라 스토리와 맞물렸다. 원래 알던 맛이라 중독성도 더 강하다.
최근 방송 중인 tvN 토일드라마 '눈물의 여왕'(극본 박지은, 연출 장영우 김희원)이 심상치 않다. 방송 2주 차인 4회 만에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더니 최근 방송된 6회에서는 14.1%를 기록했다. 스타작가인 박지은 작가의 전작 '사랑의 불시착'보다도 빠르고 가파른 상승세다.
온라인 화제성은 더욱 뜨겁다. 굿데이터 코퍼레이션에 따르면 '눈물의 여왕'은 방송 기간 내내 3주 연속 TV와 OTT를 통틀어 드라마 화제성 1위를 기록했다. 비드라마 통합 수치에서도 마찬가지. 지난해 이후 집계된 화제성 점수 중 가장 높은 기록으로 이룬 성적이다.
이와 관련 굿데이터 코퍼레이션의 원순우 데이터 PD는 "작품에 대한 부정적 여론 비중이 작은 가운데 높은 화제성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남녀 주인공 김수현, 김지원 뿐만 아닌 조연들의 역할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역대급 화제성 기록도 기대된다"라고 했을 정도다.
'눈물의 여왕'은 퀸즈 그룹 재벌 3세인 백화점 여왕 홍해인(김지원 분)이 용두리 이장 아들인 변호사 백현우(김수현 분)와 결혼해 3년 차 부부의 아찔한 위기와 기적처럼 다시 시작되는 사랑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별에서 온 그대', '푸른 바다의 전설', '프로듀사', '사랑의 불시착'으로 작품마다 사랑받은 박지은 작가의 신작이자 배우 김지원과 김수현이 호흡하는 작품으로 기획부터 기대감을 모았다.
드라마는 박지은 작가가 전작들에서 보여준 바와 크게 다르지 않은 화려하고 부유한 재벌가를 배경으로 한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표방한다. 한국 드라마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다소 뻔할 지라도 가장 큰 장점이다. 거부할 수 없는 스테디셀러인 'K-로코'로 유독 피로도 높은 현대 한국 시청자들에게 불변의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이 가운데 '눈물의 여왕'은 '성별 전환'을 활용해 트렌드를 한층 살렸다. 마냥 왕자님의 구원만 기다리던 신데렐라가 아닌, 자신의 기사를 찾아 함께 사랑을 나누는 공주 같은 홍해인과 백현우의 관계가 박지은 작가의 전작들과 다른 차별화 포인트 지점이다. 여기에 '시한부 환자'라는 홍해인의 상황이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전개를 보여주며 박진감을 더하는 중이다.
누가 봐도 '빌런'인 퀸즈 그룹을 삼킬 야심을 가진 남자 윤은성(박성훈 분)이나 '첩' 소리를 꾹 참고 있다 무언가 터트릴 기세의 모슬희(이미숙 분) 또한 작품에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인물들이다. 백현우와 홍해인이라는 남녀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는 다소 뻔한 듯 하면서도 안정감을 주며 익숙한 친근감을 선사하고 여기에 빌런 캐릭터들이 활약해 호기심을 잃지 않는 구조다.
이는 흔히 남녀 주인공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기까지 로맨스 감정의 최고조를 쌓아가다가 설렘이 확신으로 바뀌는 순간 급하게 감정선이 하락하는 기존 K-로코와는 다소 다른 구조다. '별에서 온 그대'부터 이어진 박지은 작가 만의 나름의 로맨스 서사가 안정감과 긴장감을 동시에 선사하는 방식이다.
지금은 글로벌 OTT 플랫폼으로 인해 '시리즈'라는 표현이 흔해졌지만 본래 한국의 '드라마'의 매력은 바로 그 아는 맛에 있었다. 익숙한 장르라 결말이 예측될 정도로 뻔하지만 마음 졸이기 보다는 느긋하게 볼 수 있는 편안한 즐거움이 있고, 대신 매회 엔딩이 호기시을 대폭 상승시키며 다음 회차와의 연속성을 잃지 않는 것. 이에 '눈물의 여왕'은 로코라는 주장르로 안정감을 취하고 시한부와 빌런 코드로 긴장감과 호기심을 유지하는 중이다. 변칙적이면서도 정석을 밟는 K-로코 새 바이블이다. / monami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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