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갈 타구는 어차피 넘어가" 홈런공장에서 AG 금메달 포수 배짱 통했다…'피홈런 3위' 환상투 이끌다 [준PO1]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3.10.23 00: 04

“넘어갈 타구는 어차피 넘어간다고 생각한다.”
인천 SSG랜더스필드는 KBO리그에서 홈런이 가장 많이 나오는 구장으로 알려져 있다. ‘홈런 공장’이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고 이 구장을 홈으로 쓰는 SSG의 주포 최정은 ‘홈런 공장장’으로 불린다. 
정규시즌 경기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포스트시즌과 같은 단기전에서 한방이 갖는 존재감과 위력은 남다르다. 팽팽한 흐름을 한 방에 뒤엎고 경기 분위기를 가져오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다. 준플레이오프에 임하는 NC와 SSG의 배터리 모두 한 방에 대한 경계심을 갖고 경기에 임해야 했다. SSG는 이 구장에서 치른 포스트시즌에서 홈런으로 희비가 엇갈린 상황을 자주 경험해 봤기에 더 경계했다.

22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2023 KBO 준플레이오프 SSG 랜더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열렸다.4회말 무사 1,2루에서 마운드를 방문한 NC 김형준이 신민혁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3.10.22 /sunday@osen.co.kr

22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2023 KBO 준플레이오프 SSG 랜더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열렸다.6회말 NC 김수경 투수 코치가 마운드에 올라 선발투수 신민혁을 교체시키고 있다.   2023.10.22  / soul1014@osen.co.kr

두산과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선발 포수 마스크를 쓴 김형준(24)은 화려한 가을야구 데뷔전을 치렀다. 포스트시즌 경험이 풍부하고 또 우승까지 경험했던 베테랑 포수 박세혁(34)을 제치고 포스트시즌 선발 포수 마스크를 썼다. 타석에서 멀티 홈런 4타점 경기를 치렀고 마운드에서도 비교적 투수들을 잘 이끌면서 팀을 준플레이오프로 이끌었다. 
NC 강인권 감독은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끝나고 “기대 이상의 역할을 해줬다”라면서 “수비에서 중간 투수들 끌어가는 모습 봤을 때 젊은 선수임에도 좋은 활약을 펼쳤다. 좋은 기대를 할 수 있는 선수가 된 것 같다”라면서 만족감을 드러냈다.
준플레이오프가 열리는 ‘홈런공장’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의 투수 리드는 또 다른 문제였다. 더군다나 1차전 선발 중책을 맡은 신민혁은 구위가 뛰어나지 않은 편이었고 또 전형적인 뜬공 투수였다. 올해 땅볼/뜬공 비율은 0.56으로 뜬공이 절대적으로 더 많았다. 
22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2023 KBO 준플레이오프 SSG 랜더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열렸다.6회말 NC 박민우가 교체되는 선발투수 신민혁에게 박수를 치고 있다.  2023.10.22  / soul1014@osen.co.kr
22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2023 KBO 준플레이오프 SSG 랜더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열렸다.5회말 2사 1루에서 NC 신민혁이 SSG 박성한을 외야플라이로 처리하고 환호하고 있다. 2023.10.22 /sunday@osen.co.kr
통산으로 따져봐도 땅볼/뜬공 비율은 0.64. 피홈런도 56개에 달했다. 2020년 데뷔한 신민혁인데 이 기간 400이닝 이상 던진 투수들 가운데 피홈런 최다 공동 3위였다. 올해 역시 14피홈런으로 최다 피홈런 3위에 해당하는 수치를 기록했다. 
SSG랜더스필드에서도 정규시즌 통산 피홈런 7개였다. 홈구장인 창원 NC파크를 제외하고는 가장 많은 피홈런을 기록한 구장이 바로 이곳이었다. 
김형준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김형준은 배짱을 가진 포수였다. 경기 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홈런 공장’에 대해 의식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넘어갈 타구는 어차피 넘어간다”라면서 “애매하거나 잡히는 타구들은 다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굳이 신경을 쓰기 보다는 다른 구장이랑 똑같이 하면 될 것 같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이러한 김형준의 굳건한 마음가짐이 신민혁에게 전해졌을까. 신민혁은 이날 포스트시즌 데뷔 첫 등판에서 5⅔이닝 4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펼쳤다. 신민혁은 이날 그리 위력적이지 않은 최고 144km의 패스트볼(28개)와 주무기 체인지업(32개), 그리거 커터(22개)를 곁들이면서 SSG 타자들이 정타가 나오지 않게끔 유도했다. 슬라이더 1개, 커브 2개를 곁들였다. 
김형준 역시 신민혁이 구질이 깨끗하지 않다는 점을 활용해서 공격적인 승부를 펼치도록 유도했다. 풀카운트 승부가 적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볼넷이 1개 밖에 없었다는 것은 타자와 어떻게든 승부를 봤다는 의미였다. 결국 신민혁의 공에 배트가 모두 빗겨나가면서 힘없는 뜬공이 많이 나왔다.
3회 1사 2,3루에서 오태곤을 삼진, 박성한을 좌익수 뜬공으로 유도했고 4회 무사 1,2루에서도 한유섬 하재훈을 모두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낸 뒤 최지훈도 2루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5회 무사 1루에서는 김민식 오태곤 박성한을 모두 빗맞은 뜬공으로 돌려세워 완벽투의 조건을 채워갔다. 
이날 신민혁과 김형준 배터리는 총 10개의 뜬공을 유도했다. 홈런이라고 판단될 법한 타구도 거의 없었다. 김형준의 배짱있는 리드가 신민혁의 깜짝투를 이끌었다는 의미. 
비록 9회 마무리 이용찬과 호흡을 맞추면서 하재훈에게 투런포를 허용한 것이 흠이었다. 그러나 김형준은 자신의 첫 가을야구 무대에서 흠잡을 곳 없는 안방마님 역할을 하며 팀을 더 높은 단계로 계속 이끌고 있다. 
22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2023 KBO 준플레이오프 SSG 랜더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열렸다.경기에 앞서 NC 김형준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10.22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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