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격수 포기→파이어볼러 변신, ERA 1.88 ‘괴력’…제2의 오지환에서 제2의 고우석을 꿈꾸다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23.09.17 08: 40

 촉망받던 유격수를 포기하고 투수로 전향한 LG 백승현이 투수 3년차에 불펜 필승조로 확실하게 자리 잡았다. 올해 데뷔 첫 세이브와 첫 승을 기록했고, 1점대 평균자책점으로 활약하고 있다.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SSG와 LG 경기. LG는 7-4로 앞선 7회 유영찬이 마운드에 올랐다. 그런데 유영찬은 8구 연속 볼을 던지면서 무사 1,2루 위기에 몰렸다. 유영찬은 최지훈을 중견수 뜬공으로 아웃을 잡고, 백승현으로 교체됐다.
백승현은 1사 1,2루에서 강타자 최정을 3구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슬라이더로 헛스윙과 파울을 유도한 뒤 3구째 하이패스트볼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에레디아는 볼넷으로 내보내 2사 만루가 됐지만, 최주환을 낙차 큰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잡고 위기를 막아냈다.

16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 SSG 랜더스의 경기가 열렸다.7회초 2사 주자 만루 SSG 최주환 타석에서 LG 백승현이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2023.09.16 / rumi@osen.co.kr

LG는 7회말 3점을 보태 10-4로 크게 달아났고, 8회 백승현에 이어 최동환이 구원 투수로 등판했다. 백승현은 0.2이닝 2탈삼진 1볼넷 무실점으로 홀드를 기록했다.
염경엽 감독은 경기 후 “7회 큰 위기가 있었지만 백승현이 그 위기를 잘 넘겨주며 승리의 발판을 만들었다. 위기를 넘기는 과정을 통해 백승현도 한 단계 더 성장하는 선수로 발전했다고 생각한다”고 칭찬했다.
LG 백승현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 OSEN DB
백승현은 스프링캠프에서 불펜의 뉴페이스 후보로 꼽혔고, KT와 개막 시리즈에 2경기 모두 등판해 무실점 피칭을 했다. 그런데 4월 6일 키움전에 1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후 어깨 부상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6월초 1군에 복귀한 백승현은 6월 14일 삼성전에서 2아웃을 잡고 세이브를 기록했다. 3-2로 앞선 9회초 1사 만루 위기에서 등판해 강민호를 삼진, 김동엽을 유격수 직선타로 승리를 지켜냈다. 역전 위기에서 프로 첫 세이브를 극적으로 기록했다.
6월 중순 또 어깨 통증으로 한 달 가량 1군 엔트리에서 빠져 있었다. 7월말 1군에 다시 올라온 백승현은 필승조로 활약하고 있다. 함덕주가 빠진 9월에 6경기 5⅓이닝 무실점으로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올 시즌 성적은 30경기(28⅔이닝) 1승 1세이브 6홀드 평균자책점 1.88을 기록하고 있다. 30경기 이상 등판한 리그 투수 중에서 평균자책점이 LG 함덕주(ERA 1.62)에 이어 2번째로 낮다.
또 승계주자 10명에서 득점 허용은 단 1점도 없다. 승계주자 득점 허용률이 0%다. 승계주자 10명 이상을 기록한 리그 투수들 중에서 유일한 기록이다.
염경엽 감독은 함덕주, 유영찬, 박명근과 함께 백승현까지 불펜의 새로운 필승조 4명을 언급하며 “이들이 없었더라면 시즌 초반부터 바닥을 길 수 있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LG 백승현 / OSEN DB
백승현은 2015년 드래프트 2차 3라운드(전체 30순위)로 LG에 입단했다. 유격수 유망주였던 그는 일찌감치 군 복무를 마쳤다.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 의무를 마치고, 2017년 5월 LG로 복귀했다. LG 내부에서는 백승현을 오지환의 후계자로 점찍고 육성했다.
하지만 ‘금강불괴’의 체력을 자랑하는 오지환이 있었기에 1군 기회를 잡기까지 인내의 시간이 필요했다. 2017년 9경기, 2018년 5경기, 2019년 14경기 출장했다.
질롱코리아 소속으로 2020~2021시즌 호주프로야구리그에 출전한 백승현은 투수로 잠깐 출전한 것이 야구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2020년 1월 경기에서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졌는데, 150km가 넘는 강속구를 계속해서 뿌렸다. 당시 비공인 154km 구속을 찍었다.
처음에는 투수에 대한 생각이 없었다. 2020시즌 1~2군을 오가며 유격수로 출장했고, 1군에서 27경기 타율 2할5푼(28타수 7안타)을 기록했다. 그러다 시즌 중반 심경의 변화가 생겼다. 유격수 유망주에서 투수로 전환하겠다고 구단에 부탁했다. 구단은 만류했으나, 선수의 의지가 강해 투수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2020년 타자 시절 LG 백승현 / OSEN DB
투수로 처음부터 기본기를 익힌 백승현은 2021시즌부터 퓨처스리그에서 투수로 출장했다. 2021년 6월 5일 광주 KIA전에 투수로 1군 데뷔전을 치렀다. 인상적이었다. 최고 153km 직구 구속을 기록했다.
2021시즌 16경기(16⅔이닝)에 등판해 1홀드 평균자책점 2.16을 기록하며 투수로서 가능성을 보였다. 시즌이 끝나고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고, 지난해는 12경기(10이닝)에서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10.80으로 부진했다.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염경엽 감독의 눈도장을 받은 백승현은 투수 3년차에 필승조로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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