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공 좋은 최승용 10구 만에 교체했을까→8실점 붕괴…국민타자의 투수교체, 너무 정직했다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3.10.20 17: 40

그 어떠한 공식도 작용하지 않는 가을야구. 선수의 당일 컨디션, 기세에 따라 경기 플랜이 바뀌어야하는데 투수 교체가 정규시즌처럼 너무 정직했다. 최초의 5위 업셋을 노렸던 두산의 가을은 그렇게 1경기 만에 허무하게 종료됐다. 
지난 19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 2승을 거둬야하는 두산 이승엽 감독은 경기에 앞서 마운드 전력을 앞세운 최초의 업셋을 꿈꿨다. 이 감독은 “선발 곽빈이 5이닝만 끌어주면 우리가 유리할 것으로 본다. 이영하, 박치국, 홍건희, 김명신, 정철원 등 불펜진 전력이 좋기 때문이다. 최승용 또한 오늘을 위해 그저께 SSG전에서 테스트를 했다. 중요한 순간에 내보낸다”라는 경기 플랜을 밝혔다. 

19일 오후 창원NC파크에서 ‘2023 KBO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열렸다.7회말 2사 만루에서 NC 서호철의 좌월 2타점 적시 2루타 때 두산 이승엽 감독이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2023.10.19 /sunday@osen.co.kr

6회말 두산 최승용 투수가 역투하고 있다. 2023.10.19 / soul1014@osen.co.kr

1차전 초반 주도권을 잡은 팀은 4위 NC가 아닌 5위 두산이었다. 이 감독이 원하는 그림이 정확히 그려졌다. 선발 곽빈이 4회 1사까지 NC 타선을 1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 완벽 봉쇄했고, 타선은 1회 양의지의 1타점 내야땅볼, 2회 김인태의 1타점 2루타, 3회 호세 로하스의 솔로홈런을 앞세워 매 이닝 득점에 성공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이 성사될 것 같은 분위기가 감지됐다. 
문제는 4회였다. 완투도 가능해보였던 곽빈이 박건우의 볼넷, 권희동의 우전안타, 김주원의 볼넷으로 처한 2사 만루에서 서호철(만루홈런)-김형준(솔로홈런) 상대로 충격의 백투백홈런을 헌납했다. 스코어는 3-5로 역전됐다. 
19일 오후 창원NC파크에서 ‘2023 KBO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열렸다.4회말 두산 선발투수 곽빈이 강판되고 있다 2023.10.19 / soul1014@osen.co.kr
이 때부터 초보 감독의 고뇌와 갈등이 시작됐다. 정규시즌에서도 좀처럼 경험하지 못하는 연속타자 피홈런을 1패면 가을야구가 끝나는 단기전에서 허용한 상황. 설상가상으로 홈런 두 방으로 경기가 뒤집어졌다. 그러나 이 감독은 곽빈을 그대로 놔뒀고, 도태훈에게 볼넷을 내준 뒤에야 김명신으로 투수를 교체했다. 한 박자 늦은 타이밍이었다. 
그러나 김명신 교체에서는 초보답지 않은 과감함을 엿볼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순간 최근 기세가 가장 좋은 투수를 투입했기 때문. 전임 김태형 감독을 비롯해 한국시리즈를 자주 경험한 명장들이 주로 선보이는 용병술이었다. 김명신은 손아섭을 안타, 박민우를 볼넷으로 내주며 만루를 자초했지만 박건우를 삼진으로 잡고 혼란을 수습했다. 
5회말 이닝종료 후 두산 이영하가 아쉬워하며 더그아웃으로 들어가고 있다. 2023.10.19 / soul1014@osen.co.kr
7회말 두산 정철원 투수가 역투하고 있다  2023.10.19 / soul1014@osen.co.kr
다음 논란의 순간은 6회와 7회였다. 4회 참사를 딛고 5회초 2득점으로 동점을 만든 두산. 5회말 2사 3루에서 이영하가 뼈아픈 폭투로 추가 실점하며 5-6으로 끌려갔지만 두산에게는 아직 기회가 있었다. NC의 불안정한 불펜을 감안했을 때 추가 실점을 억제하면 후반부 충분히 승산이 있어 보이는 흐름이었다. 
이 감독은 또 다른 믿을맨인 좌완 신예 최승용 카드를 꺼내들었고, 최승용은 도태훈-손아섭-박민우를 만난 6회 10구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며 믿음에 완벽 부응했다. 손아섭을 3구 삼진으로 돌려보낼 정도로 구위가 위력적이었고, 투구에 자신감도 있어 보였다. 다행히 공을 10개밖에 던지지 않았기에 자연스럽게 7회 투구에도 기대가 모아졌다. 
그러나 국민타자는 변칙이 아닌 정석을 택했다. 7회 최승용을 내리고 후반기 필승조를 꾸준히 맡았던 김강률을 올린 것. 물론 박건우, 제이슨 마틴, 권희동의 중심타선이 대기하고 있는 7회를 22세 최승용에게 맡기는 것 또한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터. 그러나 단기전은 흐름과 기세 싸움이다. 최승용을 올린 뒤 위기가 발생했을 때 베테랑 투수들을 가동하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반대로 NC는 감이 좋은 류진욱에게 2이닝을 맡겨 재미를 봤다. 
NC 다이노스 김형준이 8회말 2사 1,2루 좌월 3점 홈런을 치고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2023.10.19 / foto0307@osen.co.kr
결국 이 선택이 두산이 가을에서 탈락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김강률이 안타와 볼넷으로 1사 1, 2루 위기를 자초한 채 정철원에게 바통을 넘겼고, 후반기 들어 체력 저하가 도드라진 정철원은 김주원의 우전안타로 처한 만루에서 서호철에게 2타점 쐐기 2루타를 허용했다. 이후 전직 마무리 홍건희가 8회를 맡아 ⅔이닝 4피안타(1피홈런) 2볼넷 6실점 최악투로 역시 고개를 숙였다. 
최종 경기 결과는 두산의 9-14 패배. 풍부한 가을 경험을 앞세워 5위의 기적을 노렸지만 1경기 만에 허무하게 가을이 종료됐다. 
8회초 두산 이승엽 감독이 명단을 살펴보고 있다.    2023.10.19 / soul1014@osen.co.kr
물론 첫 술에 배부를 순 없다. 이승엽 감독은 지도자 경험 없이 두산 지휘봉을 잡아 첫해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1차 목표를 이뤘다. 두산은 지난해 창단 첫 9위 수모를 겪은 팀이었다. 공동 3위에서 5위로 떨어진 상실감, 포스트시즌 14실점 대패로 인한 허탈감은 지울 수 없겠지만 이 또한 가을야구를 했기에 얻은 소득일 수 있다. 그릇을 닦아야 그릇도 깨는 법. 올해의 시행착오가 이승엽호 2년차 시즌의 큰 밑거름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투수 교체 타이밍 또한 마찬가지다.
이 감독은 “올해 정철원, 김명신 연투가 많았다. 믿을 수 있는 투수가 2명이었다. 내년에는 믿을 수 있는 투수의 비중을 줄이고 분산시켜서 불펜 투수들을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 과부하 걸리지 않도록 준비하겠다”라며 “내가 부족한 부분이 있었던 한 시즌이었다. 비시즌 잘 채워서 더 높은 곳으로 가겠다”라고 발전된 야구를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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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종료 후 두산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빠져나가고 있다. 2023.10.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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