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살 특급 신인도 질책성 교체, 감독의 엄한 메시지…하루 만에 기회 주고 살렸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3.09.23 10: 40

19살 신인에게도 문책성 교체는 예외없었다. 
한화 신인 내야수 문현빈(19)은 지난 21일 대전 KIA전에 7번타자 2루수로 선발출장했으나 2회 수비를 앞두고 정은원으로 교체됐다. 한 타석도 서지 못한 채 벤치에 앉았다. 최원호 한화 감독의 엄한 메시지가 담긴 교체였다. 
1회 2사 2루에서 KIA는 소크라테스 브리토의 우전 적시타로 1점을 추가했다. 1~2루 사이로 굴러간 약한 타구를 2루수 문현빈이 쫓아갔지만 글러브 끝에 걸치더니 외야로 빠져나갔다. 그 사이 2루 주자 최형우가 3루를 지나 홈에 들어왔다. 문현빈이 몸을 날려 타구가 빠지는 것만 막았어도 최형우를 3루에 묶어둘 수 있었다. 주지 않아도 될 점수로 이어진 안일한 수비였고, 최원호 감독이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경험이 부족한 신인에게 확실한 경각심을 심어준 것이다. 

한화 문현빈. 2023.07.21 / dreamer@osen.co.kr

한화 문현빈(왼쪽)이 승리 후 최원호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 dreamer@osen.co.kr

이튿날 최 감독은 “(최윤석) 수비코치에게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약간 애매한 땅볼 타구가 나오면 내야수들은 다이빙을 하라고 지시했다. 주자가 없을 때는 괜찮지만 주자가 있을 때 그걸 실행하지 않았다. 이제 20살인 선수가 그렇게 해선 안 된다. 선수단 전체에도 메시지를 줄 필요가 있어 교체한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최 감독은 “수비에서 다이빙이나 주루에서 슬라이딩 같은 것은 의식을 하고 있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의식하면 할 수 있는 것과 의식해도 할 수 없는 게 있다. 치고 던지는 것은 의식한다고 해도 정확하게 하기 어렵지만 치고 나서 열심히 뛰는 것이나 슬라이딩, 다이빙은 의식하면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이다. 선수들에게도 항상 그런 부분은 해줘야 한다고 얘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최 감독은 주전 유격수로 자리잡은 이도윤을 일컬어 “현빈이한테 대선배인데 늘 파이팅을 내고, 허슬 플레이를 한다. 현빈이는 그보다 더 활기차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경기 후 수비 훈련도 시켰다. 할 수 있는 것을 하지 않은 미스 플레이는 당일에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 후 야간 특타 때 문현빈은 2루에서 최윤석 코치에게 펑고를 받으며 수비 훈련을 소화했다. 
올해 스프링캠프 때부터 한 번도 1군에서 빠지지 않고 풀로 뛰고 있는 문현빈은 타격에서 기대 이상 활약으로 팀의 현재이자 미래가 됐다. 이날 수비는 느슨했지만 기본적으로 악착같은 플레이를 하는 선수다. 시즌 초중반까지 익숙지 않은 중견수 자리에서도 분투하며 적응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매 순간 1루로 전력 질주하는 등 특유의 근성과 야무진 플레이로 리그에 빠르게 적응했지만 그럴수록 코칭스태프도 엄하게 키운다. 무조건 ‘오냐오냐’는 없다. 문현빈에겐 잊지 못할 큰 교훈이 됐을 것이다. 
한화 최원호 감독(왼쪽)이 문현빈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2023.08.16 / foto0307@osen.co.kr
한화 문현빈. 2023.05.04 /jpnews@osen.co.kr
팀 선배 채은성도 “수비에서 놓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데 적극성이 아쉬웠다. 감독님께서는 현빈이 능력으로 봤을 때 충분히 처리해줬을 타구라고 생각하셔서 교체하셨을 것이다”며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면 된다고 현빈이한테 말해줬다. 그런 과정에서 배우는 것이다. 경기 나가는 것도 당연하게 생각해선 안 된다”는 격려와 당부를 잊지 않았다. 
이튿날인 22일 대전 키움전에 문현빈은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다. 하지만 최 감독은 4회 1사 1,2루 찬스에서 문현빈을 대타로 쓰며 기회를 줬다. 문현빈도 그 기회를 살렸다. 대타 타석에선 삼진을 당했지만 6회 우전 안타에 이어 8회 좌중간 2타점 2루타로 추격에 불씨를 당겼다. 9회 1사 1,2루 마지막 타석에선 우익수 앞 안타성 타구를 쳤지만 1루 주자 채은성이 타구 판단이 늦어 2루에서 포스 아웃, 우익수 땅볼로 기록되는 불운을 겪었다. 
비록 안타 1개를 빼앗겼지만 이날 문현빈은 구단 기록을 하나 세웠다. 지난 1994년 박지상(92개)을 넘어 29년 만에 한화 고졸 신인 타자로는 한 시즌 최다 93안타를 기록했다. 올해 순수 신인 중 최다 안타로 1994년 LG 김재현(134개), 1995년 삼성 이승엽(104개), 1996년 현대 박진만(102개), 1999년 해태 정성훈(107개), 2017년 넥센 이정후(179개), 2018년 KT 강백호(153개)에 이어 역대 7번째 고졸 신인 타자 100안타에도 7개만 남겨놓았다. 남은 시즌 18경기에서 어렵지 않게 달성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 문현빈. 2023.08.20 / dreamer@osen.co.kr
한화 문현빈. 2023.09.09 /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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