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역사상 가장 성공한 FA 투수의 은퇴…두산 왕조 서막 알린 '84억 투자' 아깝지 않았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3.10.28 17: 00

‘FA 투수는 사지 말라’는 말이 있다. 타자에 비해 팔과 어깨 소모가 큰 투수는 FA가 되기 전까지가 전성기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FA 계약을 하고 나서 크고 작은 부상, 구위 저하로 내리막길을 걷는 경우가 많았다. 
28일 현역 은퇴를 선언한 두산 좌완 투수 장원준(39)은 그런 점에서 KBO 역사에 보기 드문 투수 FA 성공작이다. 희소성 높은 20대 끝자락 FA 선발투수로 이적하자마자 2년 연속 우승을 이끈 케이스는 앞으로도 자주 보기 어려울 것이다. 
부산고를 졸업하고 지난 2004년 1차 지명으로 롯데에 입단한 장원준은 2008년부터 10승 투수로 도약했다. 부드러운 투구폼에서 140km대 초중반 직구와 날카로운 슬라이더, 준수한 커맨드로 성장세를 보였다. 2014년까지 롯데에서 6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수로 꾸준함을 보이며 FA 시장에 나왔다. 큰 부상 없이 내구성도 갖춘 29세 투수로 시장 가치가 치솟았다. 

두산 장원준이 마운드를 내려가며 관중석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장원준은 KBO 역대 9번째 2000이닝 달성을 기록했다. 2023.10.17 /sunday@osen.co.kr

두산 장원준. 2023.09.24 / foto0307@osen.co.kr

원소속팀 롯데가 4년 88억원을 베팅했지만 장원준은 서울로 올라갔다. 외부 FA 영입에 소극적이었던 두산이 4년 84억원 거액을 투자해 장원준을 잡았다. 롯데보다 적은 금액에 두산으로 이적하자 6년 계약설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공식 발표된 84억원은 당시 기준 투수 FA 최고액으로 원래 두산 출신이었던 홍성흔을 빼고 두산의 첫 외부 FA 영입으로 화제가 됐다. 
큰 관심 속에 두산 유니폼을 입은 장원준은 FA 이적 첫 해부터 가치를 증명했다. 30경기(169⅔이닝) 12승12패 평균자책점 4.08을 기록했다. 톱클래스 성적은 아니었지만 가을야구에서 진가를 보였다. 그해 두산은 정규리그 3위로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했는데 한국시리즈까지 장원준이 4경기(26⅔이닝) 3승 평균자책점 2.36으로 활약하며 빅게임 피처로 떠올랐다. 두산도 한국시리즈 업셋 우승으로 왕조 시대의 서막을 알렸다. 
2015년 한국시리즈 우승 후 두산 장원준이 동료들에게 샴페인 세례를 받고 있다./jee@osen.co.kr
2016년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8⅔이닝 1실점으로 호투한 장원준이 팬들에게 모자를 벗어 인사하고 있다. /jpnews@osen.co.kr
2016년에도 장원준은 27경기(168이닝) 15승6패 평균자책점 3.32로 활약했다. 타고투저 시즌에 평균자책점 2위로 리그 톱클래스 성적을 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2차전에서 NC를며 승리했다. 두산은 정규시즌에 이어 한국시리즈까지 통합 우승을 일궈했고, 그 중심에 장원준이 있었다. 
한국시리즈 엔트리 기준으로 FA 이적 후 2년 연속 우승한 투수는 장원준이 유일하다. 야수로 범위를 넓히면 현대에서 삼성 이적 후 2005~2006년 우승을 이끈 내야수 박진만까지 둘밖에 없다. 
장원준은 2017년에도 29경기(180⅓이닝) 14승9패 평균자책점 3.14로 특급 성적을 내며 두산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KIA에 패하며 준우승으로 끝났지만 장원준은 2차전에서 7이닝 무실점 호투로 완봉승을 거둔 양현종과 인상 깊은 투수전을 펼치기도 했다. 
8시즌 연속 두 자리수 승수를 달성한 2017년이 마지막 전성기였다. 2018년부터 구위 저하 속에 성적이 급락했고, 4년 FA 계약이 끝난 2019년부터 매년 일반 연봉 계약을 했다. 4년 FA 기간 연봉으로 10억원씩 받았는데 2019년 6억원, 2020년 3억원, 2021년 8000만원, 2022~2023년 5000만원으로 연봉이 계속 떨어졌다. 
두산 장원준. 2023.09.24 / foto0307@osen.co.kr
두산 장원준. 2023.10.12 /cej@osen.co.kr
전성기 이후 마지막 6년은 기여도가 낮았지만 두산 왕조의 서막을 연 ‘우승 청부사’에 대한 예우는 구단과 팬이 같은 마음이었다.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 은퇴 기로에 섰지만 이승엽 신임 감독이 다시 기회를 줬다. 올해 11경기 3승5패 평균자책점 5.27로 마지막 불꽃을 태웠다. KBO리그 역대 11번째이자 역대 좌완 최고령 130승(37세9개월22일), 역대 9번째 2000이닝 고지를 밟고 후련하게 유니폼을 벗었다. 
장원준은 두산 구단을 통해 "정든 그라운드를 떠난다는 선택이 결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야구를 그만할 때가 왔다고 생각해 이러한 결심을 했다. FA 계약으로 제2의 야구 인생을 시작하게 해주시고, 부상으로 힘들 때 기회를 더 주신 박정원 구단주님께 감사드린다"며 "개인적으로 세웠던 마지막 목표들을 이뤘기 때문에 후련한 마음이다. 다만 후배들을 생각하면 좀처럼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우리 팀에는 유능한 후배들이 많으니 성실하게 훈련해 팀 도약을 이끌어주길 응원하겠다"는 은퇴 소감을 전했다.
이어 "이승엽 감독님과 코칭스태프, 동료들의 얼굴이 아른거린다. 마지막까지 박수를 받고 떠날 수 있는 것은 전부 '팀 베어스' 덕분이다. 부족했던 내게 엄청난 힘이 됐던 팬들의 함성을 평생 잊지 않겠다. 정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장원준의 18시즌 통산 성적은 446경기(2000이닝) 132승119패1세이브14홀드 평균자책점 4.28 탈삼진 1385개. KBO리그 역대 통산 승수 10위, 이닝 9위, 탈삼진 11위에 이름을 올렸다.
5회말 1사 1루에서 두산 장원준이 SSG 에레디아를 외야플라이로 처리했다. 장원준의 KBO 역대 9번째 2000이닝 달성을 기록이 전광판에 표시되고 있다. 2023.10.17 /sunday@osen.co.kr
두산 장원준이 마운드를 내려가며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장원준은 KBO 역대 9번째 2000이닝 달성을 기록했다. 2023.10.17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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