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골 징크스’ 케인, 홀란 꺾고 ‘무관의 제왕’… 유럽 최고 팀 득점 공헌도[최규섭의 청축탁축(清蹴濁蹴)]
OSEN 조남제 기자
발행 2023.05.30 06: 30

‘비운의 골잡이’ 해리 케인(30·토트넘 홋스퍼)은 다시금 눈물을 흘렸다. 팀 우승에 맺힌 한을 풀지 못했을뿐더러 개인적으로도 등정을 이루지 못했다. 시운이 따르지 않는 운명을 통탄할 수밖에 없었던 2022-2023시즌이었다.
세계 으뜸의 프로축구 무대인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2022-2023시즌이 28일(이하 현지 일자) 9개월의 대장정을 마치고 막을 내렸다. 1992년 EPL로 옷을 갈아입고 새로 출범한 EPL 역사에 한 획을 그은 한 시즌이었다. 총 380경기에서 1,084골(경기당 평균 2.85골)이 터져 역대 한 시즌 최다골 기록이 새로 세워졌다. 2018-2019시즌(1,072골·경기당 평균 2.82골)에 수립된 종전 기록을 12골 능가한 신지평이 열렸다.
케인도 못지않은 풍성한 수확을 올렸다. 전 경기(38) 무교체 출장이라는 철각을 뽐내며 30골-3어시스트의 무척 빼어난 몸놀림을 펼쳤다. EPL에서, 2017-2018시즌(37경기 출장-30골)에 이어 두 번째 30골 고지를 밟았다.

마땅히 풍년가를 부를 만했건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30골 징크스’에 다시 한번 눈물을 훔쳐야 했다. 두 시즌 모두 타인, 그것도 외국인 선수의 득점왕 등극을 하릴없이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2017-2018시즌엔 모하메드 살라(이집트·리버풀·32골)에게, 이번 시즌엔 혜성같이 나타난 ‘괴물’ 엘링 홀란(노르웨이·맨체스터 시티·36골)에게 각각 골든 부트를 빼앗겼다.
묘하게도, 케인은 이보다 못한 결실을 올렸을 때 득점왕에 올랐다. 세 차례 골든 부트를 품은 2015-2016시즌(38경기-25골), 2016-2017시즌(30경기-29골), 2020-2021시즌(35경기-23골) 모두 30골에 미치지 못했다.
케인은 홀란이 내뿜은 강렬한 빛에 가려 ‘퇴색의 운명’을 감내하며 다음 시즌을 기약할 수밖에 없게 됐다. 생각하지 못했던 홀란이 쌓은 ‘장벽’은 높디높았다. 38경기 체제(32골)는 두말할 나위 없고 42경기 시스템(34골)마저도 무너뜨리는 ‘골 폭풍’을 일으키며 EPL을 강타한 홀란이다.
팀 득점 비중에서 케인을 앞지를 골잡이는 존재하지 않아
그러나 케인은 ‘무관의 제왕’으로 자리매김했다. 비록 득점왕의 자리는 내줬을망정, 유럽 5대 빅리그 최고위에 오르는 위풍당당한 모습을 팬들의 가슴속에 깊이 아로새겼다. 팀 득점 공헌도에선, 홀란도 케인에게 크게 못 미쳤다. 홀란뿐이랴. 킬리안 음바페(파리 생제르맹)을 비롯한 유럽 5대 빅리그를 수놓은 걸출한 골잡이들도 케인의 눈부신 발자취에 묻혔다.
팀 전체 득점에서 차지하는 개인 득점 비중을 나타내는 팀 득점 공헌도에서, 케인은 가장 높은 데를 밟으며 정상에 맺힌 한을 씻어 냈다. 토트넘의 에이스 케인이 얼마나 주득점원으로서 제 몫을 다하며 맹위를 떨쳤느냐를 뚜렷이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시즌, 케인의 팀 득점 비중은 42.86%에 달했다. 토트넘이 뽑아낸 70골 가운데 30골이 케인에게서 터져 나왔다(표 참조). 물론, 유럽 5대 리그 득점 10걸 가운데 으뜸이었다.
5대 리그 득점왕에 올랐거나(EPL, 분데스리가) 득점 선두를 달리는(라 리가, 세리에 A, 리그 1) 골잡이 가운데 그 누구도 케인을 앞설 수 없었다. EPL을 평정한 홀란은 팀 득점 공헌도에선 4위(38.30%)에 머물렀다. 홀란과 함께 당대 최고 골잡이로 평가받으며 프랑스 리그 1을 주름잡는 킬리안 음바페(파리 생제르맹·28)는 상위 5위에도 들지 못하고 9위(32.18%)에 그쳤다. 라 리가와 세리에 A 득점왕을 예약한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바르셀로나·23골)와 빅터 오심헨(오시멘·나폴리·25골)은 나란히 7위(33.33%)에 자리했다.
이 밖에도, 케인은 EPL 기록사에 인상 깊은 발자취를 남겼다. 한 시즌 최다 경기(26) 득점 고지를 정복했다. 지난 4월 30일 리버풀전부터 5경기 연속 득점의 후반 질주가 살라의 종전 기록(24경기)을 경신하는 데 큰 힘이 됐다.
또한, 자신이 보유한 단일 클럽 최다 득점 기록도 늘려 가는 케인이다. 2013-2014시즌 토트넘에서 첫 골을 뽑아낸 이래 둥지를 옮기지 않고 줄곧 홋스퍼만을 위해 열정을 불태워 온 케인에게 완벽하게 어우러지는 값진 기록이다. 213골!
아쉬움이 컸던 이번 시즌이다. 그만큼 희열의 반전을 기약할 수도 있는 케인이다. 인동초처럼 꺾이지 않는 투혼을 불사르는 케인의 모습을 2023-2024시즌에도 보고 싶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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