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쓴 마차도 재림…'3루 장벽' 세운 구드럼 완벽 데뷔전, 사직도 함성 속으로 [오!쎈 부산]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3.07.21 21: 10

2020~2021년, 두 시즌 동안 메이저리그급 수비 하나로 롯데 팬들을 매료시켰던 딕슨 마차도가 안경을 쓰고 돌아온 듯 했다. 과거 딕슨 마차도와 메이저리그에서 한솥밥을 먹기도 했던 롯데의 새 외국인 선수 니코 구드럼(31)이 3루에 장벽을 세우며 완벽한 데뷔전을 치렀다. 
구드럼은 2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 2번 3루수로 선발 출장했다. 내야 유틸리티 플레이어인 KBO리그 데뷔전의 포지션은 3루수였다.
무릎 부상으로 퇴단해야 했던 잭 렉스의 대체 선수로 합류한 구드럼은 유격수를 기본으로 내외야 전포지션이 가능했다. 2020년 아메리칸리그 유격수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 3인에도 올랐던 수비 능력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 올스타 휴식기 동안 공수 극대화를 위한 최적의 포지션 찾기에 돌입했다. 일단 첫 경기는 3루수로 나섰지만 래리 서튼 감독은 “상대 투수와의 전적에 따라서 포지션이 바뀔 수도 있다. 돌아가면서 기용을 할 예정”이라며 계획을 설명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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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전에서 긴장할 법 했지만 구드럼은 베테랑이었고 관록이 있었다. 골드글러브 최종후보에 올랐던 클래스를 무시할 수 없었다. 1회초 첫 타자의 타구가 구드럼에게 향했고 이를 부드럽게 처리했다. 이형종의 빗맞은 타구였고 바운드 처리가 애매했지만 유려한 핸들링, 그리고 강력한 송구로 데뷔전의 첫 수비, 첫 아웃카운트를 제대로 처리했다.
이어진 1회말 첫 타석에도 분위기가 이어졌다. 첫 타석에 앞서 자신을 환영해준 사직구장의 팬들에게 헬멧을 벗고 처음으로 인사를 했다. 그리고 키움 선발 안우진의 153km 강속구를 가볍게 받아쳐 중전 안타를 때려냈다. 데뷔전 첫 수비를 깔끔하게 처리한 것은 물론 첫 타석에서도 가볍게 첫 안타를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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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에도 이형종의 3루 선상의 땅볼 타구를 백핸드로 잡은 뒤 원바운드 송구로 아웃시켰다. 역시 바운드 처리가 애매했고 송구 거리도 멀었지만 원바운드 송구 선택을 빠르게 했다. 구드럼의 합류로 3루에서 1루로 이동한 한동희도 바운드 캐치를 깔끔하게 해냈다.
이날 구드럼의 하이라이트는 5회였다. 2-0으로 앞서던 5회 2사 만루 위기에서 이원석의 3-유간 타구를 다이빙 캐치로 걷어냈다. 이후 1루에 다시 한 번 바운드 송구를 펼쳤고 1루수 한동희가 간신히 막아내며 이닝의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추가했다. 구드럼의 위치 선정과 긴 팔을 활용한 다이빙 캐치, 한동희의 절묘한 송구 캐치가 조화를 이뤘다. 구드럼의 캐치가 있었기에 만루 위기를 탈출할 수 있었다.
구드럼의 실전 경기는 약 3주 만이었다. 지난 30일(한국시간)이 트리플A 마지막 경기였고 7월 4일 옵트아웃 권리를 행사해 방출됐다. 그럼에도 구드럼은 클래스와 감각으로 호수비를 펼치며 팀 승리에 기여했다. 구드럼의 호수비가 나올 때마다 사직구장은 함성의 도가니에 빠졌고 뜨거운 환호성을 보냈다. 
과거 롯데 팬들 모두가 사랑했고 연일 호수비로 하이라이트 필름을 만들었던 마차도와 2018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시절 함께했던 구드럼이기도 하다. 그 마차도가 3-유간에 세웠던 장벽을 구드럼이 다시 세웠다. 안경을 쓴 마차도처럼 구드럼은 데뷔전부터 존재감을 과시하며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케 했다. 
롯데에서 활약했던 딕슨 마차도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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