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잘할 줄이야…" 방출 위기 타자가 필승조 투수로, 124승 레전드 안목이 살렸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3.08.21 05: 41

KBO리그 통산 124승을 거두며 한국시리즈 MVP만 두 번 차지한 ‘레전드 투수’ 정민태(53) SPOTV 해설위원은 지난 19~20일 KT-한화전 중계를 위해 대전을 찾았다. 한화의 한 투수가 나올 때마다 정민태 위원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우완 투수 주현상(31)이었다. 정민태 위원의 권유가 없었더라면 지금의 ‘투수 주현상’도 없었다. 
주현상은 원래 투수가 아니었다. 청주고-동아대를 거쳐 지난 2015년 2차 7라운드 전체 64순위로 한화에 지명될 때 내야수였다. 2015년 입단 첫 해부터 1군에서 103경기를 뛰었다. 주 포지션 3루에서 안정된 수비력을 뽐냈는데 팀이 급할 때는 포수 마스크도 두 번이나 썼다. 
김성근 당시 감독이 인정할 정도로 수비력은 출중했지만 2016년까지 2년간 통산 타율 2할1푼2리(222타수 47안타)로 타격이 약했다. 3루수라면 장타가 필요한데 홈런 없이 2루타 7개가 1군에서 기록한 장타의 전부. 이후 공익근무요원으로 군복무를 하며 공백기를 가졌고, 2019년 8월 팀에 복귀했지만 내야에선 자리가 마땅치 않았다. 

8회초 마운드에 오른 한화 투수 주현상이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2023.08.20 / dreamer@osen.co.kr

정민태 해설위원. 2023.07.05 /sunday@osen.co.kr

그때 당시 한화 투수코치였던 정민태 위원이 주현상에게 투수 전향을 권유했다. 이승엽, 이대호, 추신수, 이호준, 채태인, 나성범 등 투수에서 타자로 바꿔 대성공한 케이스는 수두룩하지만 반대로 전향해 성공한 경우는 많지 않았다. 지금이야 나균안(롯데)도 있지만 당시 기준으로는 권준헌, 김재윤, 하재훈 정도였다. 
하지만 정 위원은 주현상의 강한 어깨를 주목했다. “아마추어 때부터 현상이 공이 상당히 빨랐다. 3루수 시절 1루로 송구하는 것을 보면 공이 날아가는 게 빠르고 힘 있었다. 그 정도 스피드면 투수를 해도 충분히 할 수 있겠다고 봤다”고 떠올린 정 위원은 “야수로는 경쟁력이 떨어졌고, 팀에서 그만둬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었다. 본인도 그걸 알고 있었고, 투수 한 번 해보겠다고 했다. 그래서 구단에 ‘1~2년만 더 시간을 주고 봐달라’고 얘기해서 투수 전향을 하게 된 것이다”고 밝혔다. 
2015년 신인 내야수 시절 주현상. 2015.03.12 /dreamer@osen.co.kr
신인 시절 포수로도 뛴 주현상. 2015.07.15 /sunday@osen.co.kr
한화 주현상 2023.07.26 /sunday@osen.co.kr
정 위원은 2020년을 끝으로 6년간 몸담은 한화를 떠났지만 주현상은 투수 전향 2년차에 1군 투수로 성장했다. 투수로 1군 데뷔한 2021년 43경기(50⅓이닝) 2승2패4홀드 평균자책점 3.58로 쏠쏠하게 활약했다. 지난해 49경기(55⅓이닝) 1패1세이브3홀드 평균자책점 6.83으로 고전하긴 했지만 올해 31경기(32⅔이닝) 1승1패4홀드 평균자책점 2.48로 활약하며 필승조로 올라섰다. 
4~5월 두 차례 2군에 갔지만 익스텐션을 길게 수정하는 작업으로 재조정했다. 6월15일 1군 복귀 후 25경기 평균자책점 1.37로 위력을 떨치고 있다. 트랙맨 기준 최고 시속 150km 강속구가 숫자 이상으로 힘이 있다. 정 위원은 “현상이는 키(177cm)가 작다. 키 작은 투수들은 릴리스 포인트를 최대한 앞으로 끌고 나와 타자 앞에서 차고 들어가는 힘이 좋아야 한다. 현상이가 그런 면을 갖고 있었던 것도 투수 전향을 권유한 이유 중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정 위원이 해설한 19~20일 KT전에도 주현상은 연이틀 1이닝 퍼펙트로 호투했다. 옛 제자의 활약에 정 위원도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정 위원은 “투수 전향을 할 때만 해도 현상이가 이 정도로 잘할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놀라울 정도로 잘해주고 있어 내가 다 기분이 좋다. 가끔 연락 와서 고맙다고 하는데 뿌듯하다”며 웃은 뒤 “투수의 어깨가 만들어지면서 구속이 더 붙었고, 변화구도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를 장착하면서 더 좋아졌다. 지금처럼 꾸준하게 계속 좋은 활약했으면 좋겠다”고 덕담을 건넸다.
한화 주현상. 2023.05.18 / dreamer@osen.co.kr
한화 코치 시절 정민태 해설위원. 2019.09.03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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