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이런데 AG 때는…이정후, 김혜성 빠지면 아찔한 키움 타선
OSEN 백종인 기자
발행 2023.07.22 11: 00

[OSEN=백종인 객원기자] 0-2로 뒤지던 5회 초다. 모처럼 득점권 기회가 왔다. 안타(김준완)와 몸에 맞는 볼(이형종)로 2명의 주자가 모였다. 후속 땅볼로 2사 1, 3루. 타석에는 이정후다. 추격에 대한 기대감이 원정팀 응원석에 가득하다. (21일 사직, 키움-롯데전)
마운드에는 찰리 반즈다. 유난히 히어로즈에 강한 좌승사자다. 이날을 포함해 올 시즌 3게임에서 2승 무패다. 15.2이닝 동안 자책점은 2점. ERA 1.15로 극강의 모습이다. 이정후에게도 꿇릴 게 없다. 통산 20타수 4피안타, 타율 0.200으로 나쁘지 않다.
초구는 유인구다. 빠지는 슬라이더(130㎞)로 슬쩍 간을 본다. 타자가 벌써 눈치챘다. 흘러 나가는 공에 따라다니지 않는다. 다음 공이 고비다. 유강남의 사인은 바깥쪽이다. 미트를 대고 영점을 맞춰준다.

OSEN DB

하지만 웬걸. 의도와 전혀 다른 코스다. 반즈의 투구는 몸쪽으로 높게 날아간다. 하마터면 타자를 맞힐 뻔했다. 유강남이 가까스로 막았지만, 포구에는 실패했다. 공이 떨어진 사이 1루 주자(김혜성)가 2루에 안착한다. 2사 1, 3루가 2, 3루로 바뀐다. 짧은 안타 하나면 동점도 충분한 상황이다.
그러자 홈팀 벤치는 미련을 버린다. ‘오히려 잘됐다’ 싶은 표정이다. 고의4구. 이정후와 승부를 포기한 것이다. 카운트 2-0에서 굳이 위험부담을 안을 필요가 없다. 1루를 채우겠다. 그런 전략을 선택했다. 다음이 4번 차례, 그것도 좌투수에 껄끄러운 우타자인데 말이다.
결국 이 작전은 성공했다. 반즈는 4번 이원석을 3루 땅볼로 잡아냈다. 스코어 2-0은 끝까지 요지부동이었다.
OSEN DB
히어로즈가 깊은 수렁에 빠졌다. 에이스 안우진을 내고도 벗어나지 못했다. 6이닝 2실점의 호투였다. 하지만 그걸로는 막을 수 없었다. 어느덧 8연패다. 창단 이후 최다 기록(2009년 5월 9연패)이 코 앞이다.
문제는 뻔하다. 민망한 타력이다. 연패 기간(8게임) 합계가 13득점에 그쳤다. 게임당 1.6점꼴이다. 이길 수 없는 게 당연하다. 출루도 원활치 않고, 나가도 불러들이질 못한다. 어제(21일)도 6안타, 4볼넷, 1사구를 얻었다. 11명 중 살아서 돌아온 주자는 없다. 잔루만 10개를 남겼다.
팀 타율(0.253) 8위에 팀 홈런(35개)은 꼴찌다. 매섭던 작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무기력하고, 갑갑하다. 순위는 어느 틈에 9위로 내려앉았다.
히어로즈 팬들은 벌써부터 한걱정이다. 지금도 이런데, 아시안 게임 때는 어떻겠냐는 한숨이다. 키움에서는 이정후와 김혜성이 선발됐다. 9월 대표팀이 소집되면 전력에서 제외된다. 그래도 리그 일정은 중단없이 그대로 돌아간다.
물론 3명이 뽑힌 팀도 있다. 그에 비하면 숫자상으로는 큰 공백이 아니다. 다만 차지하는 비중이 문제다. 타선에서는 기둥뿌리가 뽑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공격력의 원투 펀치가 사라지는 셈이다. 김혜성 (0.324ㆍ5위)과 이정후(0.313ㆍ9위)는 두 명뿐인 3할 타자다.
타율만이 아니다. 둘은 다른 공격지표에서도 리드한다. 홈런과 타점도 팀에서 가장 많다. 이정후가 6홈런 44타점, 김혜성이 5홈런 35타점이다. OPS도 0.851(이정후), 0.820(김혜성)으로 1, 2위를 다툰다. wRC도 마찬가지다. 143(이정후), 137(김혜성)으로 비교 불가다. (물론 센터 라인을 지키는 수비에서도 전력 손실이 크겠지만.)
그나마 뒤에서 받쳐주던 에디슨 러셀(타율 0.286)마저 빠졌다. 새 외국인 타자는 아직 미지수다. 중심을 버텨주던 이원석의 부진이 크다. 최근 10게임에서 31타수 6안타(0.194)에 불과하다. 그나마 장타도 없다. 단타뿐이다. 그 외에도 이지영(0.263), 송성문(0.239), 김휘집(0.251), 이형종(0.221)의 분발이 절실하다.
OSEN DB
앞서 제시한 어제(21일) 사례다. 위험한 순간에는 상대가 이정후를 피해 버린다. 1루를 채우고 다음 타자를 택한다. 분명히 멀리 치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고의4구 7개로 이 부문 전체 1위다. 씁쓸함이 느껴지는 현실이다.
아니, 아시안게임 차출 때는 그렇다 치자. 그래봐야 단기간이다. 이미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상태다. 팀도 승인했다. 그럼 내년 이후는 어쩔 것인가. 그가 없는 타선 말이다. 히어로즈 팬들에게는 상상만으로도 고통스러울 것 같다.
/ goorada@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