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착해서 문제” 벌써 3달째 1선발 위압감 실종, 양현종 추천선수를 어찌할꼬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3.06.27 13: 00

지난해 대체 외국인선수로 합류해 재계약을 이뤄냈고, 에이스 타이틀까지 얻었지만 에이스의 위압감을 보여준 경기는 개막전이 유일했다. 마냥 착하고 순한 심성으로 인해 에이스다운 승부사 기질을 뽐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현장에서 만난 KT 이강철 감독은 “선발투수 중 벤자민이 나가면 제일 불안하다. 조금 안정적으로 갔으면 좋겠는데…”라며 에이스 웨스 벤자민을 향한 고민을 털어놨다. 
벤자민의 원래 신분은 에이스가 아닌 대체선수였다. 작년 5월 부상으로 떠난 에이스 윌리엄 쿠에바스를 대신해 연봉 33만1000 달러(약 4억 원)에 KT에 합류한 그였다. 당시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양현종이 추천한 선수로 주목을 받았고, 17경기 5승 4패 평균자책점 2.70을 남기며 130만 달러(약 16억 원)에 재계약했다. 벤자민은 이에 그치지 않고 KT의 2023시즌 개막전 선발투수이자 에이스라는 중책을 맡게 됐다. 

KT 웨스 벤자민 / OSEN DB

KT 웨스 벤자민 / OSEN DB

벤자민은 미국 스프링캠프 때부터 한층 업그레이드된 구위를 뽐내며 KBO리그 2년차 전망을 밝혔다. 그리고 4월 1일 LG와의 개막전에서 6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1실점(비자책) 역투를 뽐내며 1선발 클래스를 유감없이 뽐냈다. 사령탑은 당시 “사실 스프링캠프 때 너무 공이 좋아서 문제였다. 첫 라이브피칭을 했는데 작년에도 못 던지던 149km가 나왔다. 개막전에도 보니 공이 참 좋더라”라고 감탄했다. 
KT 웨스 벤자민 / OSEN DB
그러나 벤자민의 에이스급 투구는 그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4월 평균자책점 5.60을 시작으로 잦은 기복과 위기관리능력 부족으로 번번이 벤치에 실망을 안겼다. 팀의 상승세는 끊고, 하락세에서는 연패 스토퍼 역할을 하지 못한 채 하락세를 더욱 가중시키는 패턴이 지속됐다. 벤자민의 시즌 기록은 14경기 7승 3패 평균자책점 4.48로, 다승만 공동 4위일 뿐 평균자책점, WHIP(1.41), 퀄리티스타트(4회) 등은 모두 1선발 타이틀과 어울리지 않는다.
무엇이 문제일까. 이강철 감독은 “너무 착하고 순하다. (주심이) 공을 안 잡아주면 한 번 화도 낼 줄 알아야 하는데 그런 성격이 아니다. 오히려 내가 항의를 해줘야 한다”라고 쓴웃음을 지으며 “대신 승운은 좋다. 지금 방어율에 벌써 7승이다. 아마 내가 5회마다 빼지 않았더라면 9승은 했을 것이다. 보통 5회에 엎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앞으로는 잘 좀 던져줬으면 좋겠다”라고 진단했다.
KT 웨스 벤자민 / OSEN DB
사령탑은 벤자민의 위압감 회복 프로젝트의 수장으로 돌아온 ‘우승 에이스’ 쿠에바스를 낙점했다. 쿠에바스는 벤자민과 달리 자기 주장이 강하고 승부사 기질을 갖고 있는 투수다. 이 감독은 “벤자민도 쿠에바스 같은 면이 있어야 한다. 최근 쿠에바스를 만나 벤자민과 이야기를 해보라고 했다. 쿠에바스에게 벤자민을 어떻게 좀 만들어보라고 주문했다”라고 전했다. 
벤자민은 그래도 22일 사직 롯데전에서 만루 위기를 거듭 극복하며 5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팀의 롯데전 2연속 스윕을 이끈 투구였다. 벤자민은 “동료들의 훌륭한 경기력 덕분에 4연승을 달성할 수 있었다. 승리했지만 더 좋은 공을 보여주지 못해 아쉬움이 있다. 동료들에게 승리의 공을 넘기고 싶다”라며 “야수들의 좋은 수비와 득점 지원 덕분에 내 공이 좋을 때도 안 좋을 때도 믿고 던질 수 있다. 항상 감사하다”라고 역시 착한 소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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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이강철 감독 /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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