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재했던 이의리, 또 쓰러진 구창모…류중일호 탈락자들이 만든 혼돈의 출정 전야 [오!쎈 창원]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3.09.28 00: 40

항저우 아시게임 대표팀 공식 출정을 앞두고 혼돈의 밤이 됐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명단에서 막판에 탈락한 NC 구창모(26)와 KIA 이의리(21)는 서로 다은 운명과 마주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지난 23일 소집해 27일까지 고척 스카이돔에서 훈련을 진행했다. 그리고 28일, 결전의 장소인 중국 항저우로 떠난다.
하지만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지난 23일 소집을 앞두고 명단 교체로 한바탕 홍역을 앓았다. 21일 교체가 필수적이었던 외야수 이정후를 제외하고 삼성 김성윤을 발탁했다. 그리고 왼팔 척골 피로골절 부상을 당한 뒤 빠르게 회복 페이스를 끌어올렸던 구창모를 명단에서 제외시켰다. 6월 이후 1군 실전 등판이 없었고 불펜으로만 활용해야 했던 한계가 있었기에 리스크가 있었다. 팀 동료이자 불펜 자원인 김영규가 선택을 받았다.

KIA 타이거즈 선발투수 이의리가 역투하고 있다. 2023.09.27 / foto0307@osen.co.kr

NC 다이노스 구창모가 역투하고 있다. 2023.09.27 / foto0307@osen.co.kr

23일 소집을 하루 앞두고 다시 한 번 엔트리 교체를 단행했다. 류중일 대표팀 감독은 좌완 이의리를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판단을 내렸고 대신 외야수 윤동희(롯데)를 대신 발탁했다.
류중일 감독은 이의리의 21일 대전 한화전 등판을 지켜봤다. 이의리는 이날  1⅓이닝 2피안타 2볼넷 1사구 3탈삼진 5실점(4자책점)을 기록하고 내려왔다. 이후 엔트리 교체가 결정됐다.
류중일 감독은 지난 23일, “소집을 하루 앞두고 이의리 교체를 결정했다. 이의리 선수가 마지막으로 교체돼 안타깝게 생각한다”라면서 “이의리가 보름 전에 손가락 물집으로 강판되는 걸 봤다. 책임 트레이너가 계속 체크를 했다. 일주일 후 손가락 모습을 체크했고, 21일 이의리가 선발 등판하길래 직접 갔는데 보는 시야는 조금 다르겠지만 던지기 전의 물집 모습, 그날 2이닝 채 못 던졌는데 그 이후 물집 모습을 봤다”라고 설명했다.
KIA 타이거즈 이의리가 5회말 무사 1루 NC 다이노스 오영수를 2루수 병살로 잡고 박수를 치고 있다. 2023.09.27 / foto0307@osen.co.kr
이어 “이의리는 우리나라 최고 좌완투수다. 대만전, 일본전을 맡아야할 주축 선수인데 내 눈에는 그랬다. 이 물집 상태로 과연 선발투수로 7~80개 이상 소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고민을 많이 했다. 선발투수가 80개 이상 못 던진다고 판단했기에 교체를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의리는 대표팀 탈락 이후 가진 첫 등판에서 한풀이를 했다. 23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NC와의 더블헤더 2차전에 선발 등판해 80구에 못미치는 77구를 던졌지만 7이닝 3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투를 펼쳤다. 개인 최다 11승 째를 수확했다. 최고 구속은 150km까지 나왔고 70구가 넘어서도 구위를 유지했다. 이의리는 스스로 건재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경기 후 이의리는 아시안게임 탈락에 대해서 가감없이, 담담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했다. 그는 "솔직히 구단을 통해 들었다. 기분이 별로 좋지는 않다. (대표팀 쪽에서)연락 한 동이 없었다. 실력이 없어서 탈락이 된 것일수도 있고 아프다고 해서 탈락이 될 수도 있지만, 팀을 통해서 들은 게 아쉽다"라면서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했다.
손가락은 멀쩡하다. 이의리는 인터뷰 도중 손가락을 보면서 웃었다. 허탈한 감정의 표현인 듯 했다. 그래도 티를 낼 수는 없었다. 모두를 위해서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의리는 성숙하게 대처했고 이날 완벽투로 보여줬다. 그는 "아쉽기는 하지만 티를 안 내야 프로다. 아쉽기는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 안된다. 계속 경기를 나가야 하는데 우리 팀에도 민폐이고 저에게도 마이너스이기 때문에 최대한 신경을 안 쓰려고 했다"라면서 "아시안게임 때문에 계속 부진하면 팀에도 마이너스이고 저에게도 마이너스, 그리고 대표팀 동료들한테도 별로 좋지 않기 때문에 제가 잘 던지는 게 모두 플러스인 것 같다"라면서 담담하면서도 성숙하게, 그리고 홀가분하게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NC 다이노스 구창모가 8회초 1사 1,2루 KIA 타이거즈 김도영 타석때 팔 이상을 호소하며 교체되고 있다. 2023.09.27 / foto0307@osen.co.kr
이의리는 검증의 무대에서 증명했다. 그러나 대표팀 탈락을 수긍했던 구창모는 다시 한 번 좌절해야 했다. 27일 같은 장소에서 절망적인 결과를 마주했다.
구창모는 27일 KIA와의 더블헤더 1차전, 선발 송명기에 이어 6회에 마운드에 올라왔다. 왼팔 척골 피로골절 부상에서 회복돼 지난 22일 잠실 LG전에서 선발 최성영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올라와 2⅓이닝 39구 1피안타 1볼넷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최고 구속은 146km까지 찍혔다. 
이날이 복귀 후 두 번째 등판이었다. 6~7회는 퍼펙트로 끝냈다. 그러나 8회가 문제였다.선두타자 박찬호를 삼진으로 솎아내며 7타자 연속 범타를 기록했다. 그러나 8회 1사 후 이창진을 3루수 땅볼로 유도했지만 서호철의 포구 실책. 이후 대타 김호령에게 볼넷을 내주며 1사 1,2루 위기를 자초했다. 
그리고 김도영에게는 초구 2구, 포크볼을 던져서 2스트라이크를 선점했다. 그리고 김도영에게 3구 째를 던지고 구창모는 다시 이상 동작을 취했다. 지난 6월2일 잠실 LG전 당시 부상에서도 비슷한 동작을 취한 바 있다.
왼팔을 쥐었다 폈다 하면서 상태를 체크했지만 공을 쥔 손이 떨릴 만큼 상황은 좋지 않았다. 마운드를 내려가면서 구창모는 얼굴을 감싸쥐었다. 그만큼 좋지 않은 상태라는 것을 스스로도 직감했다.
결국 절망적인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NC는 더블헤더 2차전이 끝난 뒤 "구창모 선수는 청아병원 응급실 내원해 X-ray, CT 검진 실시하였으며 왼쪽 전완부 척골 재골절 진단을 받았다. 10월 3일까지 연후라 4일 이후 전문 병원 내원해 추가 검진 예정"이라고 밝혔다. 추가 검진에서 다른 소견이 나오기를 바라야 하지만, 현 시점에서는 모두가 좌절할 수 밖에 없는 결과다. 검진 결과가 달라지지 않으면 구창모는 시즌 아웃이 확정되고 또 기약없는 재활을 거쳐야 한다.
28일 항저우로 출국하는 류중일호. 출정을 하루 앞두고 류중일호의 에이스가 될 것이라고 했던 두 명의 좌완 투수는 서로 다른 결과와 마주했다. 서로 다른 의미로 혼돈의 밤이었다.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과 상무의 연습경기가 진행됐다.류중일 감독이 생각에 잠겨 있다. 2023.09.26  /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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