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 사랑 듬뿍 받은 'KS 업셋 우승' 영웅…왜 돌연 은퇴 결정했나, 인생 2막도 '야구'로 연다
OSEN 홍지수 기자
발행 2023.09.29 21: 30

지난 2018년 SSG 전신인 SK가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르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주인공을 찾아보면 좌완 김태훈(33)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2018년 정규시즌을 2위로 마친 SK. 가을무대는 플레이오프부터 시작됐다. 당시 플레이오프 상대는 키움 전신인 넥센. 1차전부터 양팀 통틀어 홈런 7방이 터지는 접전이 벌어졌다.
당시 1차전 선발 김광현이 6이닝 5실점으로 애를 먹었고 문승원이 1⅓이닝 3실점(2자책점)으로 흔들렸다. 결국 SK가 이겼다. 불펜 힘겨루기에서 김태훈이 1이닝 무실점, 외국인 투수 앙헬 산체스가 1이닝 무실점으로 막았다.

SSG 투수 김태훈. / OSEN DB

김태훈은 이때부터 허리를 완벽하게 만들었다. SK는 넥센과 홈 1, 2차전을 잡고 원정 3, 4차전을 내줬다. 하지만 5차전에서 11-10 승리를 거두며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김태훈이 1차전, 2차전, 3차전 등판 후 5차전에서도 마운드에 올라 무실점 투구를 이어가며 불펜 대장 노릇을 했다. 김태훈은 당시 플레이오프 4경기 등판해 3⅓이닝 동안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그의 활약은 한국시리즈 무대에서도 이어졌다. 김태훈은 한국시리즈 1차전, 3차전, 5차전, 6차전에 등판했다. 지난 2018년 11월 4일 두산과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는 2이닝 무실점, 7일 3차전에서는 1⅔이닝 무실점, 10일 5차전에서는 2이닝 무실점으로 막고 승리투수가 됐다. 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 3경기까지 ‘미스터 제로’였다.
SSG 투수 김태훈. / OSEN DB
그가 무너졌다면, SK는 한국시리즈 6차전까지 가지 못했을 것이다. 12일 6차전에서는 2이닝 1실점을 했다. '미스터 제로'는 깨졌지만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4경기 등판해 7⅔이닝을 책임지며 1실점으로 틀어막았다.
구단이 네 번째 우승을 차지하는 데 일등공신을 꼽으라면 김태훈이 빠질 수 없었다. 당시 김광현이 7차전 연장 13회 등판해 최고 시속 154km 속구를 던지면서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고, 그렇게 SK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우승 순간 마운드에는 김광현이 있었지만, 그 과정에는 공을 세운 여럿이 있었다.
모두가 주인공이었지만, 당시 시리즈 내내 취재진은 김태훈에게 많이 몰렸다. 그만큼 중요한 순간마다 무실점으로 팀을 지킨 공을 높이 본 것이다.
김태훈은 2018년 정규시즌 9승 3패 10홀드, 평균자책점 3.83을 기록했다. 한국시리즈 우승 주역이 된 다음 2019시즌에는 필승조로 71경기 등판해 4승 5패 7세이브 27홀드 평균자책점 3.88을 기록했다.
그해에는 SK가 정규시즌 1위를 두산에 뺏기고 플레이오프에서는 키움에 1경기도 이겨보지 못하면서 시즌을 종료했지만, 정규시즌 동안 김태훈은 핵심 불펜으로 활약했다. 나이는 최선임이 아니었지만, 그만큼 그의 비중은 컸다.
그런 그가 2020년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2019시즌을 마치고 선발 준비를 했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 결국 김태훈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야 했다.
이때부터 잘 풀리지 않았다. SSG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뒤 2021시즌에는 다시 온전히 불펜진에서 나섰고 2승 4패 1세이브 16홀드로 핵심 불펜으로 뛰었지만 2022년에는 1군 등판이 고작 9경기였다.
SSG 투수 김태훈(왼쪽)과 서진용. / OSEN DB
동구초-구리인창중-구리인창고를 거쳐 2009년 신인드래프트 1차지명으로 입단한 김태훈에게 시련이 왔다. 구속이 잘 올라오지 않았다. 코로나19 시기에 2년 연속 캠프가 차려진 제주도에서 나름대로 구위를 회복하려고 애썼다. 캠프 기간에는 나쁘지 않았다.
실망스러운 성적을 남긴채 절치부심, 2023시즌을 준비했다. 스프링캠프가 시작되기 전 일본 가고시마로 건너가 윤태현(투수), 최준우(내야수) 등 몇몇 후배들과 함께 일찌감치 시즌을 준비했다.
코로나19 여파가 지나가고 오랜만에 미국 플로리다 캠프 때부터 일본 오키나와 2차 캠프까지 이를 악물고 운동을 했다. 구속이 뜻대로 올라오지 않아, 회복하려고 안간힘이었다. 그러나 좀처럼 올라오지 않았고, 2군에서 줄곧 시즌을 보내야 했다. 그래도 팀에 경험 많은 좌완이 필요했고, 큰 무대 경험도 있고 성격 자체가 크게 예민하지 않아 곧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다시 필승조 노릇을 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김태훈은 올 시즌을 끝으로 프로야구 선수 생활을 마감하고 은퇴를 결정했다. “부활하겠다”고 의지를 보이던 그가 결국 15년간 한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오르던 그가 큰 결단을 내렸다.
15시즌 동안 김태훈은 통산 302경기에 출전해 18승 64홀드 326탈삼진을 기록했다. 불펜 투수진의 주축으로 발돋움한 2018년에는 평균자책점 3.83 9승 10홀드의 성적과 팀 내 불펜 투수 최다 이닝인 94이닝을 소화하며 필승조 노릇을 훌륭히 했다.
김태훈은 “최고의 구단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하고 마무리할 수 있어 기쁘다. 1차 지명이라는 과분한 관심을 받으며 입단 했지만, 부상과 부진으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아쉬웠다. 하지만 2018년 팀의 우승과 함께 선수 개인으로도 최고의 활약을 보여드리며 팬 여러분의 사랑 조금이나마 보답해 드릴 수 있어서 행복했다. 지금까지 야구장에서 받았던 응원과 함성을 잊지 않고 마음에 새기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태훈은 OSEN과 통화에서 “오래 고민했고, 예전부터 생각했다”며 “고마웠다”고 주위에 두루 인사를 전했다. 목소리는 무겁지 않았다. 그는 인생 제2막을 준비하고 있다. 야구로 팬들 사랑을 듬뿍 받아온 그의 다음 행보는 야구와 연결돼 있다.
그는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 인천에서 투수 코치로 야구 꿈나무를 가르치면서 새로운 출발을 한다.
SSG 투수 김태훈. /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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