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전술 無승리' 클린스만호, 유효슈팅 단 1개...BBC "손흥민·황인범 장거리 슛이 전부"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3.09.08 08: 02

잘 준비된 전술도 없고, 승리도 없었다. 클린스만호가 90분 내내 유효슈팅 단 하나에 그치며 또 한 번 졸전을 펼쳤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은 8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카디프의 카디프시티 스타디움에서 웨일스와 평가전을 치러 0-0 무승부를 거뒀다.
이로써 클린스만 감독의 첫 승 사냥은 또 다음 기회로 미뤄졌다. 대표팀은 지난 3월 그가 부임한 뒤 5경기에서 3무 2패에 그치며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한국 축구 역사상 외국인 사령탑으로서는 최악의 출발이다.

[사진]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진] 또 승리에 실패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과 코치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은 4-4-2 포메이션을 꺼내 들었다. 손흥민-조규성이 최전방에서 호흡을 맞췄고, 이재성-박용우-황인범-홍현석이 중원을 형성했다. 이기제-김민재-정승현-설영우가 수비진을 꾸렸고, 김승규(골키퍼)가 골문을 지켰다.
클린스만 감독의 진정한 시험대였다. 그는 앞선 4경기에서도 부진했지만, 지난 3월과 6월에는 나름 할 말이 있었다. 3월에는 상대도 콜롬비아와 우루과이로 남미의 강호였던 데다가 부임 직후 치른 경기였기에 선수들을 파악할 시간도 없었다. 
6월에도 정상 전력이 아니었다. 공수의 핵심인 손흥민과 김민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기 때문. 당시 손흥민은 스포츠 탈장 수술의 여파로 페루전에 나서지 못했고, 엘살바도르전에만 교체 출전했다. 김민재는 아예 기초군사훈련 일정 때문에 대표팀과 함께하지 못했다. 클린스만호의 답답한 경기력을 보면서도 '그래도 다음에는'이라는 생각이 조금은 들 수 있었던 이유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진] 후반전 교체 투입된 황희찬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하지만 기대는 완벽히 빗나갔다. 한국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경기를 주도하는 듯 보였지만, 실상은 공을 잡고만 있을 뿐이었다. 그저 점유율만 높았고, 제대로 된 공격 작업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전반전 유효슈팅은 단 하나에 불과했다. 전반 39분 주장 손흥민이 과감한 감아차기로 골문을 겨냥했지만, 공은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며 잡혔다. 이 장면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슈팅조차 없었던 전반 45분이었다. 
후반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중원은 삭제됐고, 공격은 손흥민 개인 기량에 의존했다. 오히려 웨일스의 간헐적인 역습이 훨씬 위협적이었다. 답답한 표정을 지은 클린스만 감독은 황희찬, 황의조, 양현준 등 유럽파 공격수들을 교체 투입했지만, 방향성을 알기 어려운 플레이만 계속됐다.
결국 클린스만호는 후반 11분 손흥민의 박스 바깥 슈팅과 후반 14분 황인범의 먼 거리 슈팅만 추가한 채 승부를 마무리했다. 이날 90분 동안 한국이 남긴 기록은 점유율 61%, 수비벽에 막힌 슈팅 포함 슈팅 4회, 유효슈팅 1회, 박스 안 슈팅 0회로 처참했다. 후반 20분 키퍼 무어의 헤더가 골대에 맞는 행운이 아니었다면 그대로 패했을 경기였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역대급 전력'이기에 더욱 좌절스러운 결과다. 손흥민, 황희찬, 이재성, 조규성, 오현규, 홍현석, 김민재, 황인범, 황의조, 김지수, 양현준 등 유럽파 숫자만 보더라도 한국 축구의 황금기라는 평가가 지나치지 않다. 게다가 해트트릭을 작성한 손흥민과 풀타임 활약을 펼친 김민재, 멀티골을 터트린 홍현석, 시즌 2호 골을 맛본 황희찬 등 해외파 대부분이 지난 주말 물오른 컨디션을 자랑했기에 더더욱 실망이 크다.
영국 'BBC'도 클린스만호의 졸전을 지적했다. 매체는 "한국은 더 많은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더 좋은 기회를 잡은 것은 홈팀 웨일스였다. 후반 교체 투입된 무어의 슈팅이 골포스트를 때렸다"라며 "웨일스 감독은 역습 시 한국에 가한 위협에 고무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BBC는 "한국은 높은 점유율에도 불구하고 주장 손흥민과 황인범의 먼 거리 슈팅으로 제한됐다"라며 "이번 경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큰 팀은 웨일스였다"라고 덧붙였다.
[사진] 롭 페이지 웨일스 감독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웨일스는 최근 크게 흔들리는 팀이었다. 올해 성적은 1승 2무 2패에 불과하고, 롭 페이지 감독은 한국전을 치르고 싶지 않다고 공개 선언할 정도로 팀 분위기도 어수선했다. 그럼에도 클린스만호는 그런 웨일스를 상대로 공만 가지고 있었을 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이제 한국은 오는 13일 영국 뉴캐슬로 자리를 옮겨 사우디아라비아와 9월 A매치 두 번째 경기를 치른다. 뚜렷한 전술도 승리도 없는 클린스만호가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지금으로서는 희망을 품을 근거조차 찾아보기 어려운 현실이다.
/finekosh@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