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위권 9연전→지옥의 수도권 9연전…'한때 3강' 롯데의 오판, 숨 고르기하다가 숨 넘어간다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3.06.13 11: 00

숨 고르기가 필요한 시기이긴 했다. 하지만 모든 게 예상대로 흘러가지는 않았다. 결과론이지만 숨 고르기 하다가 숨이 넘어갈 판이다. 롯데 자이언츠의 ‘3강’ 지위는 이제 과거가 됐다.
롯데는 지난 한 주간 1승5패라는 결과와 마주했다. 올 시즌 최악의 한 주라고 봐도 무방했다. 앞서 4일 사직 KIA전(0-6 패)에서 패한 뒤 주중 KT 3연전에서 스윕패까지 당하며 4연패 수렁에 빠졌다. 7~8일 이틀 연속 연장 혈투까지 벌였지만 소득 없이 허무한 1점 차 패배를 당했다. 
9일 대구 삼성전 나균안의 역투로 5-1 승리를 거뒀고 4연패를 탈출했다. 그러나 이후 10일 경기에서 7-9로 석패를 한 뒤 11일 경기에서는 다시 연장 접전을 펼쳤지만 4-6으로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이 KT 위즈와의 연장 승부끝에 2-3으로 패한 후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2023.06.07 / foto0307@osen.co.kr

롯데 자이언츠 래리 서튼 감독이 기자들과 인터뷰하고 있다. 2023.06.02 / foto0307@osen.co.kr

롯데의 지난 주 일정은 ‘순위상’으로는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지난 주부터 KT, 삼성, 한화를 차례대로 만날 예정이었다. 이들을 만나기 직전 KT는 최하위였고 삼성은 7위였다. 한화는 9위. 말 그대로 하위권 9연전이었다. 
이에 롯데는 숨 고르기를 생각했을 수 있다. 타격에서 부침을 거듭하던 주전 3루수 한동희를 1군에서 제외했다. 그리고 7일 경기를 앞두고는 직전 경기들에서 부진했던 필승조 투수 김상수과 김진욱을 휴식과 재정비 목적으로 동시에 제외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는 롯데의 오판이었다. 숨 고르기라고 할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방심했다고 볼 수 있었다. 핵심 필승조 투수 2명을 제외하더니 연장전을 3번이나 치렀다. 구승민 김원중 등 남은 필승조 투수들에게 과부하가 심화됐다. 한동희의 3루수 자리에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사건’이 발생했다.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이 ‘기세데이’를 맞아 팬들에게 나눠준 ‘기세’라고 씌여진 응원수건을 더그아웃에 붙여놓고 경기를 하고 있다. 2023.06.07 / foto0307@osen.co.kr
롯데 자이언츠 전준우가 6회초 2사 우월 솔로 홈런을 치고 나균안과 포옹을 하고 있다. 2023.06.09 / foto0307@osen.co.kr
하위권 9연전에서 숨을 고르고 버티며 현재 순위를 유지하고 하위권 9연전 이후의 일정을 대비하려는 복안일 수도 있었다. 롯데는 KT-삼성-한화를 만난 뒤 인천(SSG)-수원(KT)-잠실(LG)로 이어지는 한 여름의 수도권 9연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상위권 경쟁을 하는 SSG와 LG를 상대로 전력을 재정비한 뒤 본격적인 경쟁을 펼치겠다는 복안이라고 풀이해도 무방했다.
한동희의 복귀 시점을 SSG 3연전 첫 경기인 16일에 맞췄고 김상수와 김진욱도 SSG와의 3연전 중인 17일에 복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의도가 어떻든 롯데의 선택은 오판이었고 최악의 결과로 이어졌다. 상위권과 격차를 좁히지 못할 망정 롯데는 NC의 맹렬한 기세에 밀리며 3위 자리까지 뺏기고 4위로 내려앉았다. 
순항을 거듭하던 롯데 입장에서는 가장 난감한 상황과 마주했다. 올해 롯데의 분위기라면 현재의 위기도 나름대로 극복할 수 있다. 하지만 어긋난 계획들을 원상복구 시키기에는 버티기의 핵심인 투수진의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 11일 삼성전 마무리 김원중은 등 근육 경직으로 경기 도중 강판됐다. 구승민의 컨디션도 썩 좋은 편이 아니다. 다른 투수들은 아직 믿음을 확실하게 얻지 못했다. 타선도 조금씩 회복의 기미가 보여지고 있지만 시원하게 돌아왔다고 보기는 힘들다. 노진혁도 허리 통증으로 주말 2경기를 결장했다.
가을야구를 향한 사전 정지작업들을 수행하고 숨 고르기까지 하려고 했던 롯데다. 그러나 이제 여유는 없다. 당장 한화와의 3연전을 잘 마무리하고 수도권 3연전의 시작인 주말 SSG 3연전을 준비해야 한다. 과연 롯데는 숨 넘어갈 수 있는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이 선전을 다짐하며 화이팅을 하고 있다. 코치진들도 선수들과 함께 하고 있다. 2023.06.09 / foto030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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