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음주 파문' 3인방 전원 1군 제외, 순위 싸움 거대 변수로…엘롯기에는 기회?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3.06.03 05: 40

지난 3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음주 파문이 KBO리그 판도를 뒤흔들 거대 변수로 떠올랐다. 음주 사실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한 투수 3인방 김광현(35·SSG), 이용찬(34·NC), 정철원(24·두산)이 모두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지난달 30일 WBC 대표팀 일부 선수들이 호주전과 일본전을 앞두고 밤새 유흥업소에서 술을 마셨다는 폭로가 제기되자 KBO와 대표 선수들을 파견한 KBO리그 9개 구단은 진상 조사에 들어갔다. 음주 선수가 소속된 3개 팀에서 31일 경위서를 KBO에 제출했고, 지난 1일 경기를 앞두고 당사자들이 공개 사과했다. 
당초 이날 문학 삼성전에 선발등판할 차례였던 김광현이 1군 엔트리에서 즉시 말소됐다. 김원형 SSG 감독은 “소속팀 선수인데 내게도 책임이 있다. KBO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죄송하다. 책임감을 느낀다. 반성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SSG 김광현, NC 이용찬, 두산 정철원(왼쪽부터). /OSEN DB

1일 오후 인천 SSG 랜더스 필드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SSG 랜더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열릴 예정인 가운데,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했던 야구 대표팀 선수들의 음주 파문의 당사자인 SSG 김광현이 덕아웃에서 사과 인사를 했다.SSG 김광현이 WBC 당시 음주 논란에 대해 덕아웃에서 사과하고 있다. 2023.06.01 /rumi@osen.co.kr

구원투수인 이용찬과 정철원은 경위서가 제출한 31일 창원 NC-두산전에 나란히 등판하지 않았다. 1일 창원 경기가 우천 취소된 뒤에도 1군 엔트리에 남아 혹시 모를 등판 가능성이 제기됐는데 2일 경기를 앞두고 모두 말소됐다. 
강인권 NC 감독은 잠실 LG전에 앞서 이용찬에 대해 “곧 KBO 대면 조사도 있고, 상벌위원회도 열릴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를 제대로 하기 어렵다”고 엔트리 제외 이유를 말했다. 이승엽 두산 감독도 수원 KT전을 앞두고 정철원과 관련해 “경기 출장보다 자숙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아직 조사 결과가 안 나왔지만 선수에게 현재 상황을 받아들이라고 말했다.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숙하면서 기다리는 게 맞다”고 말했다. 
NC 다이노스 이용찬이 1일 창원 NC파크에서 WBC대회 술자리 파문과 관련해 사과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2023.06.01 / foto0307@osen.co.kr
두산 베어스 정철원이 1일 창원 NC파크에서 WBC대회 술자리 파문과 관련해 사과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2023.06.01 / foto0307@osen.co.kr
KBO는 경위서와 대만 조사를 토대로 국가대표 운영 규정에 어긋남이 있는지 여부를 명확하게 파악한 뒤 후속 조치를 결정한다. 국가대표 운영 규정 제13조 [징계] 항목에 따르면 ‘고의로 대표팀 명예를 훼손한 자,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자’에 대해 징계위원회를 개최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선수들이 고의로 대표팀 명예를 훼손하지 않았지만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만큼 징계를 피할 수 없다. 대회 당시 1라운드 탈락이라는 실망스런 성적에 여론이 싸늘하게 식었는데 뒤늦게 음주 사실까지 드러나 파장이 커지고 있다. 
벌금은 물론 출장정지도 가능한 사안이다. 징계 수위에 따라 리그 판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세 선수 모두 팀에서 선발, 마무리, 필승조로 마운드 핵심 전력이다. 공백이 길어진다면 3강3중4약으로 굳어지기 시작한 KBO리그 순위 판도까지 요동치게 된다. SSG는 1위, 두산과 NC는 4~5위로 모두 순위 싸움 팀들이다. 
SSG는 김광현 차례에 대체 선발로 나선 백승건이 지난 1일 문학 삼성전에 4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14-2로 승리한 뒤 2일 문학 키움전도 김성현이 9회 끝내기 안타를 치며 3-2로 역전승했다. LG를 제치고 1위 자리를 탈환했다. 같은 날 두산은 KT를 10-1로, NC는 LG를 9-2로 눌렀다. 타선 폭발에 힘입어 넉넉한 점수 차이로 승리를 거뒀다. 
SSG 김광현. 2023.05.09 /cej@osen.co.kr
갑작스런 파문 속에서도 분위기가 처지지 않고 승리했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5월 4경기 1승1패 평균자책점 2.31로 반등한 김광현의 공백으로 SSG는 선발 한 자리를 채워야 한다. 이용찬과 정철원이 빠진 NC와 두산도 전체적인 불펜 약화가 우려된다. 시즌 3분의 1이 지나 투수들의 피로도가 쌓이는 시점이라 이들의 공백이 팀 전력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야구계 전체에는 악재이지만 순위 경쟁팀들은 오히려 반사 이익을 누릴 수 있다. SSG와 3강을 형성 중인 2~3위 LG와 롯데 그리고 4~5위 두산과 NC를 추격 중인 6위 KIA로선 지금 상황이 나쁠 게 없다. 공교롭게도 KBO리그 흥행을 책임지는 ‘엘롯기’ 팀들의 호재라는 점이 이색적이다. 나아가 7~10위로 처져있는 삼성, 키움, 한화, KT에도 대반격의 기회가 될 수 있다.
NC 이용찬. 2023.05.16 / foto0307@osen.co.kr
두산 정철원. 2023.04.22 /cej@osen.co.kr
/waw@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