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아닌 간섭의 역사…롯데와 인연 없었던 ‘외부인’ 김태형, 어떻게 체질개선 이끌까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3.10.23 08: 40

1992년 이후 31년 째 한국시리즈 무관에 KBO리그 출범 이후 42년 동안 한 번도 정규시즌 우승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한 번도 팀명을 바꾸지 않았다는 자부심 아닌 자부심을 안고 있다. 하지만 리그 최고 어른 구단에 걸맞는 행동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롯데는 특히 야구단에 간섭과 개입이 심한 구단으로 알려져 있다. 그룹 고위층은 고위층대로, 프런트는 프런트대로 현장에 개입하려고 해서 탈이 났다. 2014년 내내 벌어진 ‘CCTV 사태’는 롯데가 야구단을 대하는 태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었다. 올 시즌에도 프런트의 현장 개입 루머는 끊이지 않았고 결국 래리 서튼 감독은 자신 사퇴를 했다. 이 과정에서 책임은 오로지 현장의 수장인 감독만 지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롯데는 지난 20일 제21대 감독으로 김태형 전 두산 감독을 선임했다. 계약기간 3년에 총액 24억 원(계약금 6억 원, 연봉 6억 원)의 업계 최고 대우로 모셔왔다. 구단주인 신동빈 롯데 그룹 회장이 감독 선임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기는 야구, 또 선수 육성과 동기부여까지 이끌 수 있는 사령탑을 원했고 한국시리즈 우승 3회에 빛나는 김태형 감독을 적임자로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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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연말을 기점으로 롯데그룹은 자이언츠 야구단을 향한 관심을 늘려나갔다. 관심은 곧 투자로 이어졌다. 2022년 10월 롯데 지주는 190억 유상증자를 통해 투자 의지를 드러냈다. 박세웅과 비FA 다년계약(5년 90억 원)을 맺었고 FA 유강남(4년 80억 원) 노진혁(4년 50억 원) 한현희(3+1년 최대 40억 원)를 영입했다. 그룹의 관심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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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과도한 관심은 간섭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그동안 롯데의 역사가 말해줬다. 간섭은 파국이었고 새롭게 합류했던 외부인들은 이러한 롯데의 문화에 치를 떨면서 떠밀려 떠나기도 했다. 외부에서 지켜보기에는 현재 역시도 롯데 그룹과 지주의 관심은 간섭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현장의 결정권자, 야구 전문가들이 있는 가운데서 선무당이 구단을 쥐락펴락 하는 상황도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할 수는 없다.
만약 이 간섭이 현장 속으로 파고든다면 사태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단호하게 고리를 쳐낼 수 있어야 한다. 현장은 현장대로, 프런트는 프런트대로, 그룹은 그룹대로 자신들의 본분을 다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현장의 과정에 개입하지 말고 결과만을 판단하면 서로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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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우승과 거리가 멀었던 팀의 상황, 그리고 구단의 환경까지 생각하면 ‘외부인’ 김태형 감독이 해야 할 일이 많다. 뿌리깊은 문화를 외부인이 한 번에 바꾸기에는 어렵다. 그러나 김태형 감독에게 그만한 권한을 부여해줘야 한다. 그만한 카리스마를 가진 인물이고 현장에서 내부를 결속시켜 ‘원 팀’으로 만들 힘을 가진 인물이다. 현장에서부터 외부의 간섭에 흔들리지 않는 보호막을 만들어 준다면 어쩌면 롯데는 김태형 감독 체제에서 좀 더 수월하게 전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우승 청부사’ 김태형 감독은 롯데의 문화를 어떻게 바꿔놓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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