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지, 역대 5번째 대회 3연패 위업…’12시간 사투’ 속이 울렁거렸다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23.06.11 19: 17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는 같은 대회 3연패의 기록이 딱 4번 있었다. 故구옥희를 시작으로 강수연(47), 김해림(34, 삼천리), 박세리(46) 등 KLPGA 투어를 호령했던 4명만이 갖고 있는 대기록이다.
이 대기록을 세운 명단에 또 하나의 이름이 추가됐다. NH투자증권 소속의 박민지(25)다.
박민지는 11일 강원도 양양군 설해원 더 레전드 코스(파72/6,678야드-예선, 6,495야드-본선)에서 막을 내린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총상금 12억 원, 우승상금 2억 1,600만 원)에서 이예원과의 연장 승부 끝에 올 시즌 첫 우승에 성공했다.

이미 통산 승수를 16번이나 쌓아 놓은 박민지이지만 올 시즌엔 아직 우승이 없었던 터라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았다. 게다가 박민지는 2019년부터 시작된 이 대회에서 2021, 2022년 내리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올해 대회까지 우승을 하게 되면 역대 5번째 3회 연속 동일 대회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그러나 대기록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박민지는 2라운드 경기가 있었던 10일 양양 지역에 내린 낙뢰로 인해 경기를 다 마칠 수가 없었다. 최종라운드가 예정된 11일, 박민지는 오전 6시 반부터 2라운드 잔여경기를 치러야 했다.
낙뢰 예보는 최종라운드 일정에도 지장을 끼쳤다. 오후 3시경에 낙뢰가 있을 거라는 예보 때문에 4개의 홀에서 동시에 티오프를 하는 세미 샷건 방식으로 라운드를 시작했지만, 예보보다 앞당겨 천둥과 번개가 경기장을 덮쳤다.
박민지가 파4 13번홀을 버디로 마무리 한 이후 경기 중단을 알리는 혼소리가 대회장에 울려 퍼졌다. 대회본부는 오후 3시경 경기를 재개하려 했지만 이번에는 우박이 쏟아졌다. 큰 구슬 만한 우박이 요란스럽게 내리더니 강한 빗줄기가 이어지면서 벙커에는 물까지 고였다. 
또 다시 힘겨운 대기 시간이 이어졌고, 오후 4시 35분이 지나서야 경기가 재개될 수 있었다.
최종라운드의 시작은 박주영의 시간이었다. 1, 2번홀 연속 버디로 자신의 266번째 대회에서 생애 첫 우승을 올리는 듯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이 부문 기록은 237번째 대회(2019년 11월 ADT캡스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우승에 성공한 안송이가 갖고 있다. 박주영이 우승하면 새로운 기록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그런데 그 때 뿐이었다. 박주영은 낙뢰 예보로 경기가 중단되기 전까지 5개의 보기를 범하며 흔들렸다. 표정이 굳어진 박주영은 12번홀 버디로 다시 한번 기회를 만들기 시작했다. 212미터로 거리를 줄여 원온이 가능한 파4 13번홀에서는 이글 기회도 잡았다. 하지만 양양의 날씨는 박주영의 편이 아니었다. 이글 퍼트를 남겨 놓고 경기가 중단됐다. 재개 후 박주영은 3.2야드 이글 대신 0.3야드 버디에 만족해야 했다.
낙뢰로 인한 경기 중단은 선두 박민지의 컨디션에도 영향을 끼쳤다. 중단 전까지 보기 2개, 버디 4개로 기세를 높였던 박민지는 재개 후 15, 17번홀에서 보기를 범했고, 18번홀 버디로 간신히 연장 승부를 만들 수 있었다.
연장전 상대는 챔피언조 동반자가 아니었다. 앞 조에서 경기하던 이예원이었다. 보기 없이 버디만 4개를 적어낸 이예원은 최종합계 11언더파로 박민지와 연장전에 나섰다. 
연장 승부는 단판으로 끝났다. 투온이 가능한 파4 18번홀에서 이예원이 버디를 잡아내는 사이, 박민지는 이글을 기록하며 두 팔을 번쩍 들었다. 그 시간이 오후 6시 반이었다. 대기록을 위한 12시간의 사투가 그제야 끝났다. 
우승 후 박민지는 “후반 들어 긴장이 너무 많이 돼, 속이 울렁거릴 정도였다. 우승이 없는 시간 동안 초심을 잃었던 것 같아 초심을 되찾으려 노력했고 좋은 결과가 나와 다행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지난 결과를 생각하지 말고 현재에만 집중하자고 마음을 먹었다. 책을 많이 읽었고, 일기도 쓰면서 마음을 다스렸다”고 말했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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