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가 따로 없네' 역대급 오심에 골 뺏겨도..."심판들도 사람이잖아요"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3.10.12 00: 11

이 정도면 부처가 따로 없다. 루이스 디아스(26, 리버풀)가 오심으로 자신의 골을 앗아간 심판을 이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영국 '리버풀 에코'는 11일(이하 한국시간) "디아스가 토트넘 홋스퍼전 비디오 판독(VAR) 논란에 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는 당시 심판 판정을 되돌아보며 복잡한 상황이었다고 인정했다"라고 보도했다.
사건은 지난 1일 발생했다. 당시 리버풀은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토트넘과 2023-2024시즌 프리미어리그 7라운드 맞대결을 펼치고 있었다.

[사진] 오심으로 골을 빼앗긴 루이스 디아스.

[사진] 토트넘 홋스퍼 골망을 가른 후 기뻐하는 루이스 디아스.

0-0으로 팽팽히 맞서고 있던 전반 34분 디아스가 토트넘 수비 뒤로 빠져나간 뒤 정확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리버풀로서는 커티스 존스의 퇴장 속에서 만들어 낸 귀중한 선제골. 하지만 주심은 오프사이드를 선언했고, VAR 판독에서도 결정은 바뀌지 않았다. 결국 리버풀은 수적 열세를 이기지 못하고 1-2로 패했다.
[사진] 스카이 스포츠 소셜 미디어.
[사진] 프리미어리그 홈페이지.
그러나 경기 후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사실 디아스의 득점은 전혀 오프사이드가 아니었던 것. VAR실에선 원심이 득점 인정인 줄 알고 "체크 완료"라고 전했지만, 사실은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던 것. 정당한 선제골을 뺏긴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은 "이렇게 공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치른 경기를 본 적이 없다"면서 "정말 미친 판정이었다"라고 분노를 터트렸다.
경기 후 잉글랜드 프로경기 심판기구(PGMOL)도 빠르게 오심을 인정했다. PGMOL은 "전반전에 심판이 중대한 실수를 했다. 디아스의 득점이 인정되지 않았지만, VAR이 관여해 득점으로 인정했어야 했다. 그러지 못한 것은 명백한 실수"라며 "결과적으로 VAR 심판 개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 같은 판정이 내려진 과정을 전면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리버풀은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고, 후속 개입이 없었다는 점은 불만족스럽다"면서 "이런 실패가 이미 '중대한 인간의 실수'로 분류된 것 또한 용납할 수 없다"라고 공식 성명을 냈다. 그럼에도 이미 끝난 경기 결과를 바꿀 순 없었다. PGMOL 조치는 당시 VAR 판독을 맡았던 대런 잉글랜드와 댄 쿡 심판을 다음 경기에서 제외하는 데서 그쳤다.
[사진] 사이먼 후퍼 심판.
[사진] 프리미어리그 홈페이지.
PGMOL은 당시 심판들이 나눈 대화가 담긴 녹취록도 공개했다. 부심과 주심, VAR 심판 그리고 리플레이실 관계자가 나눈 대화가 전부 담겨있다. 리버풀도 이미 해당 녹음을 전달받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주심과 부심은 디아스의 슈팅이 골망을 가른 뒤 일단 오프사이드를 선언했다. 그리고 VAR실과 소통하며 다시 한번 체크에 나섰다. VAR실은 여러 앵글을 돌려본 끝에 골키퍼를 제외한 토트넘 최종 수비수 크리스티안 로메로의 발에 정확히 라인을 그었고, 온사이드임을 확인했다. 그러곤 "체크 완료. 완벽해"라고 외쳤다.
그렇게 경기는 토트넘의 실점 후 킥오프가 아니라 프리킥으로 재개됐다. 그러자 리플레이실에서 "아니 잠깐, 잠깐, 잠깐. 원래 판정은 오프사이드였는데? 이게 맞는가?"라며 황급히 잘못을 알아차렸다. VAR 보조 심판(AVAR)도 "맞다. 오프사이드"라고 말하다 그제야 문제를 깨닫고 "잠깐만. 잘못됐다"라고 놀랐다.
하지만 이미 경기는 속행된 상황. 착각을 알아차린 VAR 심판 잉글랜드는 욕설을 내뱉었으나 어쩔 수 없었다. 리플레이실은 경기를 멈추라는 PGMOL 담당자의 말을 전했지만, VAR 심판진은 "지금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라며 좌절했다. 연이은 경기 중단 요구에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라는 말과 욕설만 들려왔다.
[사진] 분노한 위르겐 클롭 감독.
진상을 알게 된 클롭 감독은 재경기를 요구하고 나섰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9명으로 잘 싸우고도 패한 리버풀로서는 억울하기 그지없는 상황.
하지만 디아스는 심판을 이해한다며 놀라운 의견을 내놨다. 그는 콜롬비아 '엘 에랄도'와 인터뷰에서 "골 문제가 조금 복잡했다. 당시 판정은 나뿐만 아니라 모든 팀원들에게 매우 큰 타격을 줬다. 경기 중간에 얘기를 많이 나눴다. 긍정적인 결과였고, 우리에게 도움이 됐다"라고 밝혔다.
이어 디아스는 "이런 일들이 일어나곤 한다. 심판들도 인간이다. 마음을 편안히 먹고 받아들여야 한다. 다음번엔 그렇게 될 것이다"라며 관대하게 심판진 실수를 용서했다. 이를 본 리버풀 팬들은 "고개를 들어. 디아스", "그래. 앞으로 계속 나아가자", "어떻게 이렇게 차분할 수 있지. 대단하다" 등의 반응을 남겼다.
한편 당시 주심을 맡았던 사이먼 후퍼 심판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문제를 몰랐던 것으로 밝혀졌다. 하워드 웹 PGMOL 위원장은 "(후퍼는) 전혀 몰랐다. 그는 사건을 알지 못했다. 경기가 끝날 때까지 하나도 몰랐다"라며 "VAR실에서 잘못을 깨달았을 때 이미 20초가 지났다. 경기를 중단시킬 수 있을지 고려했지만, FIFA와 국제 FA 위원회 규칙에 따르면 불가능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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