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업 보기 전까지 두근두근…" 8년간 2군·백업→주전 유격수 3개월, 아직도 떨린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3.08.15 10: 00

“라인업 보기 전까지 두근두근합니다. 경기 나갈지 안 나길지…”
올해 한화의 최고 발견 중 하나는 9년차 내야수 이도윤(27)이다. 하주석이 음주운전 징계로, 박정현이 기대 이하 성적으로, 오선진이 연이은 부상으로 주전 유격수들이 줄줄이 이탈한 악재 속에서 4번째 유격수로 기회를 얻은 이도윤이 3개월째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달 11일 하주석이 징계에서 해제돼 1군에 복귀했고, 28일에는 오선진이 부상을 털고 돌아온 뒤에도 한화 주전 유격수는 이도윤이다. 최원호 감독은 이름값으로 선긋지 않고 경쟁을 붙였고, 이도윤이 주전 가치를 증명해 보이고 있다. 

한화 이도윤. 2023.08.08 / dreamer@osen.co.kr

한화 이도윤. 2023.07.28  / soul1014@osen.co.kr

올 시즌 59경기에서 이도윤은 타율 2할8푼(161타수 45안타) 8타점 6도루 OPS .677을 기록 중이다. 100타석 이상 소화한 유격수 13명 중 타율 4위로 정확성을 자랑하고 있다. 최근 10경기 타율 3할9푼4리(33타수 13안타)로 완전히 물올랐다. 
지난 12~13일 대전 두산전에서 연이틀 3안타를 몰아치며 공포의 9번타자로 존재감을 보였다. 상대 선발에 따라 2번 테이블세터로도 배치되는 등 상하위 타순 가리지 않고 중요한 타점도 쏠쏠하게 올린다. 팀 내에서 유격수 수비력을 일찌감치 인정받았는데 갈수록 타격 기여도가 높아지면서 수비형 유격수 이미지도 탈피했다. 
한화 이도윤.  2023.07.28  / soul1014@osen.co.kr
한화 이도윤. 2023.06.30 / foto0307@osen.co.kr
경기에 자주 나가면서 자신만의 응원가도 제작됐다. 알아보는 팬들도 많이 늘었다. 이렇게 3개월째 주전으로 뛰고 있지만 이도윤은 지금도 경기 당일 라인업 카드를 볼 때마다 떨린다. 그는 “아직 내가 주전이라는 생각은 안 한다. 라인업 보기 전까지 두근두근하다. 경기에 나갈지 안 나갈지…”라며 “어느 자리든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뿐이다”고 말했다. 
천안 북일고 출신 우투좌타 이도윤은 지난 2015년 2차 3라운드 전체 24순위로 한화에 입단했지만 2020년까지 1군 16경기 출장에 그쳤다. 대부분 시간을 2군에서 보내며 현역으로 군대에 다녀왔다. 2021년부터 1군 멤버가 되긴 했지만 백업으로 주전을 뒷받침하는 역할이었다. 올해도 시즌 시작은 2군에서 할 정도로 존재감이 미미했다. 
입단 후 8년간 2군과 백업 생활을 했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때를 기다리며 준비했고,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이도윤은 “올해 2군에서 시작했지만 오히려 괜찮았다. 1군에서는 경기를 나갔다 안 나갔다 하다 보니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기 어려웠다. 2군에서 경기를 계속 뛰며 1군에 올라간 것이 잘됐다. 최상의 컨디션으로 도전해보자는 생각으로 준비를 잘했다”고 돌아봤다. 
한화 이도윤. 2023.08.08 / dreamer@osen.co.kr
한화 이도윤이 2루 도루에 성공하고 있다. 2023.07.12 /ksl0919@osen.co.kr
경기에 자주 나갈수록 분석이 되고, 체력이 떨어지기 마련인데 이도윤은 그런 과정도 잘 극복 중이다. 빠른 카운트에 직구 공략에 능한 이도윤에게 이제는 어려운 변화구 승부도 들어오지만 속지 않는다. “어려운 공을 안 치고, 실투성 공을 치려고 한다. 변화구에 타이밍을 빼앗겨도 실투는 스윙 스팟에 맞으면 좋은 타구가 나온다”는 이도윤은 “체력적으로 힘들진 않다. 원래 더위를 잘 안 타는 체질이다. 경기가 끝나면 입맛이 없지만 뭐라도 먹으면서 체력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전 유격수이지만 최근에는 경기 후반 수비 강화 차원에서 2루수로 자리를 옮기기도 한다. 이도윤은 “어느 자리에 나갈지 모르니 수비는 자리를 가리지 않고 많이 연습했다”며 “지금도 (오)선진이형, (하)주석이형에게 연습 때 여러 조언을 구한다. 최윤석 코치님께서도 많이 도와주신다”고 이야기했다. 
포수 최재훈도 포지션은 다르지만 따뜻한 말로 어려울 떄 힘이 되어줬다. 이도윤은 “캠프 때부터 재훈이형이 항상 기회가 올 것이라며 멘탈적으로 많이 챙겨줬다”고 고마워했다. 지난달 3일 아들이 태어나 아빠가 된 이도윤은 “아내가 혼자 육아를 하고 있어 힘들 것이다.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에 야구장에서 더욱 열심히 하게 된다”며 가족들에게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한화 이도윤. 2023.08.08 / dreamer@osen.co.kr
한화 이도윤. 2023.07.21 / dreamer@osen.co.kr
/waw@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