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의 손흥민은 나올 수 없나?’ 차세대 국대 에이스 이현중, 아쉬운 AG게임 출전 불발 [서정환의 사자후]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23.08.19 16: 28

과연 농구에서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31, 토트넘)처럼 해외 메이저리그에서 뛰면서 종목을 대표하는 슈퍼스타가 나올 수 있을까?
지난 시즌 NBA G리그와 서머리그에서 뛰었던 유망주 이현중(23)은 호주프로농구리그(NBL) 일라와라 호크스와 3년 계약을 맺고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한국선수로는 최초의 호주리그 도전이다. 이현중은 지난 2일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가졌고 3일 호주로 출국해 팀에 합류했다. 이현중은 등번호 2번을 달고 뛴다. 
호주리그 도전에 대해 이현중은 ““NBL은 경쟁력 센 곳이다. 일단 호주에서 자리 잡는 것만 생각 중이다. NBL은 피지컬이 좋다. 공격이 더 어렵고 수비에서도 터프한 선수가 많다”고 소개했다.

[사진] 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이현중의 호주리그 도전이 NBA 포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NBA 스카우트들이 주목하는 호주리그에서 활약이 검증된다면 다시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 이현중은 “호주는 NBA 스카우트들도 많이 지켜보는 리그다. G리그보다 NBL에서 하는 것이 스카우트 눈에 더 잘 보이지 않을까 싶어 결정했다”고 밝혔다.
NBL은 아시아쿼터제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 B리그 MVP출신 유다이 바바(28, 198cm), 필리핀 국가대표 최장신 센터 카이 소토(21, 218cm), 중국대표팀 에이스 저우치(27, 216cm) 등이 이미 호주리그에서 아시아쿼터제도를 활용해 뛰었다.
호주는 신체조건이 뛰어난 선수들이 많고 파워와 체력에서 압도적인 리그다. 호주리그에서 40분 내내 전면강압수비를 펼치는 팀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선수층도 두터워 기량은 물론이고 체력과 정신력이 없으면 살아남기 힘든 리그다. 슈팅능력은 인정받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수비와 운동능력이 약점으로 지적되는 이현중이 자신을 테스트할 좋은 무대다.  
다만 이현중이 지속적으로 해외리그서 자신을 시험하기 위해서는 병역의 의무를 해결해야 한다. 대한민국 국적의 건강한 남성은 모두 병역의 의무가 있다. 운동선수가 해외리그서 오래 뛰기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이 사실이다. 타 종목에서 백차승, 석현준처럼 해외리그에 진출해 병역문제로 잘못된 선택을 해 선수경력을 망친 선수들이 많다.
실질적으로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해외파 선수들이 병역의 의무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다. 실제로 추일승 남자농구대표팀 감독과 강양현 3대3 농구대표팀 감독도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이현중을 강하게 원했다. 하지만 예비명단에 있던 이현중의 아시안게임 출전은 최종 불발됐다. 호주리그로 처음 이적해 치열한 생존경쟁을 해야 하는 이현중 입장에서 시즌 중 치러지는 아시안게임 차출을 요구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야구, 축구 등 해외파 선수들이 많은 종목에서는 보편적으로 아시안게임 출전을 계약조건에 넣는 경우가 있다. 대한축구협회 등 국내단체에서도 해외파 선수들의 국가대표 소집에 소속팀이 적극적으로 협조하도록 공조가 잘 이뤄지고 있다. 해외소속팀에서도 한국 선수를 장기적으로 고용하려면 병역의무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필수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슈퍼스타 류현진, 손흥민, 김민재는 모두 올림픽 또는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면제 혜택을 받았다. 이들이 해외리그서 장기적으로 활약해 슈퍼스타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결정적 배경이었다. 최근 PSG로 이적한 이강인 역시 아시안게임 차출조건을 계약서에 명시했다.
농구는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과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으로 많은 선수들이 병역면제 혜택을 받았다. 물론 이현중이 가세한다고 한국이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딴다는 보장은 없다. 다만 한국을 대표하는 차세대 에이스가 국가대표팀에서 활약해 해외리그서 오래 국위선양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국가대표팀과 본인에게 모두 손해다.
아시안게임 출전 불발에 대해 이현중은 “그 문제도 생각은 하고 있다. 대표팀 경기가 된다면 뛰고 싶다. 나라를 대표하는 것은 영광이다. 호주에 처음 들어가는데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아시안게임) 대회일정상 캠프에 빠지고 국대를 치른다는 것이 걸리더라. 호주리그도 소중한 기회다. 호주에 신경을 쓰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현중은 “군문제는 4년 뒤 아시안게임도 기회가 있다. 일단 호주에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올해 아시안게임이 이현중에게 실질적인 마지막 기회였다. 
이현중이 해외리그서 활약하다 귀국해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지원하기도 쉽지 않다. 상무 지원자격은 만 27세 이하에 지원 당시 국내 프로리그에 6개월 이상 소속된 선수라고 한정 짓고 있다. 이현중이 상무에 가기 위해서는 해외서 활약하다 귀국해 일반인 자격으로 KBL 드래프트에 참여한 뒤 KBL 팀에 입단해야 한다는 의미다. 해외리그 도전의지가 강한 이현중에게 사실상 힘든 선택지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오는 9월 23일 개막한다. 오세근의 부상낙마로 최종 12인을 확정한 남자농구대표팀은 A매치 평가전은 고사하고 국내서 연습상대도 구하지 못하는 열악한 환경에서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반면 지난 7월 서울에서 한국과 두 차례 평가전을 치렀던 일본은 자국에서 열리는 농구월드컵을 겨냥해 앙골라(76-65승), 프랑스(70-88패), 슬로베니아(68-103패)와 국내서 평가전을 가졌다. 일본은 농구월드컵에서 독일, 핀란드, 호주와 한 조에 속했다.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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