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 수비하면 뭐 하나 홈 송구가 안 되는데…입스에 걸린 KBO리그
OSEN 백종인 기자
발행 2023.08.10 09: 00

[OSEN=백종인 객원기자] 어제(9일) 열린 경기의 주요 장면이다. 비슷한 상황에서, 뜻밖의 결과들이 나왔다. 결정적인 대목에서 홈 악송구로 실점하는 순간들이다.
① 롯데-키움전 3회 말 (고척)
점수는 1-1로 팽팽하다. 홈 팀이 먼저 기울기를 만든다. 연속 안타로 1점을 뽑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후속타와 볼넷으로 1사 만루가 이어진다. 타석에는 뜨거운 이적생이다. 이주형이 잔뜩 도사린다.

MBC Sports+ 중계화면

안경 에이스의 4구째다. 146㎞ 직구가 몸쪽에 예리하게 파고들었다. 하지만 스윙 역시 만만치 않다. 날카로운 타구를 1루 정면으로 쏜다. 1루수 고승민의 대처도 훌륭하다. 강한 타구를 일단 몸으로 막았다. 예쁘게 앞에 떨어트린 것까지는 좋았다. 홈에서 포스 아웃 상황이다. 병살은 어려워도, 아웃 1개는 충분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서둘러 뿌린 송구가 한참 빗나간다. 포수가 점프까지 해봤지만, 턱도 없다. 백스톱까지 논스톱으로 굴러간다. 주자 2명이 무혈입성한다. 스코어는 4-1로 벌어진다.
악몽은 끝나지 않았다. 1사 2, 3루가 계속된다. 여기서 우익수(윤동희) 실책이 기록됐다. 안타를 잡아 홈에 악송구를 뿌린 것이다. 이 때도 1루수 고승민이 관계됐다. 이번에는 커트 맨 역할이다. 윤동희의 홈 송구를 중간에 자른다는 게 잘못됐다. 원 바운드 된 공이 글러브(미트)에 맞고 또다시 뒤로 빠졌다. 기록상 윤동희의 에러다.
자이언츠는 3회 말에만 5점을 잃었다. 점수는 1-6으로 크게 기울었다.  
MBC Sports+ 중계화면
② LG-KIA전 9회 초 (광주)
트윈스가 4-2로 앞선다. 하지만 뒤가 따갑다. 홈 팀의 뒷심은 무시하기 어렵다. 최형우가 벌써 투런 홈런(7회)을 치며 추격을 시작했다. 9회 말에도 중심 타선이 돌아온다. 추가점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타 이재원의 안타+대주자 최승민의 도루, 정주현 볼넷으로 1사 1, 2루의 찬스다. 여기서 투수 김기훈이 흔들린다. 2루 견제 때 보크를 범했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주자가 2, 3루로 이동한다.
여기에 따라 내야 시프트도 달라진다. 베이스 라인에서 병살을 노리던 위치는 전진 수비로 바뀐다. 특히 2루수가 중요하다. 좌타자 오지환의 차례이기 때문이다. LG 벤치는 3루 주자에게 콘택트 플레이 지시를 내렸다. ‘딱’ 하는 소리와 함께 무조건 스타트 하라는 사인이다.
아니나 다를까. 타구가 곧바로 2루수에게 간다. 주자도 일제히 스타트했다. 공을 잡은 박찬호는 지체 없이 홈으로 쏜다. 그러나 방향이 틀렸다. 송구가 포수 오른쪽으로 낮게 쏠린다. 반대쪽이다. 태그할 타이밍조차 나오지 않는다. 공식 기록은 박찬호의 실책으로 표시된다.
SPOTV 중계화면
③ 삼성-두산전 9회 초 (잠실)
스코어 3-3에서 원정 팀 공격이다. 류지혁의 볼넷+도루, 피렐라의 내야 안타로 1사 2, 3루의 기회를 잡았다. 베어스가 내야를 앞으로 당긴다. 잔디 위까지 올라왔다. 1점도 안 된다. 무조건 홈으로 승부한다. 그런 의도다.
타석에는 강한울이다. 카운트 2-2. 결정구는 몸쪽 슬라이더다. 타자도 대응했지만, 배트가 먹혔다. 1, 2루간 빗맞은 땅볼이다. 3루 주자(류지혁)는 볼 것도 없다. 일단 달리고 본다. 홈에서 뱅뱅 타이밍이다.
그런데 송구가 이상하다. 2루수 이유찬의 공이 짧다. 포수 앞에서 땅에 튀긴다. 설상가상이다. 장승현이 이걸 뒤로 빠트린다. 류지혁에 이어 2루에 있던 피렐라까지 텅 빈 홈으로 입성한다. 점수는 5-3이 된다. 야수 선택 + 실책으로 2점을 헌납한 셈이다.
9일 오후 잠실 경기 9회 초 1사 2, 3루에서 삼성 류지혁이 강한울의 2루 땅볼 때 득점에 성공하고 있다. 2023.08.09 /jpnews@osen.co.kr
SBS Sports 중계화면
내야수 4명이 모두 전진 배치된다. 평소 위치보다 몇 걸음 앞에 나선다. 홈과의 거리를 줄이겠다는 뜻이다. 땅볼을 잡으면 무조건 홈 승부다. 3루 주자의 득점을 막는데 올인하는 전략이다. 1점도 줄 수 없다는 절박함이 담겼다.
반면 위험 부담은 크다. 웬만큼 강한 타구라면 빠질 공간이 많아진다. 모든 게 걸린 도박인 셈이다. 스릴과 서스펜스가 넘쳐야 할 장면이다.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는 순간일 것이다. 주자는 홈에서 몸을 던진다. 포수는 아웃을 위해 혼신의 태그 플레이를 펼친다. 0.1초의 접전은 게임의 백미가 될 것이다.
그런데 너무 허탈하다. 어제(9일) 3경기가 모두 그랬다. 고척에서, 잠실에서, 광주에서. 하필이면 중위권 경쟁에 갈 길 바쁜 팀들이었다. 가장 팽팽하고 긴박한 힘 겨루기가 허무한 실책 탓에 김이 빠졌다. 전진한 내야의 패기는 오간 데 없다. 어이없는 악송구가 멋진 승부를 망쳤다.
터무니없이 높게, 반대편으로 낮게…. 뒤로 빠지고, 놓치고…. 접전은커녕 엇비슷한 것도 없다. 가장 치열해야 할 순간에 맥이 탁 풀린다. 멋진 플레이가 아닌, 실망스러운 실책이 명암을 갈랐다. 마치 입스에 걸린 리그의 모습 같다.
/ goorada@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