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파이트에 대한 '좀비' 정찬성의 소회, "은퇴전 글러브는 꼭 보관하고 싶었는데..."
OSEN 이인환 기자
발행 2023.09.02 14: 03

"대체 그걸 왜 가져갔는지 모르겠다".
정찬성은 지난 8월 26일(이하 한국시간) 싱가포르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홀로웨이 vs 코리안 좀비 맥스 할러웨이와의 페더급 매치서 3라운드 23초 만에 KO패했다. 이 경기 직후 정찬성이 은퇴를 선언하면서 그의 라스트 파이트가 됐다.
지난해 4월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호주)와 페더급 타이틀 매치에서 완패한 뒤 은퇴 의사까지 내비쳤던 정찬성에게 할러웨이가 “꼭 싸워보고 싶었던 선수”라며 도전장을 던지며 둘의 매치업이 성사됐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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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있게 경기에 나섰지만 할러웨이의 벽은 역시 높았다. 차분하게 경기를 끌어가며 날카로운 펀치로 견제, 할러웨이의 공격을 견뎌내 대등한 1라운드를 보낸 정찬성은 2라운드 초반 할러웨이의 바디 블로와 스트레이트 콤비네이션에 쓰러졌고 할러웨이가 곧바로 그래플링에 이어 목조르기에 들어갔다.
천신만고 끝에 탈출했지만, 체력이 크게 소진됐다. 3라운드서 결국 정찬성은 무너졌다. 서로 난타전을 벌이는 것으로 보였지만 더 큰 충격을 받은 정찬성은 그대로 펀치를 휘두르며 쓰러졌다. 더이상 일어나지 못한 정찬성은 패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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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정찬성은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울 줄 알았는데 눈물이 안 난다. 나는 챔피언이 목표인 사람이다. 할러웨이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고 후회 없이 했다”며 “난 3등을 하려고 이것을 한 게 아니다. 톱랭커를 이기지 못했으니 이제 그만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은퇴를 선언했다.
정찬성은 링 위에서 글러브를 벗고 큰 절을 했다. 고개숙인 몸은 한 참을 그렇게 엎드려 있었다. 팬들은 ‘좀비’를 연호했고 마침내 일어선 정찬성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카메라는 떠나는 그를 마지막으로 배웅했다.
정찬성은 지난 1일 자신의 유튜브에서 은퇴에 대한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풀었다. 그는 "지난달 29일 UFC 로스터서 삭제됐다. 더 이상 선수가 아니란걸 실감한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원래는 한국서 한 번 더 뛰고 싶었으나 할로웨이전서 '아 끝났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어릴 때의 내가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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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레전드들의 응원에 대해 정찬성은 "대체 내가 뭐라고 이렇게 나를 좋아해주는가 싶다. 그래도 댓글을 보면서 참 열심히 살았구나란 생각이 든다"고 미소를 보였다.
정찬성은 "데이나 화이트 UFC 회장과 할로웨이에게 모두 고맙다. 두 사람 모두 정말 내 은퇴에 대해서 좋게 이야기해주고 함께 할 수 있어서 기뻤다"고 강조했다.
한편 은퇴 경기 글러브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정찬성은 "내가 퇴장하는 걸 보고 누가 글러브를 가져갔다"라면서 "대체 왜 그걸 가지고 가나 싶었다. 사실 나도 꼭 가지고 싶었다"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실제로 정찬성은 글러브 하나가 사라지자 결국 다른 손의 글러브도 관중에게 던지기도 했다.
정찬성은 "격투기를 우스워 하는 사람이 많지만 나는 최고의 스포츠로 거듭나게 하기 위해서 노력하겠다.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발전하겠다"고 다짐했다. /mcadoo@so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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